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인터넷에 새로운 정보들이 넘쳐나지요. 특히 비행 시뮬레이션 관련해서는 동영상 튜토리얼들도 많아서 비행에 대해서 몰라도 그대로 따라만 해도 비행이 됩니다.
그런데 굳이 책이 또 필요할까요?
인터넷이 웹 브라우저라는 도구와 함께 일반인에게 보급 되기 전이었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에 출장가서 책방에 들르면 MSFS 관련 책은 눈에 띄면 대부분 구입 했었지요. 그만큼 정보가 귀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책들은 이사 하면서 버리게 되더군요. 시뮬레이터는 계속 버전 업 되는데 예전 버전의 가이드 북이 책장에서 자리 차지할 공간은 없었던 것이지요.
당시에 비행 시뮬 동호회에서 만난 동호인들 중에서 항공 분야 예비 종사자도 있었는데 2 권의 복사본 책을 소개하더군요(영어로 된 책 이었습니다). 비행기에 관해서는 중요한 포인트는 이 책에 다 있다고. 그 후 여러번 이사 했는데 그 2권의 책은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그 많은 책들은 크게 2가지로 분류 할 수 있습니다.
1. 재미 있는 책
2. 재미 없는 책
1번의 대표 주자가 소설책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돈 내서 책 사고 시간 내서 그 책을 읽습니다.
2번의 대표 주자가 매뉴얼인데요, 대체로 회사에서 직원보고 일 하라고 제공 하는 책이 매뉴얼이고 직원들은 근무 시간에 그 책 읽고 있으면 회사는 월급 줍니다. 그러니 그 책이 얼마나 재미 없겠습니까.
그런데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어서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서 월급 받고 읽는 책을 자기가 따로 시간 내서 또 자기 돈 들여서 열심히 읽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고 꼭 그 사람이 나중에 그 직업군에 취업할 계획이 있는 것도 또 아닙니다. 그런 부류 중에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비행시뮬레이션 광 입니다.
그리하여 손갑철님이 이번에 쓰신 'Again, MSFS로 파일럿 되기'는 굳이 분류 하자면 위에서 2 번 입니다.
항공기 분야에도 1번 부류에 비해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 재미 있는 책도 물론 있습니다. 그런책은 매뉴얼이 아니라 자선전류 인데요. 제가 읽었던 책 중에서 골라본다면
"대공의 사무라이"
"예거 자서전"
"Forever Flying: R.A. "Bob" Hoover"
이런 류의 책 들인데 소설 보더 더 드라마틱 합니다.
아마 손갑철님은 책을 쓰면서 상당히 고심을 하셨을 것입니다. 'FS2020 사용법' 같은 내용이라면 굳이 쓸 이유가 없었겠지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공짜 동영상 강좌가 널린 세상에 FS2020 사용법 매뉴얼은 더더욱 상품 가치가 없겠지요.
물론 그런 책자를 필요로 하는 수요도 일부 있겠지만 그리 오래 남을 책 또한 아닐 것입니다.
이제 비행시뮬 애호가의 수준도 많이 올라갔고 앞으로도 더 올라가겠지요. 실제 조종하는 것과 시뮬은 여러가치 측면에서 다르기에 시뮬이 비행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배우는 내용 자체에 있어서는 점점 차이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비행시뮬 애호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그리고 앞으로도 필요하게 될 책이라면 어떤 책이라야 할까요?
"Again, MSFS로 파일럿 되기"라는 책은 바로 그 고민의 산물인 것이지요.
아마도 이미 책을 받으신 분들 중에서
"그래 바로 이게 내가 원하던 것이었어!!" 라고 생각되는 분도 물론 있겠지만, 아닌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재미도 있고, 유용하고, 오래 두고 간직할 만한 뭐 그런 책이 좋은 책이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은 존재하기 불가능에 가깝지요.
6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에 정작 FS2020 에 대한 내용는 아주 조금 입니다. 사실 많을 필요가 없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FS2020사용법이 아니라 비행 그 자체에 대한 심화 학습일테니까요.
새로운 기술, 특히 항공전자 장비가 많이 발전했지만 정작 비행 그 자체의 핵심은 거의 변한 것이 없습니다. 비행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던 사람도 그대로 따라 하다 보면 시뮬에서 민항기 조종도 비행사들 비스므리 하게 할 수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비행사들이 그 지난한 단계를 밟아 가면서 비행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비행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겠지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비행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하나 하나 차곡차곡 다룬 책 입니다.
비행사가 쓴 책은 아니지만 비행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그런 책입니다. 실제로 제가 위에서 언급한 2권의 비행기 바이블에 있는 내용을 거의 커버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굳이 비행사 과정의 단계를 밟는 것 보다는 그냥 하늘에 떠서 맘대로 날아 다니면서 경치 구경하고, 경비행기 보다는 민항기로 바로 점프 해서 여객기 조종의 세계에 빠져 드는 것을 원하니까 경비행기 조종 훈련에 포커스가 맞춰진 이러한 책은 별로 필요 없겠다 싶으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2번 부류의 책을 자기가 시간 내서 보는 것을 취미로 하는 덕후(?) 이므로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책이 한권쯤은 그래도 서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컴퓨터 비즈니스와 마케팅에 탁월한 감각을 소유한 빌 게이츠는 PC 혁명의 태동기에 왜 굳이 비행 시뮬레이터를 자사의 제품 목록에 포함시켰을까요? 이름만 Microsoft Flight Simulator이지 Apple II 컴퓨터에서 돌아가던 SubLogic 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PC 플랫폼 위에 포팅한 것으로 모든 개발을 외주 맡겼었지요.
빌 게이츠는 이미 그 때 알았던 것이지요. PC용 비행시뮬레이터는 일견 게임 처럼 보일지 몰라도 고도의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전문직들이 여가 시간에 탐구하는 '공부가 필요한 장난감'으로, 이걸 좋아한다는 자체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점을 잘 대변한다는 점을 알았기에 과감하게 Microsoft 포트폴리오에 포함 시켰던 것입니다.
다음 편에는 한 걸음 더 책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지요.
첫댓글 제비우스님의 글은 항상 감칠맛이 일품이십니다.
제 책 얘기라서 손발이 오글거리긴 하지만, 감칠맛은 참... 압권이죠.ㅎㅎ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긴글이고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뷰 내용이 좋아 메인 게시판으로 이동합니다.
글을 참 맛갈나게 쓰셨네요
대부분 동감합니다.
대공의 사무라이 십여년전 군에서
제대한 아들이 읽으라고 준 책인데 기억이 새롭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고도의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전문직들이 여가 시간에 탐구하는 '공부가 필요한 장난감'] 우와~ 정말 머릿속에 쏙 들어오는 문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