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자본과 노동력에 버금가는 생산 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및 전략 책임자인 크레이그 먼디가 최근 데이터 중심으로 경제가 변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한 말이다.금융권 중 빅데이터가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곳은 신용카드 업계다. 신용카드 사용자의 소비 패턴 등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롭고 효과적인 서비스 개발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더 비즈 타임스는 국내 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떻게 성과를 거두는지 깊이 분석해보았다.
신한카드가 빅데이터를 사업에 본격 적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3년 12월.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빅데이터 경영을 선포했다. 지난해 5월엔 빅데이터 기반 고객 분류인 '코드나인(Code9)' 기반 신상품을 출시했다. 이후 1년간 성과를 측정해본 결과, 시장 점유율 상승과 함께 추가취급액이 증가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시장 점유율 상승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1% 끌어올리려면 1조원의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2015년 8월 기준 신한카드의 개인신용카드 시장 점유율은 23.1%로 지난해 말 22.7%에서 0.4%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카드 측은 올해 초부터 빅데이터 기반 고객분석 도구인 '코드나인 매칭 솔루션'을 마케팅에 도입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코드나인 매칭 솔루션이란 신규고객에게는 성, 연령, 지역별 이용패턴에 맞춰 카드를 추천하고, 기존회원에게는 이용패턴에 따른 우선순위를 적용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객에게 맞춤형 최적상품을 매칭하는 것이다.
여기에 신상품 출시와 각종 업종 대표 기업들과의 공동마케팅 효과를 합산해보니 연간 5934억원에 달하는 추가 카드 이용을 보였다. 이용금액 역시 매칭 전후로 신규고객은 10.7%, 기존고객은 40.8%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올 9월에는 코드나인 카드 발급 수가 프로젝트 개시 1년 3개월 만에 300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리즈 카드상품이 300만장 발급되는 것으로는 카드업계에서는 사상 최단 기간"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코드나인 신상품 시리즈는 총 10종이 출시됐다.
신한카드가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고객 2200만명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축환경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70만개 가맹점에서 이루어지는 월평균 2억건의 카드결제내역은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신한카드가 도입한 마케팅 플랫폼인 '샐리(sally)'가 이 같은 플랫폼에 해당한다. 주요 업종 대표기업들과 공동으로 마케팅 플랫폼으로 선보인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인 샐리는 별도의 할인쿠폰이 없이 자동으로 할인해주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다. 2200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할인서비스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패턴 등을 감안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9월 현재 50여 개사가 샐리에 참여 중이며, 19만명 고객이 실질적인 할인 및 적립혜택을 누리고 있다. 신한카드 마케팅 플랫폼의 위력은 실제 마케팅현장에서 나타났다. A전자회사의 경우 전자제품 고객마케팅 최적화 매칭 과정에서 전체매출 3.6%가 늘었고, B마트 매출 역시 2.3% 증가했다.
빅데이터가 각광받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새로운 마케팅 자원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고객니즈를 감안한 마케팅 혜택의 재조정과 최적화만으로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빅데이터가 지원하는 최적화에 따른 추가취급액 창출효과는 2015년 상반기 858억원에서 하반기 2239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적상품 매칭에 따른 이용률 역시 증가하고 있다. 신규고객의 경우 빅데이터 매칭 솔루션 도입 이후 이용률은 5.5%포인트 증가했고, 기존고객은 6.8%포인트 늘어났다.
신한카드 측은 빅데이터를 위해 기업문화도 개선했다고 밝혔다. 과거 부서 간 장벽이 있어 내부 데이터가 통합관리되지 않고, 조각조각 취급되는 바람에 데이터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에 신한카드는 부서 간 장벽을 없애고 빅데이터 적합형 기업문화로 바꾸기 위해 '셀(cell)' 단위의 비공식 조직을 만들었다. 기존 부서와 직급을 무시하고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일종의 사내 동창회를 만든 것이다. 8~10명으로 구성된 셀과 3개의 셀로 구성된 '유닛'으로 재편했다. 그 결과 비공식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부서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신한카드의 소통 경쟁력엔 '신한피디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올해 4월 임직원 간 원활한 소통과 창의적 아이디어 발현을 위해 오픈한 사내 지식포털이다. 정보 축적과 실시간 소통하면 떠오르는 위키피디아와 구글 인트라넷(moma)을 벤치마킹한 개방형 SNS 플랫폼인 것이다.
오픈 한 달 만에 1000여 개의 각종 현장 노하우, 내부 보고서, 리서치 자료 등이 등록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빅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즉각적인 소통을 실시간으로 구현하고, 창의적 기업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공들인 메뉴는 '아이디어 라운드'다. 여기에서는 닉네임으로 직급이나 경력을 모른 채 아이디어만으로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 또 업무 수행 시 다른 직원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할 때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이 구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