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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
김동식
국판변형 | 208 페이지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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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감한 목소리, 촌철의 언어로 문학과의 소통을 꿈꾸다
이 책은 문학의 소통을 꿈꾸었던 작은 노력들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담론과 일반 대중 사이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따름이다. 문학작품의 언어가 다양한 음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문학작품을 이야기하는 언어들도 다채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연재를 하면서 얻은 가장 커다란 가르침이었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의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90년대 새로운 감수성을 대변하는 젊은 작가, 최근 문단에 입성한 신예
작가 들의 소설을 찾아 읽고, 그 내용과 감상 포인트, 주제의식 등을 요약해 재미있게 들려준다.
이 책은 문학의 소통을 꿈꾸었던 작은 노력들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담론과 일반 대중 사이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따름이다. 문학작품의 언어가 다양한 음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문학작품을 이야기하는 언어들도 다채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연재를 하면서 얻은 가장 커다란 가르침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다감한 목소리, 촌철의 언어로 문학과의 소통을 꿈꾸다
문학계간지에 실을 평론이나 리뷰를 조금 쉽게 쓴다는 느낌으로 기업 사보에 연재를 시작한 저자는
얼마 후 사보 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당황한다. 문학 공부를 한 사람의 입장에서 쓰는 어려운 얘기보다는 직원들의 일상생활에 친밀하게 다가가는 신문, 그런 문학란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생업에 열심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문학에 관심을 두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문학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특별주문을 받는다. 고심 끝에 원칙을 세웠다. 내용 소개를 위해 글 전체의
절반을 할애할 것, 감상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곁들일 것. 그러나 저자에게 정작 절실했던 것은
"독자에게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자기 확신 내지는 자기 환상"이었다. 소통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면서 글을 쓰기 위해 저자는 대화체를 택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바로 옆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 친근한 느낌을 받는다. 선배에게 띄우는 메일 형식으로 씌어진 글도 있다 (「발랄한 상상력으로 다시 쓴 흡혈귀 이야기」 「어중간함에 담겨 있는 인간적인 진실들」「겨우 존재하는
것들을 위한 과학적인 몽상」등).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소나티네〉로 『하품』(정영문)에 관한 이야기를(「권태, 현대인의 운명적 일상」),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로 『삿뽀로 여인숙』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하면(「인연의 끈과 운명의 울림」), 『아가』에 관해 쓴 「그 많은 당편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에서는 연말 술좌석에서 작가 이문열에게 직접 소설 이야기를 들은 에피소드도 곁들인다. 공연장에서 들은 난해한 록 음악을 서정인의 『용병대장』과 연결시키면서 그 음악만큼이나 실험적인 형식을 가진 작품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는 장르나 형식의 경계 없이 이종
교배하고 가로지르고 넘나든다. 바로 조금 더, 조금 더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저자가 택한 전략이다. 문학으로 소통하려는 저자의 노력은 어렵고 현란한 비평의 언어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하지만 비평정신만큼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수록작품의 작가들 (수록순서대로)
이청준 현기영 신경숙 이문열 한강 최인훈 김승옥 성석제 정영문 최시한 조경란 윤대녕 황석영 이만교 이영수 이문구 이윤기 이순원 안도현 김영하 박정요 은희경 박완서 서정인 김원일 박상우 엄창석
하성란 김종광 박상연 서하진 김연경 이지형 최수철 배수아 최일남 박범신 김용성 공지영 박성원 최인석 이명행 성석제 유미리 류가미 김연수 함정임 마르시아스 심 이응준 이해경
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동시에 소설을 떠난다. 아니 도망친다. 가능한 멀리.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자기가 썼던 소설을 찾아가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내가 언제
'저' 소설을 썼지? 오죽하면 도망쳤겠는가. 김동식은 작가가 도망친 '그' 소설들을 하나하나 찾아간다. 그리고 대화한다. 차라리 동거한 듯하다. 그로 인해 '그 소설들'은 새로운 시간을 산다.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는 김동식이, 소설가처럼, 도망치고 싶을 때 쓴 글들이 아닐까. 자신이 찾아간 소설로부터, 살을 섞고, 혼(魂)을 내준 대상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뭇 다감한
목소리일망정 김동식은 그러나 촌철(寸鐵)의 언어를 무기로 지닌 비평가이다. 매혹에 한없이 약하지만 냉소에는 한없이 강한 비평가이다. 때문에 그는, 소설가처럼, 소설을 두고 도망치지 않는다. 소설을 맡는다. 무려 쉰세 편. 일편단심, 독자를 향한 그의 고백의 언어가 비평의 새 경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함정임(소설가)
문학평론? 독후감? 서평? 이 책에 담긴 글을 어떤 하나의 장르 혹은 글쓰기 형식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 그런 규정 불가능성에 바로 이 책의 미덕, 나아가 문학평론가로서의 김동식의 미덕이 있다. 그것을 하이브리드라고 해도 좋고 가로지르기나 넘나들기, 심지어 일종의 게릴라전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하지만 가장 적절한 표현은, 비평과 작품, 작품과 독자, 독자와 작가, 작가와 비평…… 이런 등속의 연결망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매듭, 다시 말해서 온전한 대화와 소통의 매듭을 엮는 아라크네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을 통해 아라크네 김동식은 그리스 작가 안토니스 사마라키스의 이런 말을 실천하고 있다. "문학은 대화의 시작이다. 가치 있는 문학은 독백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독자와의 연결고리다. 문학은 친구가 내미는 손이다." 표정훈(출판평론가)
김동식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논문 「한국의 근대적 문학 개념 형성과정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계간 『문학동네』 봄호로 등단했으며, 비평집 『냉소와 매혹』이 있다. 현재 계간 『문학과사회』 편집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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