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항해기 (4) - Cavalli Island]
베이어브 아일랜드 2틀째 아침
눈이 떠짐과 동시에 기상을 체크해 보니 어제의 일기 예보 그대로이다.
오전엔 거스트가 25노트, 오후엔 30노트까지 부는데 남동풍이다.
모래 저녁엔 번개를 동반 한 쏘나기가 온단다.
바라지 않던 건 꼭 그런 때에 오나부다..
푸...
어쩔 수 없이 홀인더 롹에서 부터 동해안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려던 최초 항해 루트는
수정이 필요 했고 몇일 전의 육상 사전 조사는 그 의미를 잃게 됐다.
그렇다고 베이어브 내 해 에서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 북쪽으로 올라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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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m 급 대물 노친 곳 (그 밑의 딥코브는 난파선 다이빙으로 유명)
2. 전복과 성게 스노클링 한 곳
3. 스칼럽 체취
4. 우루푸카푸카 섬 - Te Akeake Point (2nd 박)
5. 통발 속 괴물
6. 돌섬 (피항)
7. 카발리 섬 - Waiiti Bay (3박)
8. 스테판 섬 - 크레이
9. 왕가로아
10. 밀포드 아일랜드 (4박)
11. 랜펄리 베이 (5박)
서둘러서 엥커를 올리고 아침은 커피 한잔으로 때웠다.
어제 밤 스칼럽과 깍뚝 회 이후 생 삼겹 구이로 폭식을 해서인지 다들 아침 끼니에 미련 없어 보였다.
통발은 바위 절벽 대양쪽으로 20m 깊이에 20시간 가까이 담궈 놓았으니
뭐라도 가득 차 있을 거랑 희망으로 그 수확물을 걷으러 세일도 안 올리고 RPM을 높여 출발 했다.
통발의 위치는 두개 섬 반대편이라 멀리 돌아 가는 것과 섬과 섬사이의 채널을 통과하는 두가지의 길이 있었다.
초행길이라면 전자를 택해야 했지만 수년 전 몇 번 지나가 본 수로라 후자의 진로로 갔다.
지름길이긴 하지만 폭이 좁다.
그 밑으로 낮은 암초들과 그 위의 미역들이 보였고 가장 자리는 물살에 밀린 모래톱들의 형태도 보인다.
그렇게 10분 정도 바우에 서서 출렁이는 파도에 왼 손으론 포스테이를 감싸고
오른손으로는 이쪽 저쪽 방향 지시 역할을 하였다.
점점 외해 쪽 바다를 향해 나올수록 바람과 파도가 쎄지기 시작한다.
섬을 하나 돌고 두번째 부터는 모두의 시선이 전방을 향한다.
부표 대신으로 우유통을 통발 표시로 매달아 놓았는데 암벽 앞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속에서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배와 2L 우유통이 파도의 엊 박으로 넘실데서 세번째 써클링만에 겨우 찾았다.
문제는 절벽 앞에 일렁이는 2m 정도의 삼각 파도에서 훅도 없이 손으로 통을 잡아 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아침도 안 먹고 나왔으니 점심으로 크레이라도 배불리 먹자는 희망으로 파도를 뒤집어 쓰며 우유통을 잡았다.
당기다보니 재법 묵직하다!
파도 속 10m 정도 깊이까지 올라오니 뭔가 황색이 가물 가물 보인다.
5m.. 3m.. 수면 위~
헉..... 이게뭐야?
종아리 굵기 이상의 미끌 미끌한 괴 생명체가 소름돋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가리를 딱 딱 거리며 통발 안에 두마리의 곰치가 서로 뒤 엉겨 있었다.
크레이에 대한 모든 식욕을 다 앗아 가기 충분 했다.
다들 어깨를 부스스 떨고 있는사이 그나마 깡있는 "광"이 통발을 잡아 고무보트 위로 휙~ 던져 버린다.
기분 때문인지 바다가 점점 더 거칠어 지는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 그랳다..
아무말도없이 세일을 펼치고 북쪽으로 뱃 머리를 돌렸다.
