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침묵
SNS 뉴스에서 대구의 무료급식 장소 중 한곳을 제외하고는 폐쇄가 된다고 읽었다. 그 중 한곳은 도심의 주택 밀집지역에 있어 각종 소음으로 민원이 몇차례 있었고, 나머지 두곳은 장소도 넓고 민원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밀려 들다보니 그곳의 환경이 나빠질 것은 뻔하다. 그러나 음식제공자들은 사비를 들여 하는 봉사활동을 막는다며 안타까워 하였다.
해당 지자체의 고충을 모르는바 아니다. 늙은이들이 모이면 시끄러이 폐휴지 버리고, 소주병을 들고와 술을 마시기도 하며, 때론 구석진 곳에 소변을 보기도 한단다.
반응이 어떤가 하여 달린 댓글을 보니 하나같이 노인들의 행태에 성토의 글이다. 사이트에 노인들이 들어올리 없으니 보나마나 젊은 사람들의 글일 것이다. 그래도 '예끼!' 한마디 글 남기려다 발을 빼었다.
한끼 식사를 위하여 여러 정거장을 걸어온 사람들도 있고, 한잔 나누려고 봉지안에 소주병을 숨겨 온 노인도 있을 것이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국민주권주의, 국가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됨을 정의하였고, 공무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다. 그렇다면 그 사유를 설명하고 대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여야함이 옳다.
나는 어느 쪽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고자함이 아니다. 어제 걸려온 부산의 지인과 통화에서 그는 중국의 거대한 인터넷 검열 차단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떠올리는듯, 우리 사회도 예전과 같지 않으니 남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배척하지 말란다. 물론 나는 나름의 한계를 지키고 있으며, 그런 것도 못하면 무슨 자유를 느끼겠느냐고 하였지만, 침묵하라는 그말의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개미와 베짱이에 대한 이솝우화가 있었다. 우리에게 알려진 이솝우화는 고대 그리스의 아이소포스(이솝)이 지은 이야기(Αισώπου Μύθοι, Aesop's fable) 묶음이다.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 교훈은 부지런함의 중요성과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여름과 가을 개미들은 땡볕 아래서도 땀을 흘리며 다가올 겨울을 위해 부지런히 먹이를 모은다. 반면 베짱이는 나뭇잎 위나 그늘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 개미는 베짱이에게 함께 겨울을 준비하자고 권하지만, 베짱이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놀기만 한다.
기나긴 겨울이 찾아와 눈이 내리자 베짱이는 먹을 것을 전혀 구하지 못해 굶주림과 추위에 떨게 된다.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 수프와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지내는 개미들과 대조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배고픈 베짱이가 개미에게 찾아가 먹이를 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개미는 여름에 무엇을 했냐며 베짱이를 꾸짖고 도움을 거절한다. 그러나 현대 동화에는 마음 따뜻한 개미가 베짱이를 집으로 들여보내 따뜻한 난로가에서 음식을 나누어 준다. 베짱이는 자신의 행동을 깊이 뉘우치고, 다음 해부터는 개미와 함께 열심히 일하기로 약속한다.
먼저 개미의 먹이 활동은 주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령의 일개미들이 위험한 외부 활동(먹이 탐색)을 담당한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는 집으로 돌아가며 바닥에 페로몬을 남겨 동료들에게 길을 안내한다. 발견한 액체 먹이는 자신의 '사회위(social stomach)'에 가득 담아 몸집을 부풀려 둥지로 운반한다.
꿀물, 설탕물, 과일즙, 진딧물의 단물 등을 섭취해 활동 에너지를 얻는다. 작은 곤충이나 동물의 사체 등을 잘게 잘라 둥지로 가져가며, 이는 주로 유충의 성장을 돕는 데 쓰인다. 둥지로 돌아온 일개미는 입과 입을 맞대어 저장했던 액체 먹이를 여왕개미나 유충, 다른 일개미들에게 토해내어 나누어 준다.
