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오늘아침은, 짧았던 독일여행을 끝내고, 오스트리아 빈 으로 가는 날이다.
독일의 깔끔하고 시설좋은 유스호스텔도 이제 끝났구나... ㅠ^ㅠ
뮌헨역에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흰소세지를 먹으며, 독일에 다시 여행 올,,, 그 기약없는 날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새로운 도시 '빈'으로 향했다.
이제 유럽기차를 타고 이동하는것도 많이 익숙해져서, 그다지 긴장하지 않으면서 시간도 잘 보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빈에서 먹어봐야할것들, 빈의 오페라극장, 미술관, 카페 등을 생각하며 하루의 계획을 짜다보니, 어느새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오늘도 역시나 기대되는 여행~!!
빈의 서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오늘의 유스호스텔! Ruthensteiner! (17유로. 조식불포함. 조식:2.5유로)
(독일의 유스호스텔들처럼 크고 화려한 시설은 아니지만, 작은 규모에 비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리셉션과 분위기 있는 라운지가 있어서 언제든 그곳에서 쉴 수도 있고, 기타와 피아노가 있어서 때때로 연주를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17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침대나 샤워시설도 괜찮음. 여기도 역시 mix룸)
1층의 휴식공간
맘에 들었던 피아노.
숙소에서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관광에 나섰다. 빈의 하늘도 참 맑다!
빈의 지하철 'U-Bahn'
빈의 볼거리는 시가지와 슈테판 사원을 중심으로 다~ 모여있기에, 우선 슈테판 사원 으로!
크고 웅장한 슈테판 사원을 사진속에 담기위해, 사원앞에는 너나 할것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꽉~차 있다는!
이렇게 사진을 찍으려고 어정거리고 있을 때,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오늘밤 열리는 오페라의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며 나에게 호객행위를 하기 시작하였다.
두번이나 오페라를 놓쳤기에, 이 남자가 판매하는 25유로짜리 저렴한 오페라티켓에 눈이 번쩍 뜨인 나는,
당장 티켓을 사고,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오늘저녁 공연을 기약하며 슈테판 사원을 떠났다.
(공연장에 가서, 이 티켓과 공연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만... 그건 뒷 부분에 자세히 ^^)
슈테판 사원 근처의 시가지를 좀 더 구경한 뒤, 허기가 지기 시작한 나는 커피향이 향기롭기로 유명하다는 빈이니만큼, 유~명한 카페에 가기로 했다.
내가 간 카페는 'Demel'(데멜)이라고 하여, 200년 전 황실 전용 베이커리였다고...
아 역시 유명한 곳인 만큼,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카페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나는 혼자이니 쉽게 카페의 바 쪽에 자리를 잡고, 초코케익과 일명 '비엔나 커피'라고 불리는 '아인스페너'를 시켰다.(9.4유로)
솔직히 케익은 온통 초코로 뒤범벅이 되어있어서, 그 달콤함이 도를 지나쳐... 혼자서 하나를 다 먹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게다가 가격이나 명성에 비해, 직원들이 너무나 불친절하고 웃음이 없다.
아무리 관광객들에게 치인다고 하더라도, 이런 명소에서 직원들의 태도가 빈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면 이렇게 불친절하게 대할수는 없을 것이다.
숙소의 리셉션에서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메말라 있고 표정이 없어보이는 첫 인상... 사람들도 건조하고 건물도 건조하다. 항상 잘 웃어주는 파리인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뭐, 이것도 여행객의 짧은 견문에서 나오는 투덜거림이지만,,, ^^
데멜에서 나온 뒤, 시가지 구경을 끝내고 오스트리아의 대표박물관인 '미술사박물관'으로 갔다.(7.5유로)
건물은 그냥, '크고 화려하구나' 싶다.
이 박물관안에도 많은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다른데서는 잘 볼 수 없는 브뢰겔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게 참 좋다.
다른 작품들도 다 마찬가지이지만, 벨라스케스의 작품은 도판으로 보여지는 것과, 실제 보여지는 풍부하고 오묘한 색감이 너무나 차이나서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을 수록 더 빠져드는 느낌이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주로, 시가지나 건축물 관광보다는 미술관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는데,
유럽이라는 예술의 보고에서 3~10유로 정도의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분명 우리가 기대한 그 이상일 것이다.
