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에 묘목들이 심겨 있다.[연합]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이 보상제도를 꿰뚫고 3기 신도시 땅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정부의 토지보상제도 역시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공공택지 보상 수준을 이전보다 높이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땅 세탁’을 노린 외지인의 투기 유인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토지보상금을 늘리면 풀린 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향할 수 있어 정부로서는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대토보상 활성화 방안에는 협의양도인택지 공급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신도시 아파트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방안, 대토리츠를 활용해 토지주들이 아파트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협의양도인택지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협의에 잘 응한 토지주에게 단독주택용지를 감정가 수준으로 우선 공급하는 토지를 말한다. 이는 신도시 예정지 내 1000㎡ 이상 면적의 토지를 소유한 토지주를 대상으로 한다.
최근 LH 직원들이 광명 시흥지구의 토지를 매입하면서 1000㎡ 단위로 쪼개 나눠 가진 것은 협의양도인택지 신청요건을 맞추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협의양도인택지를 받을 수 있는 토지주에게 아파트 특별공급권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일각에서는 LH 직원들이 이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도 있다. 특공을 받으려면 입주자모집공고 전까지 기존에 보유한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이후 전세살이를 감당할 만큼의 투자 매력이 높아야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당정은 땅만 가진 외지인이 원주민과 동일한 혜택을 봐선 안 된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외지인에 대해선 협의양도인택지나 이주자택지, 생활대책용지, 아파트 특별공급권 등 대토보상을 하지 않거나 보상을 하더라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LH 등 공공기관 직원은 대토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양도인택지 대상에 제공된 아파트 특별공급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추가로 언급된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광명 시흥에 투자한 LH 직원들이 보상을 받는 문제에 대해 “LH 내규를 통해 이들에게 협의양도인택지나 이주자택지 등을 배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항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연초 협의양도인택지 대상의 토지보유 기준을 1000㎡에서 400㎡로 낮추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아직 규칙이 시행되지는 않았으나, 토지 보유면적 기준이 줄어들면 더 적은 돈으로 투기할 수 있는 유인이 생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대토보상 활성화를 위해 대토리츠를 활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토지주가 보상으로 받는 토지를 출자받아 설립되는 리츠로, 부동산개발사업을 시행하고 그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이 역시 제도를 잘 아는 업계 출신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3기 신도시 중 지난해 8월 보상 공고를 낸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에서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올해 상반기 공고가 나간다. 정부는 택지 개발과 토지보상 전 과정을 살피면서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