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
-윤동재
우리 아버지 나 대학 보내려고
청송군 현서면 갈천동
보현산 산자락 하밖산
박 영감에게
송아지 한 마리 사 주었다
큰 소가 되면 팔아 반씩 나누기로 한 약속
나는 그걸 믿음 삼아
미적분도 풀고 성문종합영어를 달달 외웠다
예비고사를 앞둔 늦가을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박 영감이 마루에 앉아 있었다
신문지로 싼 소고기 한 근이
피 냄새를 풍기며 그 곁에 놓여 있었다
소가 병들어 어쩔 수 없이 잡았노라고
미안해서 소고기 한 근 가져왔노라고
그가 내민 거짓의 살점
거짓의 살점에서 배어 나온 검붉은 핏자국과 비린내
내 젊은 날을 송두리째 먹어치웠다
나는 대학 대신 공무원이 되었고
내 야간대학 졸업장에 평생 묻어 있는 핏자국과 비린내
내가 무얼 하든
나를 잡아주고 밀어준 힘
내 아이가 대학에 입학한 뒤
소고기 한 근과
영감이 반주로 하루도 빼놓지 않은
댓 병 소주 한 병 들고
하밖산을 찾았으나
영감은 이미 하늘로 주소를 옮긴 뒤였다
돌담만 표정도 없이 먼 하늘을 보고 있었다
돌담의 손을 내 두 손으로 꼭 잡으니
내 손바닥이 금방 촉촉이 젖었다
나는 지금도 소고기를 씹지 못한다
그건 쓰리고 아린 내 젊은 날을 씹는 일
신문지에 얼룩진 핏자국과
잉크 냄새와 섞인 그날의 비린내가
날마다 내게 묻는다
무엇이 너를 일어서게 했느냐고
바닥에서 기고, 바닥에서 일어서게 해 준
그 지독한 수업료, 신문지에 싸인 소고기 한 근
나는 지금도
아무리 오래된 신문지라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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