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 때는 꿈 많은 문학소녀
‘인간의 조건’ 읽고 군인되기로 결심
보병학교 첫 女교관 등 ‘여군 대표’
여군 후배들이 ‘롤모델’이라고
말할 때는 정말 뿌듯하고 힘 나
전국 최강의 예비군 연대가 목표
“28년간 군 생활을 접고 민간인으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 다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 너무 기쁩니다.”
이도이(예비역 육군대령·사진) 경기대 직장예비군 연대장은 지난해 11월 국방부에서 선발한 ‘예비전력관리 업무담당자’에 남자 군인 출신들도 힘들다는 예비군 지휘관에 합격해 ‘최초 여성 예비군 지휘관’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지난 1월 1일 연대장으로 부임한 이 연대장은 “‘최초’라는 수식어는 책임감을 요구하는 단어인 것 같다”며 “남성위주의 국방업무와 관련해 ‘여성 최초’라는 의미는 일종의 영역확대라고 생각한다. 사명감을 갖고 잘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기대에 재학중인 학생과 교직원 약 4000여 명의 예비군 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는 학생들을 대학 직장예비군에 편입시켜 연차별로 훈련을 시키고, 또 지역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고 학교에 편입한 경우 수임군부대와 협의해 보충훈련을 받도록 합니다. 학생들이 법규 위반자가 되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지난 3일 예비군의 날을 맞아 현재 여성예비군이 174개소대 637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는 현황과 관련해 “대부분 여성예비군이 농어촌에 많이 분포돼 있고, 또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어머니들로 조직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법으로 규정하는 강제조항이 아닌 지원해서 봉사하는 인원이므로 여성예비군이 많을수록 우리나라 안보는 물론 사회저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고시절 문학소녀였던 이 연대장은 고미가와 준페이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을 읽고 군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후 1985년 여군 31기로 임관했다. 그는 ▲육군25사단 신병교육대대장과 군수참모 ▲국방부 군수정책담당장교 ▲육군정보통신교 지원처장 ▲육군5군수지원사령부 행정지원처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12년 12월 31일 전역했다. 연대장 직책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야전지휘관과 참모직책은 물론 정책부서 실무 등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이 연대장에게는 ‘보병학교 최초 여성교관’, ‘여군 최초 보병대대장’, ‘여군 최초 GOP사단 참모’, ‘여군 최초 영관장교선발 심사위원’ 등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처음 해 보는 일을 접할때 마다 개척하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가끔 후배 여군들이 저를 보고 자신의 ‘롤 모델’이라고 말해줄 때 정말 뿌듯하고 힘이 납니다. 군 생활은 저를 성장시키는 시간들이었어요. 심신을 강인하게 다듬는 기회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최근 군 내 성군기 문란과 관련해 이 연대장은 “평소 여군 후배들에게 진급이나 평점에 연연해서 부당한데도 참고 넘기지 말라고 꼭 얘기해 줬었다”면서 “보수교육 때 성 인지력 교육을 정규 교과서에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다같이 모아두고 교육을 하는 시스템이 아닌 차등화된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 연대장은 2010년 개명했다. 여군 선배인 고(故) 엄옥순 예비역 대령이 지난 2000년 아끼는 여군 후배 5명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도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군에서는 대부분 제 이름을 ‘이음순’으로 알고 계실거에요. ‘도이’는 한자로 다다를 ‘도’에 기쁠 ‘이’입니다. 이름 때문인지 제2의 인생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있어요. 앞으로도 기쁨이 다다를 정도로 좋은 일이 가득했으면 합니다.”
“경기대 직장예비군 연대의 예비전력관리를 철저히 해서 전국 최강의 예비군 연대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 연대장은 현재 국방부 표준안을 토대로 자신만의 안보교육 교안을 만들어 예비군들을 유사시 꼭 필요한 자원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외국의 사례 등을 조사해서 예비전력 강화방안에 대한 발전적인 방안을 연구해 정책제안을 해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경기대 학생들 중 학군사관후보생(ROTC) 여군, 장교 등 군 장교를 희망하는 학생들과도 주기적으로 상담해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