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엄마별.
초록빛 반짝이는 엄마별이다~♪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 보던 만화영화의 주제가 시작 부분입니다. 주제가의 우주삼총사부터 시작해서 그랜다이저, 독수리 오형제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만화영화 주인공들의 임무가 우리의 엄마별을 지키는 것이었는지...

이렇게 시작하면 꼭 SF 애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낚시에 걸리신 겁니다. 어떤 면으로 보면 완전히 정반대의 얘기가 될지도 모르거든요.
만화 좋아하십니까? - 네, 물론입니다.
무협 좋아하세요? - 네, 좋아합니다.
그렇담 무협만화는요? - 흠... 대답이... 필요하신가요~?
저의 이야기 입니다. 만화도, 무협도, 그리고 당연히 무협만화도 좋아합니다. SF하고는 시간적 공간적 거리가 꽤 되지요? ^^
무협만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재학님이 아닐까요? 이현세님에게 까치가, 이상무님에게 독고탁이 있듯이 이 분께는 추공이란 페르소나가 있습니다. 마동탁과 준과 사도옥이란 인물들도 물론 빼놓을 순 없습니다만...
이 추공이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 추혼시리즈가 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늘 그렇듯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기구한 운명으로 인해 은둔생활을 합니다만 주변은 그를 조용하게 놔두질 않습니다. 특히 무협 안의 영웅에게는 영웅의 길이 따로 있는 것이니까요.
추혼시리즈는... (이것도 기억이 맞다면) 13절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숫자가 늘어나지요. 뒷 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조금씩 긴장감이나 완성도가 떨어지고 허무맹랑한 면도 나타나지만... 최초의 몇 편은 아주 볼만 합니다. 특히 여기에 언급될 추혼 16절은... 개인적 의견으로 그 중의 백미입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읽은 것이지만 기억에 남았고요, 그리고 오늘날의 연상작용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지요.

이름을 감추고 떠도는 주인공 추공, 정처없는 발길, 그가 흘러흘러 도착한 곳은 어느 외진 지방입니다. 그곳엔 지방관리가 있고-참 드물게(?) 능력있고 괜찮은 인물- 막강한 호족 가문이 있습니다. 이 가문은 황실에 반감을 품고 있으며 은밀히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지요.

도입부입니다. 강렬하지 않습니까?
쥐... 특정식물이 개화하는 시기를 노려 그 식물을 식량으로 먹고 번식할 쥐떼를 그들은 기르고 있습니다. 그 쥐떼를 통해 병을 유발해 커다란 재앙을 불러 일으켜 그들이 증오하는 나라를 전복하려는 속셈이지요. 주인공이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건 이야기 전개 상 필연이랄까요? ㅎㅎㅎ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와 대응책을 준비해 놓은 음모자들(적당한 단어가 없어 그냥 이 말을 쓰기로 합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그들의 뜻대로 되어가는 것 같지만... 그렇습니다, 인간의 일이란게 작은 구멍이 없을 수 없고, 더욱이 극단적인 방법을 쓸 경우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확률은 무척 커집니다.
급격히 불어난 쥐떼들은 더이상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계획한 인간들의 모든 계산을 넘어서서 그들이 불러오는 재앙은 적도 없고 아군도 없이 생명을 비롯한 모든 것을 파괴해 나갑니다. 이 경우 인과응보란 말은 그다지 적합치 않습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모든 이들이 힘을 합해 이에 대항해야 하거든요. 절세의 무력을 가진 추공도, 막강한 권력을 가진 황제도 이 쥐떼가 불러오는 자연의 재앙 앞에 속수무책입니다.

군대도 별 수 없습니다. 쥐떼들의 공격 앞에선 무력하기만 하지요.

가난뱅이도 부자도, 쥐들은 상대를 가리지 않습니다. 나름 공평하다고나 할까요?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요?
위기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이제 피할 곳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누군가가 천지신명을 믿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합니다.
천지신명... 이 경우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라도 불러 오려는 것일까요?
이 작품에서 저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든 그 천지신명은, 그가 의미하는 피리부는 사나이는...

그렇습니다. 자연입니다. 자연의 치유 능력이요, 자연의 자정 능력입니다. 인간이 믿는 모든 것들이 무력한 그 때, 홀연히 나타나 구원해 주는 천지신명, 그것은 바로 대자연인 게지요.