어제는 그렇게 평온했던 바다가 이젠 사람 키 두배 높이의 파도가 되어 뱃 머리를 이리 저리 뒤 흔든다.
처음 요트를 타 본 "홍"은 배가 갑자기 기울 때마다 바이킹 탈 때 나는 소리가 나온다.
키 잡은 "백"형도 걱정이 많이 되는가 보다..
그래서 중간에 쉬어 가기로 했다.
핸폰에 있는 네비오닉스로 적당한 곳을 찾으니 30분은 더 가야한다..
세시간 같은 30분을 보내고 돌 섬과 암초 뒤를 돌아 만으로 들어오니 파도는 금방 잔잔해 진다.
엥커를 적당한 곳에 내리며 휴~ 한 숨지으니
"한"이 컵라면을 대령한다.
거북하던 속으로 따뜻한게 들어가니 마음도 지금 파도와 같이 잔잔해 진다.
그 사이에..
"광"은 곰치들을 꺼내 방생하고 고무보트 안쪽을 정리한다.
"백" 형은 슈트를 입고 어제 잡은 전복이 또 땡기셨는지 스노클링하며 섬으로 향한다.
"홍"은 돔을 잡아 올렸다 풀어 줬다하면서 멀미는 언제 했냐는 듯 다시 쌩쌩한 모습이다.
: 두째 날 오후 사진 속 돌섬 너머 통발을 던지고 돌아 들어와 낚시와 태닝을 즐길 때의 모습 (지도:2)
: 바로 그 자리에서 "백 & 광" 이 스노클링으로 흑 전복을 따 옴 (지도:2)
: 둘째 날 아침 통발을 들어 올렸을 때 괴물 곰치 (지도:5)
: 불길한 곰치 통발 이후 파도 속 세일링으로 한시간 반, 북쪽의 돌섬 피항지로 들어 옴 (지도:5)
그렇게 돌섬 피항지에서 약 1시간 정도 놀았다.
점심 시간도 아직 안됐지만 바람은 계속 불어 오고 파도는 점점 더 커질 것이기에 다시 서둘러야 했다.
다시 험한 파도로 나왔지만 한 번 경험을 해봐서 아까보다는 좀 더 차분해들 보인다.
바람이 쎄니 뒤에 무거운 딩기를 달고 집세일 하나 만으로 6~7노트를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배는 계속 기울어 지며 출렁 거리니깐 누구 하나 사진 찍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한시간 반..
카발리 섬 가까이 오니 주위에 있는 위성 바위 섬들이 파도의 방패 막이가 되어 준다.
그 섬들을 끼고 안쪽으로 좀 더 들어오니 배가 다시 수평을 되 찾는다.
이제 다시 얘기 들이 오고 간다.
긴장 뒤에 오는 평온함이 얼굴과 말 투에서 느껴진다.
멀리 큰 베이가 두개 있었는데 두번째 것을 선택해서 들어 갔다.
베이 입구에 암초 바위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 가서 스노클링으로 점심 거리를 구해 오자는 취지에서 였다.
정박하기 전 베이를 한 바퀴 돌아보니 몽돌 비치이다.
한 가운데 엥커링을 한 후 모터보트 시동을 걸었다.
땅을 밟고 싶어하는 "홍"과 텐팅 자리를 살피기 위해 "광"과 함께 상륙을 했다.
파도가 치는 곳 까진 모래 비치 였고 그 위쪽으로 몽돌들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큰 나무가 있었고 그 아래 평평한 자리가 있어 텐트 치기엔 안성 맞춤이었다.
다시 본 선으로 돌아가서 물건들을 실어 나르려고 하다가 잠시 반대쪽 작은 베이를 살피는데
표지판이 하나 보인다. 개와 캠프 화이어는 금지란다.
아무도 없는 섬에서 그 표지판을 못 본 것 처럼 그렇게 무시 할 수도 있었지만
'상식과 약속이 통하는 나라이니 남이 안 볼 수록 내가 먼저 지키자!'
평소엔 없던 그런 마음이 자연히 생겨난다.
