"집나간 자식이 효도해주니 얼마나 좋아."
기아 정재공 단장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인천서 열린 SK와 기아의 주말 3연전 내내 정단장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때 5위에 처졌던 기아가 사실상(승률에서) 단독 3위를 달리고 있는데다 투타에서 부쩍 상승세를 탔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뜻대로 다 되더라'는 게 웃음의 진짜 이유다.
두산 키퍼 덕분이다. 키퍼는 지난달 5일 기아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다승왕(19승) 출신인데다 착실한 성품이어서 팬들이 의문부호를 달기도 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당시 정단장은 "키퍼는 우승을 책임질 만큼의 능력은 없다"며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게 된 키퍼가 상위팀을 잡아준다는 게 우리 시나리오다"라고 말했었다.
결과적으로 바라던대로 됐다.
키퍼는 이적후 한화 LG 등 4강 근접팀들과의 경기서 2승을 따내며 맹활약했다. 공교롭게 두번 모두 잠실경기였다.
특히 15일 LG전 승리는 기아에겐 천군만마 같은 도움이 됐다. 여타 경기에서도 키퍼는 기아 시절과 비교해 한층 성적이 나아졌다.
또하나, 기아는 지난 7월 19일 후반기 개막일에 유례 없이 또한차례 고사를 지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이를 직접 지시했던 정단장은 "성적이 좋아진 건 다 고사 지낸 효험이 아니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당분간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 인천=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