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 UEFA챔피언스리그 8강의 마지막 자리는 연장전 끝에 유벤투스를 꺾은 바이에른뮌헨이 차지했다. 바이에른뮌헨이 8강행을 확정지으면서 이번 시즌 8강은 볼프스부르크, 레알마드리드, 벤피카, 파리생제르망,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맨체스터시티, FC바르셀로나, 바이에른뮌헨으로 결정되었다. 8강 대진 추첨은 3월 18일 20시(한국시간)로 예정되어 있다.
바이에른뮌헨과 유벤투스 간의 16강 2차전 경기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승부로 꼽힐만한 경기였다. 지난 1차전에서 바이에른뮌헨은 원정 경기임에도 2골을 먼저 기록하며 신바람을 냈지만 뒤에 2골을 따라잡히면서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그래도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바이에른뮌헨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양상은 예상 외로 흘렀다. 유벤투스는 전반 5분 만에 포그바가 골을 기록하면서 앞서 나갔고, 콰드라도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바이에른뮌헨은 탈락 위기에 처했다. 레반도프스키의 추격골이 터지긴 했지만, 거의 90분이 다 될 때까지 8강 진출팀은 유벤투스로 결정되는 것 같았다. 90분에 터진 뮐러의 극적인 동점골과 함께 연장으로 넘어간 승부는 끝내 홈 팀 바이에른뮌헨이 두 골을 더 뽑으면서 4:2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경기의 포인트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 잘 싸우고도 아쉽게 패한 유벤투스.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되었다. 출처:UEFA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1. 유효했던 유벤투스의 전략
유벤투스는 바이에른뮌헨을 잡을 효과적인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일반적으로 바이에른뮌헨은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공격을 펼치고, 공을 빼앗겼을 때 전방압박을 강하게 가하는 팀이다. 그래서 이제껏 많은 팀들이 바이에른뮌헨을 상대로 수비라인을 깊이 내렸다가 역습을 취하는 형태로 상대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오히려 전방 압박을 먼저 펼쳤다. ‘선수필승(先手必勝)’이라고 했던가. 항상 전방 압박을 하던 바이에른뮌헨은 오히려 전방압박에 당황했고 경기 흐름을 잃고 말았다. 중앙수비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것은 이런 문제를 심화시켰다.
그렇다고 유벤투스가 줄곧 전방 압박을 펼친 것은 아니었는데, 바이에른뮌헨이 압박을 풀고 나올 경우는 앞에서 무리하게 누르는 대신 골대 앞에 두 줄 수비를 구축하고 버텼다.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이 굉장히 훌륭했는데, 특히 포그바와 콰드라도가 측면 수비에 도움을 주었다. 바이에른뮌헨의 측면수비수들이 벌어진 중앙수비수-측면수비수 사이를 자주 공략하는 것을 의식한 듯, 중앙수비수와 측면수비수 사이 공간을 커버하면서 수비적 안정감을 가져갔다.
이런 전략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소가 있었으니 원톱 모라타의 존재이다. 모라타는 지난해 레알마드리드를 꺾을 당시에도 불꽃 같은 역습을 선보인 적이 있었다. 장신에도 불구하고 볼키핑이 좋고, 빠른 발과 저돌적인 드리블을 가지고 있어서 빠른 역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알라바와 키미히는 신체적 조건이 우월한 모라타를 견제하는 것이 버거워보였다. 두 번째 골은 콰드라도가 침착하게 마무리했지만 사실상 모라타가 만든 골이나 다름 없었다.
2. 유벤투스의 선수 교체와 전술 변화
70분경까지 유벤투스는 경기를 본인들의 뜻대로 이끌었다. 66분 케디라를 빼고 스투라로를 투입했고, 71분엔 모라타를 빼고 만주키치를 투입했다. 교체 자체는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유벤투스는 이미 바이에른뮌헨보다 훨씬 많은 양을 뛰고 있었다. 특히 전방에서 압박을 시도해야 했던 모라타, 이를 도왔던 케디라는 체력 소모가 컸다. 역습 역할까지 담당해야 했으므로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수비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체력에 여유 있는 선수를 투입해서 기동력을 보강해야 했다.
