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의 이야기는 이미 한 번 쓴 적이 있다.(# 본격 평범한 대학생 600만원 들고 6개월간 유럽여행 다니는 이야기. - 사람 냄새 나는 여행 카우치서핑. http://bananabackpack.egloos.com/1832038) 다시 요약을 잠깐 하자면,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도착하자마자 호스트인 바이바 아줌마를 만나 밥 먹고 좀 쉬다가 빨래했는데, 가지고 있던 600유로 바지에 그냥 넣고 다 빨아서 말리느라 쌩쑈를 했고, 시내에 자전거 타고 놀러 나갔다 왔는데, 안장이 딱딱해서 엉덩이 찢어질 뻔 했었던 그 날.
돈을 빨래 말리듯 말렸다. 젖었던 걸 말리니까 나중에는 김처럼 되더라.
바르셀로나 오면 연락해~ 재워 줄께! 라고 흔쾌히 말했던 다른 카우치서퍼. 결국 다른 사람 집에서 자긴 했지만, 연락을 하긴 했었다.
당시에는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 할 정신이 없었다. 이런 날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북쪽에서 빌뉴스 시내로 내려가는 길. 날씨만 좋았어도 더 예쁘게 나왔을 텐데..
여행 별거 있나.. 낮에는 또 다시 관광. 킥보드를 다시 타고 나와서 시내로 달렸다. 여행 떠나기 전에는, 하루에 관광에 몇 시간을 써야 되나 하는 것도 고민거리였는데,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과연 2박 3일도 충분할까 싶던 게 쭉쭉 줄어서 빌뉴스에서는 4시간 돌아다니다가 지쳤던 것으로 기억. 그냥 여기저기 혼자 둘러보다가 들어왔다. 발트3국은 나라마다 약간씩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했다.
시내에 있는 광장과 교회. 동유럽에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정교회인데(orthodox) 리투아니아는 특이하게도 가톨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이드투어는 동양인만 하고 서양 사람들은 안 하는 줄 아는데, 여기저기 댕기다 보면, 가이드 따라 다니는 서양 아저씨들도 억수로 많다.
시내 곳곳에 보이는 생뚱맞은 유적들. 무슨 가치가 있어서 아직까지 남겨뒀을까? 안내문이라도 달아줬으면...
발트 3국을 다니며, 제일 인상적이었던 높은 지붕의 건물들. 저렇게 짓는 거였구나!
빌뉴스에서 처음 본 미니 버스. 나름 정해진? 구간을 따라 돌다가 내려달라고 하는데서 내려준다. 처음 타 보고는 나름 편리한 체계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터키 가서 생각이 완전 바뀌게 되었다. 크크크 터키의 미니버스는 완전 헬!!
그렇게 적당히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날도 역시 저녁밥을 대접해야 겠다 싶어 마트에 들렀다. 여느 때처럼 쌀 1kg, 야채 조금, 고기 조금 사서 들어가는데 전날에 보니까 아줌마가 맥주를 좀 좋아하시는 것 같아 술도 좀 살라고 하는데..
여기는 Cider라는 사과주가 인기다. 우리나라에서 사이다 사이다 하는 그 사이다가 원래는 술이라는 걸 알긴 알았는데 직접 보는 건 처음. 이것도 한 페트 샀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데... 문이 잠겨있네... 오늘 하루종일 집에서 쉬신다더니..ㅠ 혼자 할 일이 없어서, 맥주 한 병 따 마셨다. 병따개 없이 병으로 병을 딸 줄 알았던게 천만 다행.
어딜 가든 만드는 제육볶음 비슷한 음식. 나는 매일 같은 음식이지만, 호스트들은 처음 보는 음식이라 다들 신기해한다.
바이바 아주머니는 46세의 솔로. 혼자가 편하다고 하신다. 원래는 은행에서 일하셨는데 힘들어서 며칠 전에 때려 치셨단다. 하긴 부양가족이 없으니까 일에도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고 카우치서핑에서 호스팅을 시작 하셨는데, 내가 처음 카우치서핑 요청 보냈을 때만 해도 레퍼런스 하나 없던 뉴비였는데, 그 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셔서 지금은 레퍼런스가 무려 50개 가까이 되었다. 참 열정적이셨던 분.
술을 아주 좋아하시는 분이라 집에 다양한 종류의 술이 많았는데, 덕분에 나도 한 모금씩 마셔봤다.
앱신티? 압상트? 여튼 ABSINTH 발음은 잘 모르겠다;; 여기저기에서 발음하는게 다 다른 듯 했다. 이 술 얘기하면 참 할 얘기가 많은데.. 정말 설명할 수 없는 맛이다. 저 술 매니아가 그렇게 많고, 중독성?이 강해서인지 한때는 유럽에서 제조 금지까지 되었다는 술인데, 정말 너무 맛없었다. 그냥 마시면 토하겠는 맛 우웩. 밑에 갈색 별 같이 생긴 게 저 술을 만드는 열매인데, 술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저 열매에서도 난다. 아 .. 정말 최악이다. 나름 비싸고 유명한 술이라는데...
똑같은 원료로 만든 과자도 있다. 노르웨이에서 온 거라는데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다. 문화적 충격..
그렇게 둘이서 술 마시다가 새벽 네 시쯤 잤던 것 같다. 다음 날 버스가 1시라서 그 전까지만 가면 된다는 생각에 그저 놀았다.
다음 날 같이 사진 한 장 찰칵~
헤어지기 직전.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셨다.
첫댓글 사이다가 술을 말하는건 처음 알았고요, 여행하면서 수 많은 종류의 맥주 맛보는 재미가 솔솔하죠,
네 그렇지요 여행다니며 제일 좋았던 것들 중 하나가 술마셔도 다음날 걱정 할 필요 없다는 것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