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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19일
장시간 비행으로 무척 피곤했는데도 새벽 6시에 눈이 떠졌다.
실내이지만 약간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다.
창으로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있었고 바람이 부는지 나뭇가지가 약간씩 움직이고 있었다.
동행들은 아직 자고 있다.
움직일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제일을 잠깐 생각했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정말 여행을 갈지 몰랐다고 했다.
5월부터 갈거라고 동네방네 소문은 다 냈지만 나도 사실 자신은 없었다.
이러다가 중간에 무산되면 창피해서 어쩌지...?’ 이런 생각가지 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우헤헤헤~
장하다,김지은~!훌륭하다,김지은~!’ ㅋㅋㅋ~~~
난 스스로 대견해하며 슬며시 일어나 샤워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주인장은 벌써 밥을 해놓았다.
중국식으로 생긴 젓가락, 밥그릇이 있었다.
식판에 밥과 반찬을 덜어서 밥을 먹고 설걷이를 했다.
이 민박집의 특징이라고 하면 이건데...먹고 씻는건 SELF다.
그 외에 귀가시간이라든가 식사시간을 칼같이 정해놓거나 그런건 없었다.
식사전에 잠깐 빈 컴퓨터 앞에서 MSN을 켜니 카페지기님이 있었다.
우왕~정말 인터넷의 힘이란... 전화를 안하고도 이렇게 실시간 의사소통을 하다니....
지기님은 연락도 안하고 갔다며 서운해하셨다.
하지만 전날 일을 읽으셨을테니 용서해 주시리라 믿는다.
첫날 우리가 해야할 일
우선 나와 명희는 edinburgh로 가는 유로라인을 예약해야했고
소강과 미영은 런던에 서 대륙으로 이동할 유로스타를 예약해야 했다.
우린 룰루랄라~ 민박집을 나와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대충 짐작으로 여긴 런던의 저소득층이 사는 곳 같았다.
우리나라의 봉천동이 연상되는 그런 곳이다.
별로 깨끗하지도 않았고 사람들도 그리 부유해 보이거나 하진 않았다.
<지하철 노선도> <유로스타 타임 테이블>
둘 다 표지 디자인이 이뻐서 갖고 왔다.
지하철역의 전경은 우리나라랑 비슷했다.
그런데 런던의 지하철은 우리나라보다 깊은 것 같다. 그리고 어느역이나 에스컬레이터 시설이
잘 되어있었고 벽에는 뮤지컬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아직 지하철 노선도 보는게 익숙하지가 않고 초행길이라 우린 바짝 긴장을 하고 가야할 역을 확인하고 지하철을 탔다.
victoria coach staion....
이름만 들으면 우리네 서울역만큼 익숙하다.
여기가 그 거시기구만~
여기는 실내에 비둘기가 날아다닌다. FACE OFF의 그 명장면이 생각이 났다.
동물과 같이 사는 삶~뭐 이런건가?
그런데 매표소 안을 보고 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명절도 아닌데 무슨 사람이 이리도 많은거야~
15m x30m정도 되는 매표소에는 꼬불꼬불한 핸드레일에 한 사람씩 쭉~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게 했고
매표소에는 은행번호판처럼 생긴 전광판에서 숫자가 나와 다음 사람이 갈 창구 번호를 알려줬다.
그런데 줄은 매표소 밖까지 나와있었다.
이런... 첫날부터 줄 서다가 하루가 다 갈 것 같다.
그래도 어쩔수 없지...
명희와 줄을 서서 기다리기를 1시간 정도 하니 우리 차례가 왔다.
혹시 내 말을 못 알아들을까봐 메모지에 우리 목적지와 날짜,시간을 써 놨다.
영어 교육을 대학까지 7년을 받았는데 영어로 얘기할 생각만 하면 등에서 땀이 난다.
다행히 매표원은 내말을 다 알아들었다.
그런데 이 날짜에는 표가 없단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예약을 할려고 몇 번 시도를 했지만 무엇 때문인지 매번 에러가 났다.
그 때 카페의 네XXX터란 운영자가 비수기라 표가 많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에궁....지금 누구 탓을 하랴~ ㅋㅋㅋ
예약을 안했더니 이런 불상사가 생기다니..... 아마 TATOO가 이번주에 끝나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앞에서 너무 오래 고민을 했는지 매표원인 라틴계열의 아줌마는 짜증스런 눈으로 우릴 봤다.
할 수 없이 담날 야간버스로 예약을 하고 나왔다.
