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농토와 바다, 산업단지를 비롯해 근대문화 유산,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는 새만금 등 군산은 1차(농·수산업)·2차(제조)·3차(물류, 관광)산업 구조를 완벽하게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98년 IMF 시절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군산은 별다른 느낌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라는 소릴 들었다. 그런데 최근 사정은 달라졌다.
서민경제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택시기사들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속된 표현으로 ‘죽을맛’이라고 하소연한다. 건물주들은 건물주대로 분양과 임대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군산 전역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이 유독 짙게 다가오고 있다.
▲군산의 대표적 기업들 흔들흔들 = 군산을 대표하는 기업은 단연 한국GM 군산공장, OCI군산공장,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손꼽힌다.
그만큼 고용인력, 매출 등 모든 면에서 군산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실제로 근로자 수는 한국GM은 정직원 4천50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 8천여명 등 1만여명, OCI는 1천500여명, 군산조선소는 정규직 750명, 협력업체 4천500여명 등 5천200여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기업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데 있다.
군산지역 수출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GM은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경기침체와 GM의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 군산공장의 신차 개발 중단 등에 따른 생산량 감축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연간 최대 생산 30만대에서 2012년 이후 급격히 감산 추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지난해 15만대에 그쳤고 올해는 한국GM 사상 최악인 10만대에 머물 것이란 어두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여파는 직원들의 임금 감소는 물론 협력업체들의 부도 등 존립 근간마저 위협하고 있다.
한때 구직자들 사이 선망의 직장으로 대접받던 OCI도 내·외적 시련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주력 수출 품목인 폴리실리콘 1KG당 가격이 지난 2008년 100달러에서 최근 20달러까지 곤두박질하는 등 저가 공세에 나선 중국과 사활 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0년 조선산업 불모지였던 전북에 새역사를 쓴 군산조선소도 업황 침체와 해양 플랜트 영업 손실 등으로 희망 퇴직과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두 회사의 사정은 직원들에게 지급되던 ‘성과금’지급이 중단되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결국, 회사의 긴축 경영과 근로자들의 수입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지역 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 최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등 대기업을 비롯해 수백여개 기업 유치와 새만금 개발에 대한 기대 심리로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도 널뛰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아파트와 상가는 불과 몇 년 사이 많게는 배 이상 폭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격은 2006년 이전까지 평당 300만원대를 웃돌았으나 2012년 이후 650만원~700만원대를 형성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는 수송동 등 신흥 상권에 위치한 상가는 분양가가 평당 1천500만원을 호가하고 목이 좋다는 상가의 임대료는 평당 800만원~ 1천만원에 육박한다.
부동산 가격의 수직상승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중론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돈이 돌지 않는다는 얘기다.
은행 대출을 끼고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 소비 계층인 30~ 50대들이 지갑을 좀체 열지 않고 있다. 이 바람에 많은 소규모 자영업소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회사원 김모(46)씨는“아파트 대출금과 승용차 할부금 때문에 다른 곳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또 수송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모(54)씨는“2억원을 들여 장사를 시작했지만 월 임대료와 인건비를 제외하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일말의 기대 =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신규 고용창출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산시에 따르면 새만금과 국가 ·일반산업단지 및 자유무역 지역 등에서 10여개 공장이 2조 1천187억의 사업비를 투입해 신·증설공사를 추진한다.
여기에는 일 평균 2천여명의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돼 연간 84만명의 일자리와 1천억원에 달하는 임금 지급, 1천100명의 신규 인력 창출로 시 전역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