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도 늘 그랬던 것 처럼 그렇게 시작됐다.
어제 아침, 적성시험을 보러 간다는 연주를 시험장에 내려두고 집으로 차를 돌리려는 순간, 집사람이 "여보, 나온 김에 우리 현충사(!!)에 갈까? 현충사로 가는 곡교천길 3Km가 은행나무 터널로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길로 뽑혔다고 하더라구..."
뭐, 그렇게 해서 차를 몰고 집에서 2Km나 나온 김에(!!) 아산까지 드라이브를 가자고 한 거다. 남들 들으면 웃길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차를 몰고 아산으로 향했다.
사실 꽤 사용중이던 네비가 오래 전에 고장났다. 이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카드를 인식하지 못하겠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스마트폰 땜에 수리를 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많이 못 느낀다. T-map 앱으로 실시간 안내를 받으니 그냥저냥 수리를 미루고 있는 상황. 물론 그래서 별로 불편한 점은 없지만, 그러나 네비는 네비라는 생각이 든다. 안내하는 여자(!)가 다르다. 네비 여자가 훨~씬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해 준다. 그래서 '그녀'가 그립다. 다음 주에는 꼭 수리를 해서 써야겠다.
아산에 도착해 곡교천 길로 들어 섰다. 은행나무 터널은 아쉽게도 철이 살짝 지나 있었다. 1주일 전에만 왔어도 그 터널의 황홀함을 만끽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 길을 드라이브 하려면 반드시 10월 말에 와야 한다는 것, 잊지 말자.
[곡교천 은행나무 길.... 무려 3km에 이르는 은행나무 터널이 이어진다. 반드시 10월 말까지는 와야 만끽할 수 있다.]
1. 현충사가 많이 변해 있었다.
예전에 입구 앞마당에 있던 주차장을 100여 미터 밖으로 옮겨 놓았고, 그 자리에 꼭 텔레토비 집 같은 느낌을 주는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을 새로 열었다.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기념관에는 교육관, 전시장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한 번쯤 꼭 들러서 진귀한 자료들을 한 번씩 둘러보기 바란다.
이번에 현충사에 와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을 중심으로 보기로 했다. 그것 중에는 1. 옛집 2. 충무정(우물) 3. 이면(충무공의 셋째 아들) 무덤 4. 정려 등이다. 더불어 막상 현충사에는 없는 이순신의 무덤도 찾아 보기로 했다.
[충무공의 옛집. 순신 이후에도 여러 세대에 걸쳐 자손들이 살았다. 집사람 왼쪽에 보이는 나무 아래에 우물이 있다.]
[현충사 제일 북쪽 끝 언덕위에 있는 이순신의 셋째아들 면의 무덤. 이 무덤을 보려면 65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순신을 비롯한 덕수이씨 4충신 1효자를 기리는 편액들이 보관되어 있는 정려.]
그런데.....
늦가을에 찾은 현충사에서 뜻하지 않는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다. 우선 무료다. 화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 현충사를 일반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둘째 현충사는 단순한 이순신의 기념관이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멋진 휴식의 공간이다. 아름다운 나무들고 꾸며진 현충사 마당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아름다운 가을 빛의 향연... 잠시 함께 즐겨보자.
* 점심식사로는 매생이굴 칼국수를 먹었다. '조개때문에'라는 지역 맛집에서 먹었는데, 생각보다는 좀 썰렁했고, 또 바닷간줄 알았는데 맛골목에 있어 조개구이는 생략. 그런데 참 맛있다. 매생이굴 칼국수도 맛있고, 어설퍼 보였던 깍두기랑 김치도 맛깔스럽다.
2. 현충사에서 8km쯤 떨어진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 이순신의 묘가 있다. 지금까지 현충사를 몇 번 찾아왔었지만, 정작 이순신의 무덤은 한 번도 찾질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찾아보고 싶었다. 묘는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입구 홍살문에서 묘까지는 가는 대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순신의 충정을 말없이 보여주는 것 같았다.
[홍살문에서 묘소 입구까지는 이런 대나무 길이 이어진다.]
[묘소로 오르는 길은 이렇게 고즈넉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져 있다. 묘소는 오른쪽 구릉 위.]
