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論壇 인공지능 시대, 대학 교육의 본질을 묻다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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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광역 논단> 인공지능 시대, 대학 교육의 본질을 묻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발생한 인공지능(AI) 부정행위(AI 커닝)는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 대학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학생들이 Chat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치른 사실이 적발됐다고 한다. 일부 대학은 대규모 징계를 예고한 상태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부정직함에 분노하고, 학생들은 "시대가 변했는데 왜 AI 사용이 문제냐"며 반발하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부정행위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대학 교육의 존재 방식이 인공지능 시대에 맞지 않게 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단지 거울일 뿐이다. 그 거울이 비춰낸 것은 우리 교육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답 찾기'에 머물러 있었는가 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학생들이 AI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문제라면, 그것은 AI의 문제가 아니라 시험 방법의 문제다. 인터넷 검색이 가능해진 순간, 단순 암기의 가치는 이미 급격히 하락했다. 이제는 AI 활용 능력 자체가 현대적 문해력의 핵심 요소가 되어버렸다. 교육은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을 준비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AI 없이 살아남는 법'이 아니라 'AI와 함께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법'이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금지하는 순간, 교육은 현실과 괴리된다. 문제는 그 사용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했느냐다. 예컨대 단순 프롬프트로 AI 출력물을 그대로 제출하면 B 또는 C 수준, AI 결과물의 논리적 검증 없이 제출하면 D 또는 F 수준, AI의 오류를 발견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며 출처와 근거를 명확히 밝힌 경우 A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럴때 기준의 핵심은 정답이 아니라 사고 과정이다.


인공지능이 이미 새로운 가설을 생성하고, 기존 연구를 연결하며, 논증 구조까지 제안하는 시대에, 연구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연구자의 역할은 이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쓰는 것'에서 'AI가 만든 초고를 비판하고, 검증하고, 재구성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글을 ‘만들어주는’ 시대이지만, 좋은 글을 판단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명확해진다. 깊은 독서 경험 없이 AI가 만든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오류와 편향을 간파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AI시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은 사고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대학은 지식 전달에서 지식 판단과 재구성으로 교육의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길러줘야 할 핵심 역량은 네 가지다.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능력, 오류와 편향을 간파하는 비판적 능력, 결과물에 자신의 생각을 덧입히는 재구성 능력, 그리고 깊은 독서를 통해 쌓인 가치 판단력과 세계관이다. 인공지능의 리터러시와 인간적 판단력, 이 둘이 결합될 때 비로소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간형이 탄생한다.


이제 대학은 AI 금지, 스마트폰 압수, PC 시험에서의 인터넷 차단과 같은 규제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AI를 쓰지 마라"고 말하는 교수는 좋은 교수가 아니다. "AI를 적극 활용하되, 어디까지가 네 생각이고 어디까지가 AI의 생각인지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는 교수가 시대상에 맞는 교수다. 미국 와튼 스쿨은 2023년부터 MBA 과정에 인공지능 활용 전략 과목을 필수로 지정했고, 영국 옥스퍼드대는 에세이 평가에서 활용 과정 보고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신, 교육 혁신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대학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AI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정답을 찾아 쓰는 교육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AI는 단지 그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내 준 거울일 뿐이다. 이제 대학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AI 대비 교육이 아니라, 함께 사고하고, 이를 넘어 가치 판단하는 새로운 지적 훈련이다. 그 앞에서 당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 혁신의 촉매로 삼는 것. 그것이 앞으로 대학이 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