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1월 7일 새벽 1시경,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Cox’s Bazar) 내 33개 난민 캠프 중 하나인 캠프 5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를 진압하는 데 3시간 정도 걸렸지만, 그동안 약 900개의 거처가 파괴되고 수백 개가 추가로 피해를 입었다. 결국 7,000명의 로힝야 난민들은 또다시 거처를 잃었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캠프 5의 전경. 2024년 1월 8일. ©Jan Bohm/MSF
누르 바하르(Nur Bahar)는 남편이 살해당한 후 2017년 미얀마에서 벗어났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그녀는 이후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이제 곧 있으면 7살이 된다. 최근 발생한 화재로 그녀는 지붕과 벽을 잃었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한때 임시 거처가 있던 바닥 위 카펫에 앉아 있다. 주변에는 다른 지역사회 주민들이 지원해 준 식량과 옷이 놓여 있다.
제 거처에 불이 붙었을 때 잠에서 깼어요. 남편이나 가족이라 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저를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다른 주민들이 가져다준 식량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제 거처를 다시 짓는 것을 도와줄 사람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_누르 바하르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상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67세 여성 아누하라(Anuhara)는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아누하라는 캠프에서 주로 아들 두 명과 그 중 한 명의 아내와 함께 사는데, 아들의 아내는 화재 발생 이틀 전 출산을 해 그녀를 거두어 준 친척들이 거주하고 있는 캠프 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상태다. 아누하라의 두 아들과 다른 가족들은 대나무로 된 임시거처를 짓고 있다. 아누하라는 입고 있는 옷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잃었다.
제가 입고 있는 옷이 이제 저의 유일한 소지품입니다.”_아누하라
소나 울라(Sona Ullah)는 화재로 파괴되었다가 최근 재개원한 발루칼리(Balukhali)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인도적 지원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맡은 업무는 캠프 내 다른 로힝야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국경없는의사회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는 플라스틱 시트로 지은 임시 천막 아래 서서 말한다.
아들의 결혼식을 위해 거처를 막 장식해 놓았었죠.”_소나 울라
이제는 그도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다. 이번 화재로 그와 그의 가족 또한 거처를 잃었기 때문이다.
공식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결과는 참혹하다. 미얀마에서 폭력 사태를 피해 달아난 로힝야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집을 잃었다. 2017년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 대규모로 유입되었던 로힝야 사람들은 임시 캠프 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이들이 처한 상황은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캠프 내 영구적 건축물 건설은 금지되어 있고, 노동이 허용되지 않고, 아동들은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로힝야 사람들은 이외에도 더 많은 제약을 마주하고 있다.
화재로 파괴된 학교 근처 바닥에 “아이들이 놀고 있어요”라고 적힌 표지가 불에 그을린 채 놓여 있다. 2024년 1월 8일. ©Jan Bohm/MSF
그럼에도 로힝야 지역사회의 회복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캠프 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신속히 해당 지역에 도착해 옷과 식량을 지원하며 초기 대응을 했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심리적 응급 처치를 제공하고 기타 구호 단체와 함께 인도적 수요를 조사하며 보다 체계화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근방에 위치한 캠프 11에 또 다른 치명적 화재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캠프 5가 화재로 파괴된 후, 캠프 11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식량과 옷을 가져다줬습니다. 로힝야 사람들은 강인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미래의 비전이 필요합니다. 계속해서 임시적인 환경에서 살면 존엄성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됩니다.”_에릭 엥겔(Erik Engel)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에릭 엥겔이 소나 울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년 1월 8일. ©Jan Bohm/MSF
첫댓글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 슬프고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