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불을 가둔 것도
내 속에
화를 품은 것도
진정 아니건만,
머릿속을
꽉 메운
이 짜증은 뭐며?
두 손안에
찐득한
이 분노는
또 뭔지?
확 치민
울화
욱 쳐든
분노에
사로잡힌 채,
후다닥
도망치듯
배낭을 꿰차 메고
도심을 탈출
용마산
진입로 인근,
허름한
상가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진초록 무성한
담쟁이넝쿨
틈새
하늘로 치켜 핀
불꽃
장미 송이에
아득한 현기증을,
오는 내내
부글부글
꼬르륵꼬르륵
멈추지 않은
장트러블을
막연한 허기증으로
미뤄 짐작한 채
잠시 달랠 겸,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서
지하상가
복도를 기웃기웃,
멸치 국수
유리 썬팅 문 안
연세 지긋한
두 할머니와
딱 마주친 시선을
외면치 못하고
드르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깜짝 놀라신 척
쳐다보시는
두 할머니께
국수 1인 상차림
가부를 물으며
주문과 함께
정겨운 두 할머니
대화 속으로
넉살 좋게 은근슬쩍
끼어들어,
격렬히
오가시는
서울시장 선거
후보 평에
두 분 눈치를
연신 살피며,
양 편을 다
두둔한 척
맞장구를 치다가
끝내 내 편에
확고한 표몰이를
이끌어 냄과 함께,
푸짐하게
말아 내주시는
5천 원
멸치 국수
한 사발에
훈훈한
포만감을,
커피까지
타서 밀어주시는
믹스커피
덤 한잔에,
극구 마다시는
일천 원을
굳이 팁(?)이라
쥐어 드린 후,
기분 좋게 웃으시는
두 어르신의
밝은 표정을
뒤로하고
지하 계단을
빠져나오며,
고착화된
샌님,
꽁생원 성격에
예전에 감히
생각도 못 해봤을
좀 전의 생경한
내 모습과
태도에 흠칫
놀람과 함께,
두 할머니와의
기분 좋은 대화로
하여금 아련히
겹쳐 떠오르는
옛 울 어머니의
정겨운 모습을
찬찬히
기억해 내곤
문득
오늘을
상기하는 순간,
앗차!!~
부처님 오시기
하루 전 날이면
오늘이
울 어머니
생신인 것을,
어느
노래 가사처럼
세월이 약이라
하지 않든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금세 여러 해
훌쩍 가다 보니
오늘이 내 엄니
생신인 것을,
그렇게~
그렇게~
또 오늘 이처럼
깜빡 까맣게
잊을 뻔 함도,
못다 한 효도
때늦은 후회
애절한 그리움
시리고 저린
회한까지
뭉클 더해져,
어느새
확 치밀던
울화도
욱 고개를 쳐든
분노도
썰물 나가듯
가슴은 차갑게
비워지고
군불에 구들장
온기 덥혀지듯
마음엔 고요한
평안으로 가득,
도망치듯
빠져나온
내 삶의 일상을
타인 산에
박힌 돌 바라보듯
물끄러미
돌아다보며,
다 늦은
늘그막에
사추기를 겪는 건
아닐 테고,
이 연세에 무슨
여성 전용 성장통
갱년기 구간을
지나는 건
더욱
아닐 것인데?
폐렴 기침
잡겠다고 보름여를
매 끼니 한 움큼 씩
털어 넣는 첩약에
약발이
엉뚱히 어만 곳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건
아닌가 하는
나 자신을 변명해 줄
대수롭지 않을
위안거리로
치부하고,
더 큰 소리로
콜록콜록콜록
연신
억지 기침을 해대며
나의 삶
나의 자리로
도돌이표를 합니다.
2026년 5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