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류장화
路柳墻花
버들은 전통적으로 여성다움을 상징하거나 섬세한 아름다움에 비유되곤 했다. 버들은 부르는 이름은 버들강아지 말고도 버들가야지 개야지 또는 버들개지가 있다
중국의 대표적 시인인 도연명이 팽택령(彭澤令)이란 관직에 올랐을 때 집 뜰에 호리호리한 다섯 그루의 버들을 심고 스스로 호를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정한 것은 이 나무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을 게다.
뿐만 아니라 늘씬하게 늘어진 버들가지의 모습은 아름다운 여인의 몸매나 허리에 비유해 유요(柳腰)라 하고, 늘어뜨린 여인의 머리를 유발(柳髮)이라 했다.
또한 여자의 가지런한 눈썹을 뜻하는 유미(柳眉), 기녀를 뜻하는 유지(柳枝), 예쁜 모습을 뜻하는 유태(柳態) 등도 버들을 의미하는 유(柳)에서 비롯된 말이다.
모두 여성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관계된 말이다. 이러다보니 버들은 화류계와 노류장화에도 빠질수가 없다
버들과 여인을 관련하여 또 다른 재미있는 말중에 ‘노류장화(路柳墻花)는 누구나 꺾을 수 있다’는 격언에서 그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이 격언의 노류장화는 길가의 버들과 담벼락의 꽃이라는 뜻으로, 누구나 길을 가다 쉽게 꺾을 수 있는 꽃나무인데, 이는 몸을 파는 여자를 일컫고 있다.
황매산능선 정자
또한 사내를 상대로 살아가는 여자를 우리는 흔히 화류(花柳, 버들 같이 가냘프고 아름다운 꽃)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나온 화류계는 화려한 직업을 가진 여성의 세계(사회)를 뜻한다.
화류계의 평양 기생이었던 계월은 버들을 소재로 하여 떠나가는 임에게라는 시를 읊었다
대동강 저문 달에
고운 임 보내올제 /
천만사 고이고이
늘어진 실버들은 /
가는 임 억을 체 않고
휘놀기만 하느니’
여기서 계월은 재녀를 뜻함이 버들이었음을 알았는지, 그녀 자신이 아름다운 재녀였다.
바쁜 오월의 봄이 숨을 헐떡인다. 버들강아지가 제철을 맞아 푸르름에 취해간다. 특히 봄비가 내려앉은 버들강아지는 더욱 초롱초롱하다.
살랑살랑 앙증맞은 모습이기도 하다. 버들가지도 물이 올라 봄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때쯤부터 따가운 한낮 햇살이 쏟아지면 길가던 나그네도 어쩔수 없이 슬금슬금 버들그늘에 찾아든다
하늘하늘 버들가지가 늘씬한 몸매의 여인처럼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이래저래 버들은 여인과 관련이 많은 듯하고 눈부신 봄볕에 한껏 멋을 부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