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흥반도 끝자락 <외나로도>까지 내려왔다.
<羅老港> 바로 앞 <나로호텔>은 가격 대비, 시설도 잠자리도 깨끗하고 편안했다.
나중에 다시 와서 한 일주일 묵으며 가까운 섬 여행을 다니면 좋을 것 같다.
歸省을 서두르며, 어제 어둠 속이라 제대로 보지 못한 나로도 마을과 길가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매화꽃들을
보았다.
곡성 쪽으로 방향을 잡아 蟾津江 가에서 재첩국을 먹고, 벌교에서 제일간다는 꼬막정식을 먹었다.
문득 <태백산맥>의 염상구가 외서댁을 두고 한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벌교원조꼬막식당> 꼬막초무침이 제일 맛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는 겨울에 보아도 아름답다
<송광사> 입구에 들어서니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한데얼려 하늘을 찌를듯 선 채로 우리를 맞는다.
몇 차례 와 본 듯한데 왜 이리 낯설지?
<성보박물관> 또한 생소하다.
기억이 날로 빠르게 지워지는 걸 어쩔 수 없다.
계속 차만 타고 다녀 몸이 굳어진 것 같아 오늘은 산책 삼아 <佛日庵>까지 가기로 했다.
길이 끊어질 듯 이어지다가 아예 길은 없고 계곡을 가파르게 흘러내린 물이 파놓은 고랑을 따라가기도 하고
대나무가 우거져 어두운 동굴 같은 길을 가다가 저만치 환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따라 가노라니
어느덧 불일암에 닿았다.
편백나무길
불일암 가는 길
무소유길1
무소유길2
무소유길3
무소유길4
무소유길5
불일암 가는 길은 왕대나무숲이 군락을 이룬다.
'참대'라고도 하는데 '정절'과 '신념'을 상징한다.
불일암 암자로 들어가는 길
건물은 달랑 두 채뿐-
필요한 것을 최소화하며 일생을 단촐하게 사신 법정스님의 삶이 보이는 듯하다.
손수 짓고 은거하셨던 <불일암> 마루 끝에 앉아 본다.
아무리 俗人일지라도 그 자리에 앉으면 세상번뇌 시름이 모두 사라질 것만 같다.
마루 끝 소쿠리에 담긴 사탕이 눈에 들어온다.
‘예까지 올라오느라 수고했으니 사탕 한 알 입에 넣게’
하는 스님의 말씀이 들리는듯해서 하나 까서 입에 넣는다.
저만치 <불일암>이
손수 만드신 탁자와 의자들이 정겹다
1975-1992까지 거처하시던 곳
손수 만든 의자 위에 방문기념 책갈피꽂이가 있다
하나씩 들고 가시게~~
암자 앞 텃밭
암자 바로 앞엔 커다란 후박나무가 아직 잎도 내지 않은 채 우뚝 서 있다.
그 옆에 대나무로 테를 두른 곳이 바로 茶毘 후 스님의 육신이 묻힌 곳이다.
浮屠田에 즐비한 고승들이 모셔져 있건만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시더니 돌아가신 후에도 이곳 佛日庵 뜰에
혼자 누워 俗界를 굽어보고 계신다.
'법정스님 계신 곳'이라는 안내 글
<감로암>쪽으로 하산
절 담장 밖의 홍매화.백매화
<감로암> 앞에서 감로수 한 잔~
부도전의 고승들
1992-2010까지 법정스님이 말년을 보낸 강원도 오두막 (2013.1답사)
스님의 책을 꽤 여러 권 읽어보고, 길상사 법회 때 법당 뜰에 앉아 法門도 듣고, 末年에 사시던 강원도 산골 오두막집도 가고 한 걸 보면 내가 법정스님을 좋아하긴 무척 좋아했나 보다.
3월 11일은 법정스님 떠나신 지 6년째 되는 날이다.
첫댓글 좋은 구경했습니다.
스님이 그립습니다. 잘봤습니다.
상세한 설명에 마치 제가 그곳에 있는듯 하네요.
청정하신 스님답게 모든것이 소박하고 정겨워 제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예요.
언제 시간내어 사부작사부작 다녀와야겠어요.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