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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소띠해의 200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하시는 모든 일들이 순탄히 술술 풀리는 한 해가 되시고, 항상 행복이 가득한 한 해였으면 좋겠겠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청와대는 2009년 신년 화두로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다"는 뜻의 부위정경(扶危定傾)을 선정하였습니다.
작년 가을 구리시에 위치한 동구릉을 찾았습니다. 동구릉에 있는 릉 가운데 백성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 영조의 릉을 찾았습니다.
영조의 릉은 <원릉>입니다. 홍살문과 참도..그리고 정자각과 릉이 일자 형태로 전형적인 조선왕릉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날... 여성 3분이 원릉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집니다. 원릉을 거닐게 되면 영조가 생각이 나고 영조가 떠오르면 저절로 현 정치와 비교를 하게 됩니다. 백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조.... 새해에 철지난 가을 배경으로 원릉을 거닐어봅니다.
릉으로 오르는 사초지의 모습...
사초지를 거쳐 릉 위를 오르면 단아한 쌍릉이 석조물들과 함께 나타납니다. 영조와 영조의 비(妃)인 정순왕후가 조용히 잠들어 있는 원릉...
다른 왕릉보다 혼유석의 크기가 훨씬 크고, 혼유석을 받들고 있는 고석 또한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고석의 문양도 깨끗히 잘 보존되어 있어서 쉽게 어떤 문양인지 알 듯 합니다.
혼유석을 받들고 있는 고석의 문양... 두가지의 학설로 나뉘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도깨비 문양이라는 설과 다른 하나는 용의 머리 문양이라하는 설... 저는 처음에는 도깨비 문양으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용의 머리문양이라는 설을 듣고는 정말 용의 머리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석조물들이 군데군데 검은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쟁의 상흔이라고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 동구릉이 격전지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릉의 각 석조물들이 총탄과 포탄의 파편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원릉에서 가장 돋보이는 석조물인 문인석과 무인석입니다. 이들의 표정을 보시면 환한 미소가 느껴지고 바로 미소로 대하게 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조선왕릉의 문인석과 무인석은 모두 근엄과 엄숙..그리고 위엄을 갖추는 형상이지만 원릉의 문인석과 무인석은 이렇게 조선의 미소를 현대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조선 영조시대는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라고도 합니다. 이 시기에 영조라는 인물은 개인적인 컴플렉스와 정치의 이데올로기, 이념과 사상. 당파 싸움까지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군주의 개혁을 조금씩 펼쳐나가게 됩니다. 영조의 개혁은 조선이라는 틀 아래 백성들을 위한 개혁을 시도 하였고 많은 민초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영조의 생활은 매우 검소했습니다. 기운 옷을 입을 정도로 조선의 역대 왕중에 가장 검소하고 알뜰한 왕으로 알렸졌는데요. 영조의 수라상은 12첩 반상이 아니였고 더군다나 흉년이 드는 해에는 오로지 3가지 찬을 기본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나라의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솔선수범을 보여주는 리더쉽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의 정치는 많이 퇴보된 정치라고 하는데, 일제 식민사관이 조선의 정치를 후진정치로 왜곡을 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보다 훨씬 더 좋은 여건의 오늘날 한국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요? 올해가 가장 힘든 위기의 시간이라 서로 힘을 모아서 극복을 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민생법안을 외면하고 방송법 개정과 언론장악을 위해 막장을 달리는 한국정치의 슬픈 현실... 정부의 의견에 반대를 하면 좌파로 몰리고, 입맛 맞은 사람들의 목소리만 듣겠다는 청와대에서 화두로 부위정경(扶危定傾)을 선택했다고 하니, 정말 위기나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잘못된 것을 인정이나 하는 것인지...의문이 생겨납니다. 위기가 전해지는 올 해만큼은 권력다툼식 통치가 아니라 공존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치로 국민을 향한 따뜻한 정치를 바라는 것이 무리가 아니길 바래봅니다.
많은 백성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영조... 그래서 릉의 석물조차 이렇게 행복한 미소로 영조의 곁을 지키고 있는지 모릅니다. 영조의 반의 반만큼... 대통령이건 고위관료이건, 나라에 위기가 닥쳐오면 스스로 먼저 몸을 내던지는 그런 멋진 모습을 새해 벽두에 그려봅니다. 2008년 휘호는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시화연풍(時和年豊)이었습니다. 그러나 휘호만큼 멋진 한 해가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진심을 내 담아서 허울이 아닌 행동으로 부위정경(扶危定傾)을 실천한다면 국민들의 많은 성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옛부터 군주의 개혁을 가로막는 첫번째 문제가 바로, 인사는 만사인 듯 합니다. 올바른 인식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관리는 나라를 위기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쓴소리 한다고 무조건 반대적인 적(敵)이라 보지 마시고 균등한 여론 수렴을 통한 부위정경(扶危定傾)의 올바른 역활을 제대로 수행을 하시길 간절히 기대하고 또 기대해 봅니다.
대한민국의 저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 상생의 정치로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펼친다면 분명 영조의 곁을 지키는 문인석과 무인석보다 더 밝은 국민들의 미소가 환하게 밝혀질 것입니다. 행복이 가득한 나라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 그들의 미래는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 새로운 건투를 기원하면서 원릉의 정원을 빠져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