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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미 서커스단 ‘링링 브러더스…’ 학대금지 여론·법 제정에 “중단”
미국 서커스단 ‘링링 브러더스 바넘&베일리 서커스’가 공연하는 ‘지상 최대의 쇼’의 백미는 거대한 코끼리들이 조련사의 지시에 맞춰 움직이거나 재주를 부리고, 단체로 춤을 추는 장면이다. 100년 가까이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쇼는 올해도 미국 내 115개 도시에서 5000여회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1949년 4월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링링 브러더스의 코끼리 서커스. 뉴욕 | AP연합뉴스
하지만 무대 뒤에서 코끼리들은 훈련을 빙자한 학대를 당한다. 야생에서 포획되거나, 사육장 안에서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서 강제로 떨어진 코끼리들은 조련사들의 명령에 복종할 때까지 ‘불후크’라는 이름의 날카로운 쇠갈고리로 연약한 살을 찔리고, 때로는 매를 맞으며 훈련받는다. 고통스러운 훈련 때문에 대부분의 코끼리들은 관절염과 결핵 같은 질병에 시달린다. 코끼리들이 서커스에 동원되는 기간은 평균 수명의 절반인 30년에 달한다. 글로벌 시민단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PETA)의 조사에 따르면 1992년 이후 링링 브러더스의 서커스에 동원된 코끼리 중 최소 30마리는 학대로 사망했다.
코끼리쇼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수십년 동안 빗발친 데다 최근 미국 내 여러 지역이 코끼리 학대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나서자 서커스단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서커스단 측은 5일 “관람객들의 비판에 따라 코끼리 공연 횟수를 줄이고 2018년부터는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끼리쇼가 시작된 1919년 이후 99년 만의 일이다. 서커스단 측은 자신들이 소유한 코끼리 43마리를 플로리다의 81만㎡ 규모 코끼리보존센터로 보내기로 했다. 미국동물애호협회(ASPCA)는 성명에서 “코끼리를 위한 큰 승리”라며 “다른 야생 및 희귀동물들이 서커스에 동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 학대 논란 속에 서울대공원에 돌고래쇼가 중단됐죠. 미국의 전통적인 서커스에서도 100년 만에 코끼리 쇼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박병일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코끼리 서커스입니다!]
'지상 최대의 쇼'의 하이라이트인 코끼리 서커스입니다.
1919년 처음 시작된 이래 미국에서만 연간 3천만 명의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모으는 일등 공신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공연 횟수가 점차 줄고 2018년에는 완전히 중단됩니다.
[케네스 펠드/펠드 엔터테인먼트 대표 : 우리 회사와 직원들, 그리고 관객들, 무엇보다도 코끼리를 위해 내린 최선의 결정입니다.]
코끼리 서커스는 비좁은 우리와 발목 쇠사슬, 그리고 쇠갈고리를 이용한 조련으로 동물 학대라는 비난을 받아 왔습니다.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수억 원대 벌금도 냈고 동물보호단체와 14년 동안 소송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도시마다 코끼리 서커스를 금지하는 법을 속속 제정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알레나 펠드/펠드 엔터테인먼트 부사장 : 우리는 거의 매주 각 도시에 다니면서 (코끼리 서커스 금지) 법과 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코끼리는 43마리, 현재 13마리가 공연에 동원되고 있고 나머지는 플로리다주 코끼리 보존센터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비난 여론에 밀려 100년 전통의 인기 코너 코끼리 서커스를 폐지하게 됨으로써, '지상 최대의 쇼'는 '지상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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