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 이야기)
< 진주린 >
- 文霞 鄭永仁 -
‘진주린’은 외손녀의 자그만 어항의 새 식구가 된 금붕어 이름이다.
그간 혼자가 된 검은 금붕어 ‘검둥이’가 외돌토리라 외로워 보였던 모양이다. 아마 그 녀석이 자기 처지처럼 느껴졌나 보다. 외손녀는 자기 혼자 달랑 하나이다. 딸은 나이 등 여러 가지 이유 등으로 하나만 키우기로 작정을 한 것 같다,
진주린은 마치 복어처럼 생긴 큰 도토리만한 배불뚝이 빨간 금붕어이다. 처음에는 내외하는 것처럼 두 마리가 서먹하더니, 지금은 서로 잘 논다고 한다. 이젠 외손녀 집엔 자기 식구 셋, 금붕어 둘, 도합 다섯 식구가 되었다. 어쨌거나 다 챙겨야 하는 식구들이다. 하기야, 어항이라야 큰 메주덩어리 두 개만한 자그만 어항이다.
동심(童心)을 잘 나타내는 것이 동시(童詩)가 아닌가 한다. 일찍이 영국 시인 워즈워드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라고 했다. 동심은 바로 천심(天心)이다. 아무리 지금 아이들이 되바라지다 해도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동시에는 아이들의 하늘같은 마음이 잘 녹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동시는 시(詩 )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 놓는 그릇이기도 하다.
오늘도 외손녀와 동시 한 편을 감상하고 동시짓기를 해 본다.
오늘 같이 읽어보는 동시는 유강희(1968~)의 「수박씨」이다.
“뜨거운 여름해가 수박 속으로/ 피서를 온 걸 거야// 쟁반 위에 쩌억 갈라진/ 붉은 수박 한 덩이// -난 다시 줄무늬 푸른 천막/ 안으로 들어갈 거야/ 가서 드렁드르렁 낮잠을 잘 거야// -여름은 너무 더워/ 둥근 바닷속으로 첨벙 들어갈 거야/ 난 푸아푸아 헤엄칠 거야// 작고 까만 수박의 혀가/ 푸, 푸, / 날아가며 하는 말//”
우리가 무심히 먹는 수박과 뱉어버리는 수박씨에서 이런 마음이 나오다니?
외손녀는 새로 들어온 금붕어 ‘진주린’에 대해서 마음을 쓴다.
“진주린 한 마리 잘도 노네/ 살랑살랑 고운 천막 흔들며 논다네// 엄마가 요동치네/ 검둥이가 놀 때/ - 꿀 같은 놀이였는데……// -네가 다가 간다!/ 부끄러워 못 가네/ 내 친구 검둥이한테 말을 건다네/ -시끄러워 못 놀았어!// 우리 엄마는 진주린의 말을 모른 채/ 요동만 찬다네//”
외손녀가 ‘진주린’이라는 시를 지을 때 제 엄마와 무슨 일로 미묘한 냉전의 분위기가 흐를 때였다. 그 녀석은 진주린을 통해서 제 엄마에게 투덜거리고 있다. ‘고운 천막 흔들며’의 ‘천막’은 금붕어 꼬리란다.
내가 지어준 외손녀의 동시집 이름은 ‘아우름(Aurum)’이다. 우리말의 ‘아우르다’와 라틴어의 ‘아우름(Aurum)’에서 따왔다. ‘아우름’은 ‘빛나는 새벽’이라는 뜻이란다.
‘아우르다’는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로 묶거나 윷놀이에서 말을 업는 것이라는 뜻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세대갈등을 넘어 심지어 세대전쟁이라는 말도 들린다. 보수와 진보, 늙은이와 젊은이, 과거와 현재, 흑과 백, 남한과 북한 등이 갈라져 점차 단절되어 가고 있다. 우리 외손녀는 그런 것들이 아우르는 시대에 살았으면 한다. 서로 인정하고, 받아드리고, 아우르는 그런 사회에서 말이다. 마치 검둥이와 진주린이라는 금붕어가 아우르며 어항에서 살아가듯이……. 그래야 ‘빛나는 새벽’이 올 게 아닌지…….
새로 들어온 진주린이 자꾸 검둥이를 쫓아다닌다. 서로 아우러지려고…….
첫댓글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동시를 짓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진주린 , 특이의 조합어 (외국어도 아니것이 국어도 아닌 것이) 가 워난 많아서 어떤 뜻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우름이란 손녀의 시집과 너나들이님의 책을 동시에 묶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