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9일 둘째 아들이 예쁜 딸을 낳았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에 있다가 퇴실하는 날 조리원 실장이 말하기를 아기가 열이나니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란다. 전날 저녁부터 열이 났다는데 조리원 측에서 알려주지 않았다. 조리원 측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옆에 있었지만 믿음이 가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가서 급히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을 시켰다.
5일동안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열이난 별다른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열은 금방 내려서 괜찮아졌는데 담당의사가 아기 엉덩이를 보여주면서 척추신경에 지방종이 있는 것 같으니 MRI 촬영을 해보자고 했다. 꼬리뼈 부분 엉덩이 사이에 일자로 골이 패여 있는 것이 정상인데 지방종이 있는 아이들은 S자로 패여있다고 했다.
십중팔구 지방종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MRI 촬영을 했더니 ‘척추 신경 지방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기가 너무 어려서 백일이 지난 후 수술날짜를 잡자는 의사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멀고 힘들었다. 이렇게 작은 아기를 수술대에 눕힐 생각을 하니 겁이 났다.
척추지방종은 지방종을 제거하지 않으면 신경이 눌려 발목에 힘이 없어 걸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대소변 장애도 있다고 한다. 그날부터 온 가족은 걱정을 안고 살았다. 마음이 여린 며느리는 잠 못이루고 눈물로 밤을 보낼 때가 많았다. 병 앞에 우리는 너무나 무능했다. 우리가 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아픔이고 고통이었다.
풍랑이 잠시 우리를 흔들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풍랑위에 좌정해계신 주님을 바라보며 용기를 냈다. 우리를 창조하신 야훼! 두려워 말라 말씀하신 야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말씀하신 야훼께서 우리 곁에 계심으로 우리는 힘을 얻고 소망을 가졌다. 이 병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그래 ! 바로 기도다! 기도밖에 없다. 우리 식구들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기로 결심했다.
열두광주리 새벽기도회 기간 때 조용기 목사님께서 요한복음 15장 말씀을 주시면서 “천상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께 지상 가지인 우리가 붙어있으므로 주님 주신 말씀대로 우리는 고침을 받았다”라는 말씀을 선포하셨을 때 그 말씀이 총알처럼 내 심장에 박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흥분되고 기쁜지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여기 저기 이 말씀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고 지역과 교구, 아는 사람 모두에게 기도부탁을 했다. 말씀을 받고 기도하면서도 때때로 불안하기도 했다.
다른 대학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아보기로 했다. 신경과와 비뇨기과에서 진찰을 받았다. 비뇨기과에서는 수술 후유증으로 평생 배변주머니를 차고 살 수도 있다고 했다. 담당의사는 좀 더 두고 보자고 했다. 우리 가족은 믿음으로 고침받을 것을 확신하며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살아계신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렀다. 아이는 돌이 한참 지났지만 걷지도 않고 붙잡고 서는 것도 힘들어했다. 걱정하는 며느리에게 늦게 걷는 아이도 있다면서 안심시켰지만 나 또한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2011년 12월 31일 드디어 우리 에스더가 걸었다. 17개월 12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할렐루야! 병원에서도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벅찬 감격과 감사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을 알았다. 이유없이 열이 나게 하셨고 그 열로 인해 병원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을 알았다.
이유없이 열이나게 하셨고 그 열로 인하여 병원에 가게 됐고 그러므로 병을 발견하게 됐고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게 하셨고 수술을 지연시켜주시므로 더 많이 기도하는 인내의 방법도 알게 하셨다. 우리 가족은 건강하게 무럭무럭 커가는 에스더를 보며 날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시 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