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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자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다. 주 내용은 ‘절간’이라는 용어를 기사에 사용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절간’의 ‘간(間)’ 자가 ‘똥간(뒷간)’의 ‘간’과 같다는 점을 근거로, 절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찾아보았다. ‘절간’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된 시기가 조선 전기에서 중기 사이, 즉 성리학이 국가 통치 이념으로 자리 잡고 불교가 억압받기 시작한 시기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고려시대까지 ‘절’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화려한 공간이었지만, 조선이 건립되면서 도성 안의 절들이 철거되고 스님들은 산속으로 쫓겨났다. 사찰은 국가의 공식 기관에서 ‘산속에 있는 외딴 건물’ 정도로 격하되었다.
이때부터 ‘사찰(寺刹)’이나 ‘가람(伽藍)’ 같은 장엄한 한자어 대신, 민간에서 쓰는 접미사 ‘~간(間)’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이는 절을 ‘종교적 성역’이 아닌, 단순히 ‘사람이나 물건이 머무는 공간’으로 취급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한 배경에는 유교 선비들이 사찰을 유람하거나 스님들을 부릴 때, 격식을 차리지 않고 낮잡아 부르는 과정에서 ‘절간’이라는 말이 일상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는 일반 백성들에게는 비하보다는 ‘친숙함’의 표현으로 ‘뒷간’, ‘대장간’처럼 자신들의 삶과 밀접한 공간 뒤에 ‘간’을 붙이듯, 산속에 있는 절을 자신들의 언어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절간’이라 부르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절간’이라는 단어는 조선 시대 중기 이후의 소설, 시조, 야담에서 자주 발견되며, 특히 17~18세기 판소리나 고대 소설 등에서 절의 풍경을 묘사할 때 “깊은 산속 절간에...” 같은 표현을 많이 썼다. ‘절간’이라는 말이 대중에게 아주 익숙한 단어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로 미루어 유교적 지배층에게는 격하(폄하)의 의미가 섞여 있었고, 대웅전 같은 장엄한 건축물을 ‘방 한 칸’ 혹은 ‘뒷간’ 정도의 수준으로 낮추어 부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문구의 느낌 격이 낮은 똥간(뒷간), 외양간, 푸줏간, 대장간, 방앗간, 목동간 등으로 분류해 종교적 공간인 ‘사찰(寺刹)’에 비해 격식이 낮고 세속적인 평가를 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피지배층에게는 일상적이고 구어적인 표현으로 굳어진 것이라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주장이다. 오늘날에도 ‘절간’이라는 말이 반드시 비하의 의도로만 쓰이지는 않는데, 일반 대중에게는 비하의 의미보다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곳’이라는 정겨운 우리말 표현 혹은 관용구로 굳어진 측면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즉 ‘간(間)’은 공간을 나타내는 보편적 접미사로, ‘~간’이 똥간(뒷간)에 쓰였다고 해서 비하라는 논리는 비약이라는 견해이다.
그래서 ‘절’이라는 순우리말 뒤에 장소를 뜻하는 ‘간’이 붙은 것은, 한자어 ‘사찰’이나 ‘사원’이 들어오기 전부터 민중들이 ‘절이라는 공간’을 편하게 부르던 방식이라는 해석이다.
‘사찰’이 관공서나 문헌에서 쓰는 딱딱한 행정적 용어라면, ‘절간’은 민초들이 일상에서 가깝게 느끼며 사용하던 정감 어린 표현이었다. 즉 비하의 의도가 있다고 보지 않고 평화롭고 정적인 분위기에 대한 동경을 담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 ‘절간’이라는 언어가 갖는 뉘앙스로 보는 것이다.
‘절’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신라 불교 공인 전인 4~5세기경부터 민간에서 쓰이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학설은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阿道和尙)과 관련되어 있다. 신라 미추왕 때 아도화상이 불교를 전하러 왔을 때, 일선군(현 구미)의 ‘모례(毛禮)’라는 사람의 집에 머물렀다. ‘모례’의 신라식 이름이 ‘털례’ 혹은 ‘저례’였다고 전해지는데, 사람들이 그가 사는 집을 가리켜 ‘저례의 집’이라고 부르던 것이 시간이 흐르며 ‘저례→절’로 축약되었다는 것이다.