나 역시 미술의 문외한이었기에, 여행가기전 간단한 미술사의 맥락을 공부하고, 여행 도중 미술관 관련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반복하여 읽어, 조금이나마 관람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이라는 책을 추천해요. 저자는 '이주헌'입니다.)
이 미술사박물관 곳곳에는 유명작품을 모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실내에서 찍었더니 흔들렸네요.
바닥의 무늬가 인상깊다.
관람을 다 끝내고 호프부르크 왕궁 쪽으로 가서, 왕궁구경엔 별로 관심이 없는지라, 부르크정원의 모짜르트 상에 가보기로 결정!
모짜르트 동상앞의 높은음자리표.
이 높은음자리표를 어찌나 보고 싶었던지... 단지 이걸 보기 위해서 모짜르트 동상앞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만큼 역시, 이걸 보고 나니 여기선 더이상 볼일이 없구나~ 자, 저녁 먹으러 가자!!
오페라가 시작하려면 약간 여유가 있길래, 공연장 근처의 작고 평범한 레스토랑에서 빈의 대표 요리인 '슈니첼'을 맛보기로 결정.
'제크트'라고 하는 오스트리아 스파클링 와인을 식전에 마셔주자.

'슈니첼'은 이렇게 세 덩어리가 나왔는데, 겉이 바삭바삭하고 아무런 소스없이 레몬을 뿌려먹기에 담백하게 먹을만 했다.
그냥 뭐 '바삭한 돈가스' 정도? 한국에서 돈가스를 먹으면 될 것 같다. (와인3.2유로+슈니첼14.8유로)
게다가 요리시간이 엄청 길어서, 식사가 나왔을때는 이미 오페라 시간이 임박... 결국 맛을 음미할 것도 없이 급하게 삼키고, 물한잔 마실 여유도 없이 오페라 공연장인 오랑제리로 뛰어 갔다.
도착해서 티켓팅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이게 왠걸... 오페라가 아니라 모짜르트와 스트라우스의 오케스트라 연주 공연이다. ㅡㅡ
하긴, 전문 오페라배우들이 하는 오페라가 25유로 밖에 안할리가 없지않은가........
게다가 공연장은 극장이라기보다, 커다란 홀에 임시로 의자를 죽 나열해놓은 곳이었다.
그래도 공연시간이 점점 다가오니, 기대감이 커지며 두근두근!
주변에 온통 일본인들이다. 나도 일본인인줄 알고 일본어로 말을 건다. 그냥 웃고 넘기자.. ^^;
1부는 모짜르트의 음악이, 2부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음악이 연주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하고 있으면, 소프라노와 테너가 나와서 독창을 하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또 곡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비록 좁은 무대지만 발레하는 남녀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도 하고, 연기를 하기도 하였다.
'돈 조반니'나, '피가로의 결혼' 같은 유명한 오페라에 등장한 곡들을 하나씩 선보이며 관객들을 기쁘게 한 1부의 공연...
1부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2부가 시작되자, 2부는 더욱 버라이어티 한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왈츠곡이 연주되자 관람하던 사람들이 모두 신이 나서 공연에 빠져들었다.
소프라노가 최고로 고음을 뿜어내면서 큰 박수를 받고, 한층 더 고조된 발레동작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역시나 큰 박수를 보냈다.
2부가 끝나고 모두 인사를 하고 난 뒤, 일종의 앵콜곡을 선사하기 위해, 인사할때만 제외하곤 언제나 뒷모습만을 보여주는 지휘자가 관객들을 바라보며 직접 박수를 유도하였다.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그 지휘에 맞춰 박수를 크게 쳤다 작게 쳤다 하였고, 공연장을 나설때는 모두들 흐뭇한 웃음을 띄며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불친절한 직원들때문에 기분이 우울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즐거웠던 이 공연은 앞으로도 '빈'을 떠올릴때 항상 나를 웃게 만들어 줄것이다.
<출처 : ★배낭길잡이★ 유럽 배낭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