그래서 그냥 섬 능선을 따라 난 잔듸 풀 사이를 산책 하고
다시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언제나 느릿 느릿 하는 "백" 형이 물에 들어 갈땐 제일 먼저이다.
뒤 따라 나와 "한"이 풍덩~
입구 쪽 바위로 향한다.
두명은 좀 더 배와 가까운 쪽에 남겨두고 나 혼자 돌 섬 쪽으로 더 나가 본다.
아쉽게도 4m 미만의 수심에 크레이는 보이지 않는다.
두명을 멀리서 보니 계속 해녀 처럼 물 속으로 들어 갔다 나왔다 한다.
뭔가를 계속 잡고 있는 듯 해 나도 일지감치 크레이는 포기하고 그들과 조우 한다.
벌써 양파 망에는 주먹 두개 사이즈의 성게들이 그득하다.
배 위에 올라오니 이제 모두들 꼬르륵~ 하는 모양인듯 다들 침을 삼킨다.
망에 가득한 성게를 콕핏에 쏫아 놓고 나는 장갑을 낀체 칼로 성게의 반을 딴다.
그것을 든 숟가락 용사들은 샛노란 성게알을 듬뿍 떠 각자의 입에 털어 넣는다.
너무 너무 고소하다.
배 고픔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나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는지 미처 몰랐다.
먹을 때 마다 그 맛 때문인지 아니면 그로인한 웃음 때문인지 행복 입꼬리가 올라간다.
: 카발리 체널 안쪽으로 들어 오면서 다시 아래 사진 처럼 비교적 잔잔하게 됨 (그림:7)
: 3번째 정박지가 될 Waiiti Bay 에 다가 감
: 몽돌의 해안 위로 중간에 보이는 큰 나무 아래 평평한 자리가 텐팅을 계획 했던 곳
: 상륙을 하여 능선에 오름 (정박해 있는 배와 멀리 왼쪽 상단에는 내일 아침에 돌아가야 할 플랫 아일랜드가 보임)
: 능선을 타고 반대 쪽 베이를 살펴 봄.. 체널 안쪽이라 이쪽에도 파도는 없음.
그러나 수심이 낮고 수초가 없는 모래 지역이라 크레이는 없을 것으로 판단 됨.
멀리 보이는 섬 주변에 정박하고 암초를 따라 크레이 사냥을 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몰려 오는 곳~
: 성게는 까서 바로 먹을 때 훨씬 색이 밝고 탱글하고 고소함.. 스칼럽 처럼 바로 까 먹을 때 바다 향도 최고 ~
: 마지막 식사 거리는 역시 "홍 & 광" 이 해결 해 줌
: 낚시 신동의 재주 (물고기 뿐만이 아니라 캐스팅 하여 갈매기도 낚음..ㅋㅋ)
: 갈비살 바베큐 이후 얼클한 해물탕에 소주 한 잔의 밤 ~
첫댓글 하 !!! 이제 잘보입니다. 멋진 환상의 요트크루징입니다. 부럽습니다. 예전에 코리아이글스라는 글라이더팀에서 25일동안 북섬에서 남섬 끝까지 차로 한바퀴
여행하며 그때는 글라이더에 미쳐있을때라 뉴질랜드의 산이란 산은 닦치는대로 비행하던때가 있었는데 요트를 알았더라면 ㅎㅎ 뉴질랜드의 블랙매직팀이
아메리카컵을 2년패 하겠다고 온나라가 들썩들썩하였었는데 우린 그게 뭔지도 실감을 하질못했던 기억이었습니다.
와우~ 회장님이 글라이더 메니아 셨군요? 저도 팀뉴질랜드가 아메리카컵 우승할때 거기 있었는데..ㅋ
남섬에서 운전하다보면 푸른 초원위로 새 하얀 글라이더가 그 위를 활공하는 것을 가끔 목격할 때가 있었는데 차 세워두고 넋 놓고 고개 젖히고 보던 기억이 납니다...
어렷을때 꿈이 파일럿이어서 관심만 많다가 결국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했고 세번째 날다가 나무에 처밖아 다친 후에는 나는 것에 포기를 했고 결국 아쉬움으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