그러한 개미들의 군집생활에서는 '파레토 법칙'이 존재한다. 이 법칙은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해낸다는 법칙이다. 개미사회는 20%의 개미가 일해서 80%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다. 전체 개미의 80%는 언제든 발생하는 붕괴사고 등에 투입하기 위하여 대기 중이다. 그래서 개미는 자기 노동력의 80%를 비축해 놓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다수의 사람들은 개미알은 여왕개미만 낳는 줄로만 알고 있다. 그런데 일개미들이 알을 낳지 못하는건 생식기관이 발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왕개미들이 그들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화학물질을 매일 뿜어대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강력히 막는데도, 변방에서는 여왕개미의 화학물질이 희석되어 일개미들이 알을 낳는다. 그러면 여왕개미가 쳐들어 가서 다 물어 죽인다.
여름내내 일을 하지않고, 나무 잎위나 그늘에서 바이올린 켜며 노래만 불러대던 '베짱이의 삶'은 전통적으로 게으름과 방탕함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나, 현대에는 휴식과 여유, 예술, 그리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삶의 태도로 재해석되고 있다.
무조건 일만 하는 '개미'와 같은 워커홀릭(Workaholic : 일중독자) 삶에서 벗어나, 현재를 즐기고(욜로 문화 등) 자신의 행복과 여유를 찾는 삶으로 긍정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현대 사회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트렌드와 비교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의 다양한 결말 변화가 있다.
이솝 우화 속 모습과 달리, 실제 베짱이는 풀숲의 무시무시한 육식 사냥꾼이다. 베짱이의 먹이활동은 화려한 사냥 기술과 강한 식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주로 자신보다 작거나 힘이 약한 파리, 나방 등을 잡아 먹지만, 먹성이 매우 좋아 자신보다 큰 곤충이나 죽어가는 생물도 공격하며, 영양이 부족하거나 영역 싸움이 일어날 경우 동족 포식을 하기도 한다. 드물게 덩치가 큰 암컷의 경우 작은 개구리나 도마뱀까지 사냥하는 뛰어난 포식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베짱이는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밤이 되면 시력 대신 몸길이보다 길고, 예민한 더듬이를 사방으로 휘두르며 풀숲 사이의 먹잇감을 탐색한다.
앞다리와 가운데 다리에 돋아난 길고 날카로운 가시들을 이용해 먹잇감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싸 안듯 꽉 붙잡고 단단하고 날카로운 큰턱으로 씹어 먹는다.
베짱이의 수컷은 여름 내내 식음을 전폐한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날개를 긁는다. 베짱이나 귀두라미 수컷은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오로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이다. 그 목표를 위해 굶으며 필사적으로 날개를 긁는다.
그럼에도 이숍이야기는 베짱이를 놀부로 만들었다. 야행성이라 밤에 먹이 활동을 하고, 대신 낮에는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에 충실한 베짱이를 놀부 취급을 하였으니 세상 비난에 댓글 달지 아니하고 침묵한 베짱이가 억울해할 법도 하다.
길을 걷다가 시내의 작은 산을 마주했다. 전철역에서 내려 두 정류장을 걸었고, 거쳐가는 길이다. 나는 도심을 걷다 산이 있으면 직진을 하는 경우가 더러있다. 숨가쁘거나, 홀연하거나 이런 경우 대화의 상대 마져도 없으니 때론 생각의 말도 침묵한다.
산길을 오르니 아파트 군락들 뒤에 고분들이 있었다. 이곳 고분들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에 조성된 삼국 시대 고분군이란다. 시대적으로 보면 신라나 가야의 왕이나 귀족의 무덤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세상을 주름잡던 영웅호걸, 그들도 침묵 속으로 사라져갔다.
시끄러운 소수와 침묵하는 다수, 우리 사회는 목소리를 높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시끄러운 소수와 국가나 사회, 특정 집단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불특정 절대 다수가 있다.
침묵의 나선이론,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느끼면 고립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선택하고, 다수라고 느끼면 적극적으로 표출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식수준(특히 문자 해독력)이 낮으면 특정 세력의 선전선동에 이끌리고 만다. 한편의 침묵은 금이라는 명제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어제도 동네 친구들과의 이야기 중에 국민들의 의식수준..."그깟 대학, 돈만 있으면 다니는걸 그게 지식의 보루라고?" 하는 말들이 오갔다. 혼란스런 세상엔 광야의 외침처럼 목소리 큰자의 천국인 것 같지만, 그래도 여론은 강한 바람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불길처럼 그 방향잡이가 어렵다.
개미와 베짱이의 실생활을 알고나면, 사람들의 그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때론 침묵(댓글)을 깨어야 하는게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