WATEROO역에 유로스타를 예약하러 간 미영과 소강을 VICTORIA역에서 겨우겨우 만나 다음 목적지인 TATE MORDEN으로 향했다.
여기서 VICTORIA COACH STATION 까지는 도보로 5분 정도?
사실 난 여행준비를 하면서 많은 공부를 하지 못했다.
내가 가고 싶은 곳 몇 개만 공부를 했고 그 중에 박물관은 2개다.
그런데 첫날 간 곳이 TATE MORDEN이다.
여긴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아니지만 다른 동행들이 너무 가고 싶어 했고 별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따라갔다.
서울 마포에 있는 철길 같은 길을 지나 딱 봐도 공장같은 엄청 큰 건물이 나타났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TATE MORDEN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유명한 현대 미술관이라고 한다.
런던이 추상미술에 대한 평가가 인색했었는데 이 곳을 통해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된 아주 중요한 미술관이다.
공장사회의 상징인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함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하드에서 소프트로 넘어가는
시대적인 변화를 잘 나타내고 있는 이 곳은 입구부터 모던한 이미지가 확~풍겼다.
하지만 나에게 현대미술은 풀기 힘든 수학문제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피카소도 난 어렵다.
물론 미술품들을 수학공식처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가야 감동이 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곳은 미술로 인상깊은 곳은 아니었다.
다만 종전의 흔적을 모두 없애고 전시공간으로 완전하게 개조한 실내를 더 눈여겨 보게 되었다.
전시관 밖에 있는 의자를 보자마자 다들 쓰러졌다.
TATE MORDEN 발코니에서 밖을 보니 세인트폴 성당과 미식 축구공같이 생긴 이상한 건물,
바로 앞에는 있는 뉴 밀레니엄 브릿지까지.. 모두가 한눈에 들어왔다.
얼마전에 본 <러브 엑츄얼리>에 뉴 밀레님엄 브릿지가 나오자 꼭 유럽에서 성산대교를 보는 것처럼 반가웠다.
TATE MORDEN을 나오자 바람이 엄청났다.
<세익스피어극장>
세익스피어극장 앞에서 잠깐 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봤다.
오후 4시를 향해가고 있었는데 그 시간에 운동을 하는 사람, 연애질을 하는 사람,
관광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얼굴이 남들보다 쫌 큰 나에게는 그 사람들의 얼굴이 너무 이뻐 보였다.
작고 오똑한게...어쩜 저리도 이쁠까...?
또 너무 자유분방한 그들의 삶의 모습도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제야 내가 외국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뉴 밀레니엄 브릿지에서 TATE MORDERN을 바라본 모습>
뉴 밀레니엄 브릿지를 걸어서 세린트 폴 성당까지 가면서 보니 이 다리는 폭이 15m정도 되었고 보행자 전용도로였다.
철골 공법으로 지어진 이것은 무척 현대적인 디자인의 다리로 고풍스런운 다른 건물들을 배경으로 서 있으니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뉴 밀레니엄 브릿지가 세인트폴 성당과 대비되는 현재 런던을 이어주는 다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런던과 현재의 런던.....
<세인트 폴 성당>
다이아나 비가 결혼식을 올렸다는 세인트 폴 성당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떼가 많이 타서 본래의 색깔을 알아볼 수 없는 대리석....
외부 공사중이라 비계에 보호망이 쳐져서 건물의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어둑어둑 해지는 하늘을 보며 우린 빨리 SOHO거리로 움직였다.
피카딜리 서커스에 내려 아무리 걸어도 가이드책에서 얘기한 분위기의 SOHO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PUB에서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우릴 쳐다본다.
하긴...이렇게 이쁜 동양여자들이 4명이나 지나가는데 가만 있으면 남자가 아니지...
췟~이쁜 건 알아가지고.......ㅎㅎㅎ
'곤니찌와~”
“니하오마~”
아니 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사람은 없지?
그러면 반갑게 인사할 텐데...
기분도 나쁘고 외국 남자들이 껄덕대니 우린 그들을 피해 SOHO거리를 찾아다녔다.
아직은 외국인한테 길을 물어 보는 게 쫌 어색하고 쭈뻣쭈뻣 해져서 서로 눈치만 보는 우리 넷~
혼자 다니면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으며 다닐 것이다.
하지만 동행이 있으면 서로에게 의지하기 때문에 현지인에게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지도를 보고 서로 의기투합해 씩씩하게 다니니까~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으니 헤매지 말고 이상하다 싶으면 즉시 물어보기 바란다.
