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이백서른다섯 번째
행복해지지 않을 비결
정통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라는 술 한 병이 1억을 호가한답니다. 국내에 단 3병밖에 없어 그렇답니다. 그 비싼 걸 마시면 행복해질까요? 욕망이 없으면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가장 깨끗한 성품으로 상징되는 신선神仙이 되고자 하는 것도 욕망이지요. 그러나 보통의 욕망은 부정적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 속담에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란 말이 있습니다. 말을 타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말을 타니 고삐 잡을 종을 두고 싶어 한다는 말입니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는 말처럼 우리에게 욕망이 있는 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욕망이란 무저갱과 같으니까요. “아냐 행복하지 않아 난 행복하지 않을 거야 난 너 보라고 아프라고 잘 지내지 말라고 너만 행복하지 말아줘 보란 듯이 웃지 말아줘 난 이렇게 울고 있는데” 김영근이 부른 ‘행복하지 않아’라는 노래입니다. 혼자서 행복할 수 없다는 노래인가요? 옛 현인들은 찾아간다고 찾아지는 게 행복이 아니라, 지족知足하라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랬습니다. 행복하지 않을 비결(?)은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어떻게 행복을 추구하지 않고 살 수 있나, 궁금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정현종 시인의 글을 읽었습니다. 사람은 언제 아름다운가, 자기를 벗어날 때처럼 사람이 아름다운 때는 없다는 겁니다. 어쩌면 욕망덩어리인 그 ‘나’를 얘기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들의 시선에 묶여 있는 그 ‘나’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일러준 말을 떠올렸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일들이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일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신이 어떤 모습이어도 아름답다.” 역시 지족知足이었습니다. 그러면 나를 용서하게 되고, 나를 용서할 때 남도 용서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