[따뜻한 햇살이 넉넉한 양지녘에 자리한 이순신의 묘. 주변은 왕릉처럼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둘러서 있다.]
[경내에 있는 연못.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묘 초입 마을 입구에는 정조대왕이 내린 신도비 각이 있다. 누각 안에는 귀부와 이수가 아주 멋들어진 예쁜 비석이 있다.]
3. 공세리 성지 성당.(http://www.gongseri.or.kr/index.php). 서울서 내려올 때 아산방조제를 지나자 마자 오른 쪽 언덕 위로 너무도 예쁜 성당이 언뜻 보였고, 집사람이 '어 저 교회 너무 예쁘다. 혹시 저거 공세리 성당 아냐? 공세리 성당 꽤나 유명한 곳이라고 들었어." 했었는데, 찾아 보니까 정말이지 그냥 평범한 일반 성당이 아니었다. 명동 성당은 좀 그렇고, 전주 전동 성당에 갔을 때도 그런 느낌이 좀 있었지만, 이 공세리 성당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런', 그러면서도 '유서 깊은' 성당이다. 1890년, 그러니까 아직 우리나라가 '조선'이었을 때 만들어진 이 성당은 충남 지정 문화재 144호고, 2005년에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지목한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 출신 32명의 순교자들을 모시고 있는 유서 깊은 성당인데, 경내에는 350년이 넘는 아름드리 거목들이 자리하고 있어 성당의 고풍스러움을 더해 주고 있다. 특히 가을빛이 물든 성당은 그야 말로 그림같다. 다양한 영화와 TV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이명래 고약'의 발생지라고도 한다.
[왼쪽 건물이 오리지널 본관.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아담한 성당 실내. 아이들이 모여서 내일 있을 견진성사에 대해 안내를 받고 있다.]
[32명의 이 지역 순교자들을 기리고 있는 순교자 추모비]
[정면부의 모습. 본당 오른쪽과 뒷쪽은 절벽이다.]
[집사람 뒤로 보이는 이런 거목들이 성당 여기 저기 자리하고 있다.]
[마당 아래 지하에는 이런 포도주 창고 같은 기도처가 마련되어 있다.]
..... 그리고 보너스 사진... 너무도 깔끔하고 예쁜 화장실 ^_^;;
[마무리]
연주 적성검사장 태워주러 나왔던 길이 곡교천 은행나무 터널 드라이브로 이어졌고, 그러다가 현충사에 들렀다가 생각지도 못한 가을의 오색 단풍을 늦게나마 만끽할 수 있었고, 몇 차례 방문에도 빠뜨렸던 이순신의 묘소나 이면의 무덤, 정려 등 기대치 않았던 많은 것을 보게 되었다. 특히 집사람이 보고 얘기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뻔 한 공세리 성당은 이번 여행에서 큰 수확이다. 이렇듯 여행이란 기대치 않았던 의외성에 그 참 맛이 있다고나 할까?? 그런 의외성이란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나들이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여행 팁]
아산의 볼거리로는 아산/삽교호 및 방조제, 삽교호 함상공원, 외암리 민속마을, 온양온천지구, 세계꽃식물원, 피나클랜드, 도고파라다이스, 아산스파비스 등이 있다. 자신의 관심에 따라 일정을 잡으면 멋진 여행이 될 것이다.
첫댓글 지난 해 잠원성당에서 교리공부할 때 성지순례차원에서 김대건 신부님 생가 솔뫼 성지와 공세리 성당까지 다녀왔어요. 그땐 철쭉꽃이 만발했던 봄이었는데 가을의 정취가 한적하니 좋군요. 부럽습니다.
초연씨, 잘 지내지??? 지난 번 허리케인으로 걱정 참 많았겠어.... 가보지도 못하고 말야... 어쨌든 큰 일이 무탈하게 지나갔으니까 다행이다 싶고.... 솔뫼성지도 가 봤고, 똑 같은 모양을 확대한 듯한 전주 전동성당도 봤고, 명동 성당도 봤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이 공세리 성당이 으뜸인 거 같아.... 정말 멋진 성당이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