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 4년간 변호사가 징계처분을 받은 사례는 총 31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발간한 <징계사례집 제8집>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불성실 변론, 사기 등으로 징계받은 사례 316건이 담겼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들의 징계 사례를 담은 자료집을 발간했습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전공의들의 극한 반발로 언론의 관심이 온통 의료 파업에 쏠려 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변호사 징계 자료는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전한 기사 문장에는 놓쳐선 안 될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예문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문법적 오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단어 사용 측면에서 이상한 말이 있어요.
잘 살펴보면 ‘최근’이 두 번 쓰였고, 그 쓰임새가 좀 다르다는 게 드러납니다.
같은 말이지만 ‘최근 4년간’과 ‘최근 발간한’에서 나타내는 기간은 분명 다릅니다.
‘최근’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럴까요?
이 '최근'이란 말은 우리말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는 단어입니다.
모호한듯하지만 누구나 알아듣고, 대충 말하는 것 같은데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게 무엇인지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최근’의 사전 풀이는 ‘지나간 지 얼마 안 된 즈음’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자재로 이 말을 쓰지만,
그 ‘얼마 되지 않은 때’가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누구나 이 말을 듣고 이해합니다.
아니 그런 착각에 빠지다보니 무려 4년 전부터의 기간도 최근이고, 수일 전 일도 최근으로 통합니다.
앞의 예문을 통해 보면 혹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말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4년간’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습니다. 4년을 얼마 되지 않은 즈음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그냥저냥 받아들이면서 말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습니다.
이 말은 특히 저널리즘 글쓰기에서 더 주의해야 하는 까닭도
저널리즘언어는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사례를 더 살펴보자.
가) 김신영은 최근 KBS 측으로부터 <전국노래자랑> 하차를 통보받았다.
나) 홍길동 CEO는 최근 5개월간 7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 최근 10년 새 혼인 건수가 약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에 쓰인 ‘최근’의 대역폭은 꽤나 넓다는 게 확인됩니다.
가)에선 통상 2~3일 전부터 열흘 전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힙니다.
나)와 다)는 이 말이 5개월, 10년 기간에도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3일 전도 최근이고, 일주일 전, 한 달 전, 심지어 5~6개월 전이나 수년 전도
문맥에 따라 ‘최근’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렇게 주관적이고 모호한 말은 저널리즘언어로 적절치 않으니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써야 하겠습니다.
‘최근’은 사람에 따라 폭넓게 쓰이기 때문에 신문 언어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합니다.
막연한 말이라 글을 모호하게 만들거든요.
대개는 정확한 시점을 밝힐 필요가 없는 문맥이거나 다소 늦게 보도해 뒤늦은 감을 표현할 때
정확한 날짜 대신 ‘최근’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구체적 시점을 가리는 표현인 것이지요.
따라서 뉴스 언어로서는
가)의 용례가 적절하고, 나)는 ‘지난 6개월간’, 다)는 ‘지난 10년 새’ 정도로 쓰는 게 좋다고 봅니다.
문장을 힘 있게 쓰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최근’은 폭넓은 쓰임으로 인해 공급자 시각에서는 편한 말이지만 무책임한 표현이기도 하거든요.
시점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글의 흐름상 시점이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무심코, 습관적으로 붙이는 ‘최근’을 조심해야 합니다.
문맥상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때는 쓰지 않는 게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