예전 이 소강호에서 동도분들과 이런저런 댓글 끝에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에 대해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만화를 보면서 이 이론을 생각해 냈던 것인지, 이 이론을 접하면서 이 만화를 연상한 것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같이 생각났다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가이아 이론 [Gaia theory]
1978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저서를 통해 주장함으로써 소개된 이론이다. 가이아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가리키는 말로서, 지구를 뜻한다.
러브록에 따르면, 가이아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로서,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것이다. 즉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생명체로 바라보면서 지구가 생물에 의해 조절되는 하나의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현재 이 이론은 지구상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인간의 환경파괴 문제 및 지구온난화 현상 등 인류의 생존과 직면한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네이버 백과 사전 발췌 --
초록빛 반짝이는 엄마별... 가이아, 대지의 여신은 어머니, 지구... 1978년이면 결단코 우주삼총사 방영 이후인데 그 러브록은 우리의 이 주제가를 듣고 힌트를 얻었던 것일까요? ㅋㅋㅋ
지구가 우리의 몸과 같이 하나의 생명체라면, 당연히 면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어지간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나 시스템 언밸런스가 불러오는 병들은 외부 처방이 없이도 그냥 스스로 치료하고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며 그렇게 건강을 지켜나갈 터이죠. 그러나...?
저는 그 댓글 끝에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인간은 어쩌면... 그 번식 속도나 해악을 끼치는 정도를 봐서 우리의 육체에 빗댄다면 암세포가 아닐까 한다고요. 어느 정도 비정상적인 암세포는 면역능력으로 제거가 가능하겠지만, 그것들이 빠른 시간 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 그리하여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재앙을 불러온다면? 지구라는 생명체가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짐을 안겨주게 된다면?
지구는, 지구라는 생명체는, 우리의 어머니 초록별은 스스로에게 극약처방을 하게 되겠지요. 방사선 치료나, 절제 수술 같은... 그 모든 것을 품기엔 그 독성이 너무나 강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먹히지 않을 경우, 생명체의 필연적 종말...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지나친 망상입니까? 연상의 꼬리가 너무 지나치게 길어진 것이기를, 저도 바랍니다.
인류의 미래를 그린 영화들은 많은 경우 암울합니다. 영화적 완성도는 둘째 치고 그 분위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재앙 영화는 꽤 많이 만들어졌지요. 많은 경우 그 재앙을 피하고자, 그 재앙의 원인을 제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스토리입니다. 아마게돈이 그렇고요, 딥 임팩트가 그렇고요, 투모로우란 영화도 그렇습니다.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란 영화, 인간의 환경 파괴에 의해 급격히 다가온 새로운 빙하시대... 크게 보면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는 인간 군상들입니다. 아메리카 합중국의 대통령도 별 수 없습디다. ㅡ.ㅡ 결국 당면한 재앙을 살짝 피해 살아남아 한다는 얘기가 "우리는 커다란 잘못을 어쩌고저쩌고..." 물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안고치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지구 밖 우주선에서 하얗게 변한 지구를 바라보며 한 우주인이 말합니다.
"저렇게 깨끗한 지구를 본 적이 있나?"
저는 그 장면을 본 그 때 맘 속으로 외쳤습니다.
"깨끗한게 당연하잖아. 인간이 없는 걸~!!"

한 병 남은 액체, 난방용 알코올로 사용하지 않고 건배를 위한 술로 잔에 따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위해서~!' 라고 외치는 멋은 당연히 해당사항 없습니다.
지구로 돌진하는 운석을 파괴하기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우주선에 탑승하는 용기는 물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아이들이 만화영화 주제가를 천진난만하게 즐겁게 부를 수는 있게끔은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초록빛 반짝이는 엄마별이다~~ 온 힘을 다하여서 지켜나가자~~"
요즘은 정말, 몇 세기 전 다른 대륙에 존재했던 그 천지신명, 피리부는 사나이를 소환이라도 하고 싶네요. 이 땅 위에 쥐떼들을 박멸시키고 싶어요. 정말 간절히요.

만화영화 주제가 대신 이거나 불러 볼까요?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바람 따라 가는 떠돌이...♬
첫댓글 호곡! 장르를 넘나드는 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내공. 얽기 설기 뿌린 것 같아도 끝내 하나로 모아 '쥐떼박멸'이란 결론에 도달하는 이 심오함. 아으... 이걸 복사해다 퍼트리고 싶다--; 조용히 묻히기엔 아깝다능./그나저나 추혼16절, 마지막에 알고보니 아버지가 원흉이었지요?? 으 그때의 충격이란@@
일단 감사하고요...^^;; 아버지가 원흉인 그... 그건... 검신검귀 아니었나요? 많은 무협들이 비슷한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준 듯 싶지만, 일단은 우선 검신검귀가 떠오르는군요.
호곡~ 심오한 카툰의 세계....ㅡㅡ;;;;;;
물수님하도 카툰의 세계로 오삼... ^^;;
마치 60분짜리 다큐멘타리를 보는 것같고 블록버스터를 보는 것같기도 한 아슬란표 카툰 카니발 ㅎㅎ;; 갈채를 보냅니다. 저 쥐소동은 나도 얼핏 본것같은데 도입부만 기억이 나는 것이 누군가 또 슬쩍 베낀 것을 봤는지도 쩝 ㅋ
추혼시리즈... 13,14는 소장했었는데... 박하가 스토리를 썼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립네요 그 시절의 무협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