경험으로 미루어 아~주 친절하게 잘 알려 준다~
SOHO거리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현지인들의 아주 찐한 애정행각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잠시 쉬었다.
요즘은 우리도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많이 벌인다.
점점 선진국을 닮아가기 때문에 좋은 현상이라 해야 할지.... 가치관에 약간의 혼란이 온다.
암튼 그들은 남의 시선은 정말 아랑곳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애정표현을 했다.
보수적인 나로선 정말 눈뜨고 볼 수 가 없었다. 에궁~ 눈꼴시려....
<피카딜리 서커스 >
피카딜리 서커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사진도 찍고 불친절하다는 왕케이식당도 보고....
불친절하다고 하면 안가는게 당연한데 그걸 관광상품처럼 판매하는 이들의 전술에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도 욕쟁이 할머니집을 외국인 관광책자에 실어서 코쟁이들에게 한국의 정감(?)있는 욕을 바가지로 먹게 하면 어떨까?
그럼 욕쟁이 할머니를 영어학원으로 보내야하나?ㅋㅋㅋ~
암튼....런던은 영화에서 봤던 아주 익숙한 그런 풍경들로 가득했다.
나랑은 전혀 다르게 생긴 외국인들 속에 같이 있는 것이 무척 어색하고 신기했고 재밌기도 했다.
'SORRY'가 툭~치면 나올 정도로 습관화 돼 있는 모습이 처음에는 아~주 예의 바르게 보였는데
나중에는 무표정의 반사작용처럼 성의 없어 보이기도 했다.
런던....하면 항상 안개 자욱한 하늘과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연상했는데 오늘은 아주 화창한 하루였다.
다만 바람이 많이 불어 8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좀 추웠다.
11시가 지나서 민박집으로 온 우리는 늦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 종일 런던의 높은 물가를 절실하게 실감하며 돈쓰는 것이 너무 아까웠고
겁이 나서 누구하나 나서서 밥을 사먹자는 소리를 못했다.
앞으로 얼마나 경비가 들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돈쓰는 일에 무척 신중한 우리....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신중했기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한 게 아닌가 싶어 좀 아쉽다.
첫 날의 강행군으로 우린 넘 쉽게 잠이 들었다.
어제 안나간 그 사람들이 오늘도 떠나지 않고 머물고 있었다.
오늘도 난 바닥에서 잤다.
첫댓글 글에서 직업병이 조금씩 느껴지네여^^ 글구 저두 느꼈던거지만 반드시 예약하려고한 구간은 왜 다 팔렸을까여? 다들 이동루트가 비스무래해서 인가여? 근데 예상치 못한일이 여행의 즐거움이 될수도 있는거 같아요 자주 있음 안되지만..^^; 글하고 사진 잘보고 갑니다~~
우와.....피곤하실텐데..글 올리셨네요 *^00^* 넘~잘 읽었습니다. 헤헤헤~저도 연애질은 눈꼴셔서..못보겠네요..ㅎㅎ 그래도 부럽긴 하지요~ 헤헤헤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화이링~(^^)/
헉 누나 또 바닥에서 잤군요^^ 와 글 다읽으니까 음악이 딱 끝났어요^^ 누나 여행기 재밌네요! 글도 잘쓰시구... 앞으로 애독자 되겠습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그리고 에딘버러 축제가 그때는 끝날때쯤이라...사람이 별루 없을줄알고 말한거였는데..죄송해요^^; 완전히 미운털 박힌듯 ㅋㅋㅋ 죄송^^; 다음편 기대할게요^^
의자를 보자마자 앉았다는 그 말에 정말 너무 너무 동감~~ ㅋㅋ 글 읽으면서 미술관, 뮤지엄 보면서 다리가 많이 피곤했던 기억이~~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모두 같은 곳을 경험하고 왔지만.. 저마다 어쩜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그렇기 때문에 여행은 남의 것을 간접경험하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가야하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복대님 말씀대로 어쩔수 없는 직업병증상이 느껴지느만여~ ㅋㅋ~ ^^
아하~` 언니는 제가 돌아왔을때 쯤 가셨구나... 그림은 그냥 느낌인 것 같은데... ^^ 저두 분발해서 여행기 써야하는데... 공사다망한 바보라서....
나때 튜브맵엔 많은 상점들의 상표로 수두륵 했었는데..맞다 멋진 여인네 한명이 저런 비스꾸무래한 포즈로 있기도 했었다. 잘 읽었습니당~~^^
영국은 가보지.. 않았지만...^^ 잘 읽었고요....또 다음편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