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한다 하셔
날짜를 맞추어놨는데
태풍으로 비가 온다하니
그냥 잘 쉬었다 오겠구나 하며
멋진 먹구름 바람 하늘을 쫓아
서천에 갔는데
꽃떨어진 푸른 감똑과
푸릇한 대추가 맞아주었고
역시나 도착하자 마자 비가 내린다
비로 일거리는 물건너갔고
마침 쥐눈이콩을 청국장으로 띄우신다기에
옆에서 하나 하나 눈여겨 지켜보다
그저 어머니아버지 몸이나 풀어드린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새벽아침
비가 소강상태라
허리 안좋으신 어머니아버지 생각에
고추밭에 스리슬쩍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붉으면 가차없이 땄다.
내 가고 몇시간 햇살쬐면
바로 붉어질 것이라
다만 며칠이라도 당신 두분이
고추밭에 나서실 필요 없게 하려는 맘이었는데...
내 따놓은 울긋불긋 고추들을 보시더니
아니 다 익지않은 걸 땄다고
혼을 내신다.
누가 고추 따라했다고...
푸릇한 것도 따놓았다시며
다 익지않은 고추를 아깝게 쳐다보신다.
에궁, ㅠ.,ㅠ
그래도 따던 것이라
비맞으며 저 건너 밭까지 가서
이젠 완전 붉은 것만.
그래도 건너 산밭에는 붉은 것이 두 푸대.
텃밭 고추는 집앞이라 잘 따신 것 같은데
이 산밭은 멀고 나르기도 힘들어
이리 많이 있었는가 보다 생각하니
두분의 연세와 늙으심이 애련타
비가 계속 와서
농약은 못주고
이렇게 허리 뻐쩍찌근하게
고추라도 따놓고 가니
발걸음은 좀 더 가볍다.
햐아~, 이렇게 청국장을 만드는 기계까지 다 있을 줄이야...
올라오는 차가 많이 밀릴 줄 알았는데...
버스 전용차선으로 달리니 4시에 도착했겠다.
어제 고수사랑님이 일본으로의 휴가에 가져왔다는
일본차를 맛보자는 제안을 예정대로 행하기로
망원동 라오상하이 마음거울님을 찾아
함께 거기서 만나기로
지난번에 마났던 그 차강의를 같이 듣고있는 님들과
함께 피자를 먹고 소곡주를 맛보고 차를 맛보고
다구를 견문하고...
그리고 저녁식사는 소곡주를 좋아하시는
대장동 삼정다헌 정담님과 함께
지향한우에서 소고기 특별메뉴로다
마음거울님, 감사히 주 잘 먹었습니다.^^
얼큰한 곡차의 기운 속에
잘 안하던 팽주를
그것도 서투른 개완을 잡고
불콰한 얼굴 그대로
차를 내렸는데...
왜이리 차가 맛있는지
팽주가 탁월한지 내주신 차가 멋드러진 찬지
ㅋㅋㅋ
정담님, 차 잘 마셨습니다.
남부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약속이고 뭐고
그냥 뻐쩍찌근한 허리를 부여잡고 집으로만 가고싶었는데
고수사랑 형님 덕에 이리 차여행과 저녁을 먹고
마무리 차를 한잔 하니
허리와 몸이 다 풀리고 거뜬해졌습니다.
불러주시고 맞아주시는 정에
참 다복한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