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4월 국회의원 선거에 휩쓸리고 있습니다만
정부여당의 의대정원 확대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전공의와 의대생 그리고 의대교수 집단의 파업이 길어져서
'의료대란'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의 직업을 흔히 ‘업’(業)으로 줄여 씁니다.
“요즘 무슨 직업에 종사하나?”와 “요즘 무슨 업에 종사하나?”는 어감의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한평생 농사일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오셨다.”보다는
“아버지는 한평생 농사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오셨다.”가 왠지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직업이 과업으로 슬쩍 넘어가는 단계인 셈입니다.
나아가 “자주국방은 우리나라의 과제이며 업이다.”를
“자주국방은 우리나라의 과제이며 직업이다.”로 바꾸면 완전한 비문이 됩니다.
이때의 ‘업’은 직업이 아니라 ‘부여된 과업’이란 뜻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불교에서는 ‘업’(業)을 선과 악을 부르는 소행으로 가르칩니다.
사전에서는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
(<우리말 큰사전>)으로 풀이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업’과 그 응보를 아울러 ‘업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순 우리말 가운데도 ‘업’이 있습니다.
“한 집안의 살림을 보호하거나 보살펴 준다고 하는 동물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집에서 ‘업’이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합니다.
이 ‘업’이 동물이면 ‘업구렁이, 업두꺼비, 업족제비’처럼 말하고,
‘업’이 사람이면 ‘업둥이’라고 합니다.
‘업둥이’는 집안에 복을 몰고 들어온 아이라는 좋은 뜻을 지닌 말이지요.
그래서 옛날에는 ‘업둥이’를 ‘우연히 얻은 복덩어리’라는 뜻으로 ‘얻은복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업’은 ‘업다’와 아무 관계가 없으니, ‘업둥이’는 ‘업어다 버린 아이’가 아닙니다.
요즘 선거판에 당적을 바꾼 이들이 있어서 '철새'라거나 '배신자'라는 낱말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정치라는 ' 업’(業) 은 원래 표심이라는 업보를 받게 되어 있어서 아무 흔한 일입니다.
그런 사람을 굳이 '업둥이'로 부를 것이면 두고 보면 알게 될 일입니다.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아직은 미지수잖아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