정설은 아니지만, ‘절(拜)’을 하는 곳이라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의 고대 언어(팔리어/산스크리트어)에서 장로(스님)를 뜻하는 ‘테라(Thera)’ 혹은 사찰을 뜻하는 단어가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북아시아로 넘어오며 ‘절’이 되었고 일본어로 건너가 ‘데라’로 변했다는 학설도 있다.
영어 단어 ‘템플(Temple)’의 유래는 라틴어 ‘템플룸(Templum)’에서 왔다. 이 단어는 고대 로마의 점술가(Augur)들이 점을 칠 때, ‘하늘이나 땅에 설정한 성스러운 구역’을 의미했다. 점술가가 지팡이로 공중에 사각형 모양의 경계를 그은 뒤, 그 구역 안으로 새가 어떻게 날아가는지를 보고 신의 뜻을 해석했는데, 이 구획된 공간이 바로 템플룸이었다. 이렇게 서양의 ‘Temple’ 개념은 보이지 않는 공간을 나누고 관찰한다는 추상적이고 점술적인 행위에서 유래했으며, 물리적인 건물을 넘어,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신성함을 관찰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Church(교회)’는 그리스어 형용사인 ‘키리아콘(κυριακόν, Kyriakon)’에서 왔는데, ‘주님께 속한(Belonging to the Lord)’이라는 뜻이다. ‘주님/주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키리오스(Kyrios)’에서 파생되었는데, 원래는 ‘키리아콘 도마(Kyriakon doma, 주님의 집)’라는 표현에서 ‘집’이 생략되고 ‘주님의 것’이라는 의미만 남아서 건물을 지칭하게 되었다.
‘Temple’이 신성하게 구별된 구역(Cut)을 뜻한다면, ‘Church’는 그 주인이 누구인가(Lord)를 강조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불교 사원을 부르는 명칭은 상황과 맥락, 그리고 상대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즉 가장 ‘올바른’ 표현이라기보다, ‘상황에 가장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장 공식적이고 정중한 표현은 ‘사찰(寺刹)’이 적당하며,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불교의 수행 공간을 부르는 가장 보편적이고 공식적인 단어이다. ‘사(寺)’와 ‘찰(刹)’ 모두 절을 뜻하는 한자어로, 격식을 갖춘 자리나 문서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신앙적·존중의 의미를 담은 표현은 ‘도량(道場)’이 적당할 것이다. 불교 신자나 스님들이 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도를 닦는 신성한 장소’라는 뜻이다. 건물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수행’에 가치를 둔 단어이다.
학술적 표현은 ‘가람(伽藍)’이 적당한데, 이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 ‘승가람마(Saṃghārāma)’의 줄임말이다. 즉 ‘승려들이 모여 사는 정원’이라는 뜻으로, 사찰의 건축적 배치나 규모를 논할 때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정취적 표현을 담은 말로는 ‘산사(山寺)’라고 부르는데, 한국 사찰의 지리적 특성을 담은 표현이다. 문학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명칭으로 ‘산지승원’이라고도 명명된다.
아무튼 ‘절’은 가장 오래된 우리말이며,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단어지만, 민중언어인 ‘절간’으로 치환되면 다소 낮잡아 보는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사찰’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하다. 여기에 불교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을 더하고 싶다면 ‘도량’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언어는 시대에 따라 그 의미와 온도가 변하는 것이다. 설령 과거에 일부 유생들이 비하의 의도로 섞어 썼다 하더라도, 수백 년간 민중의 입을 거치며 ‘조용하고 수양하기 좋은 곳’이라는 긍정적이고 중립적 이미지로 치환되었다면 이를 굳이 ‘절간’을 ‘똥간’과 연결 지어 금기시할 필요만은 없을 것이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 _()_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