하지만 중요한 전술적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감독의 주문이 있었던 것인지 선수 개인의 판단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주키치는 원톱에 기용되었음에도 중앙선 이하 거의 미드필더진까지 내려와서 수비를 커버했다. 당장 수비적으로 도움을 주니 편할 순 있지만, 문제는 바이에른뮌헨의 수비진이 마음놓고 라인을 올려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만주키치가 수비라인과 붙어서 움직이는 것이 수비진의 전진을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배후공간을 노리거나 등을 지는 플레이로 역습을 노릴 수 있다.’라는 위협만으로도 바이에른뮌헨이 공격에 전력을 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만주키치가 수비적으로 움직이고 70분 이후 역습의 위험이 작아지자, 바이에른뮌헨은 동점골을 넣을 때까지 맘껏 유벤투스를 두드릴 수 있었다.
(△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경기를 뒤흔든 킹슬리 코망. 출처:UEFA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3. 바이에른뮌헨의 선수 교체와 전술 변화
바이에른뮌헨의 전술변화는 코망의 투입과 함께 시작되었다. 베나티아의 교체 자체는 부상 여파로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코망의 투입은 전략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빠른 발과 기술을 갖춘 코망은 우측면에 투입되었는데, 기존에 있던 더글라스 코스타가 움직이던 곳이었다. 더글라스 코스타가 약간 중앙으로 이동한 느낌은 있었지만, 두 선수 모두 우측면에서 주로 활약했다. 이는 두 선수가 다른 성향을 보이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더글라스 코스타의 경우 우측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왼발잡이 선수이고, 코망은 보다 넓게 벌려 서서 종적인 돌파를 시도했다. 동점골 두 골 모두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에 의해 나왔다. 한 골은 왼발로 더글라스 코스타가, 한 골은 오른발로 코망이 어시스트했다.
오늘 유벤투스가 중앙에서 보인 수비 집중력은 어마어마했다. 공간을 인식하고 이용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뮐러가 경기 내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유벤투스의 중앙 수비는 견고했다. 이를 뚫기 위해선 측면에서 상대를 허무는 것이 필요했고, 이를 노린 과르디올라의 전략이 들어맞았다. 코망의 투입은 상대의 우측면을 완전히 흔들기 위한 포석이었다.
(△ 코망, 알칸타라 교체카드를 모두 적중시킨 과르디올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출처:UEFA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4. 포기하지 않았던 뮌헨과 체력이 떨어진 유벤투스
애초에 유벤투스는 이번 경기를 90분 내에 끝내려고 했을 것이다. 체력 소모가 큰 전방 압박 전략을 120분 동안 가동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고, 90분 내에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8강을 확정 짓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2골을 앞선 채 전반 45분을 끝냈을 때 이것은 눈앞으로 다가온 성과가 되었다. 다만 끝까지 2골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반면 바이에른뮌헨은 평소와 같은 전략으로 나섰지만 본인들의 뜻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게다가 두 골이나 뒤지고 있었다. 그들은 역전을 바라기 이전에 2:2 무승부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연히 이후에 다가올 연장전엔 심리적으로도 준비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에브라가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볼을 끊기면서, 바이에른뮌헨에게 기회가 왔다. 연장전에서 마지막 승부를 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승부는 연장 후반에 갈렸다. 결국 유벤투스의 떨어진 체력이 문제가 됐다. 세 번째 실점 장면에서 유벤투스의 수비 집중력이 크게 흐트러져 있었다. 발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뮐러가 이용할 공간을 허용했고 뮐러는 기가 막힌 리턴 패스 하나로 골을 완벽히 도왔다. 유벤투스는 90분 동안 전력을 다해 뮌헨을 상대했다. 게다가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가 너무도 가까웠기에, 연장전에 돌입했을 때 받은 정신적 피로 역시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결국 ‘120분 승부’를 바라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바이에른 뮌헨, ‘90분 승부’를 바라보며 전반 초반부터 사력을 다한 유벤투스, 양 팀의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었을 때 이미 바이에른뮌헨이 크게 유리해졌다. 양 팀이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엔’ 바이에른뮌헨이 조금 더 강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승리를 따낸 바이에른뮌헨과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꼽히는 바이에른뮌헨을 핀치까지 몰아넣었던 유벤투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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