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복잡한 지하철을 타게 되면 손의 위치에 신경을 써야하는 시대입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칫 성추행의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세상이라지만, 절대로 부대끼면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총선을 27일 앞둔 요즘 정치인 사이에 입 조심, 말 조심 경계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예전에 잘난 척하며 내뱉았던 주장이 되살아나면서 매캐한 연기를 뿜거나 악취를 풍겨서 그렇답니다.
때아닌 의료대란으로 중환자들이 불안해하는 것과 겹쳐서 매일이 불안불안 합니다.
1찍이니 2찍이니 하는 이 살벌한 시국에, 붐비는 곳에서 사람끼리 부딪게 되면 참사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부딪힐’ 때와 ‘부딪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딪힌 경우에는 서로 사과하며 지나쳐 가야지, 시비를 일으킬 일이 아닙니다.
둘 다 의도하지 않게 부딪음을 당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부딪쳤다’면 시비가 따르게 됩니다.
피동의 뜻을 나타내는 ‘부딪히다’와는 달리,
의도적이거나 능동적인 상황을 나타낼 때에는 ‘부딪다’를 강조한 ‘부딪치다’를 씁니다.
예를 들면, “두 손바닥을 서로 부딪쳤다.”고 할 때에는 ‘부딪치다’로 쓰고,
“한눈팔다가 간판에 부딪혔다.”라든지,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도움을 요청해라.”고 할 때에는 ‘부딪히다’로 씁니다.
말하자면, ‘부딪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부딪치다’는 능동사이고,
‘부딪히다’는 ‘부딪다’의 피동사입니다.
부딪는 행위가 능동적(또는 의도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두 낱말을 구분해서 쓸 수 있는 것이지요.
아무리 정치가 생물이고 사람이 변화무쌍하다해도 가릴 것은 가려야 합니다.
공연히 부딪치지도 말고 부딪히지도 말며 언행에 조심할 때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