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이백서른일곱 번째
꿀벌에게 미안해서
지난 주말 비가 오시더니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추워지니 제일 반가운 일이 모기의 괴롭힘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모기는 매년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치명적인 동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 수명이 고작 7일이랍니다. 짧은 삶이라 그렇게 극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 연구자들에 의하면 생애가 짧을수록 단 1초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답니다. 어쩌면 우리는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지금 수명도 길어서 세월을 낭비하며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 모기는 제 몸의 수십 배에 달하는 빗방울 속에서도 살아남습니다. 독한 놈들, 그럴지 모르지만, 떨어지는 물방울의 저항을 흡수하는 대신 물방울과 하나가 돼 함께 떨어진답니다. 물방울을 타고 다니는 셈입니다. ‘상대의 힘에 저항하지 않으면 그 힘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가르치는 태극권을 배운 모양입니다. 밉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입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기 전에 따뜻한 꿀차를 마십니다. 장을 부드럽게 해주고 감기 예방도 되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 몇 해 전부터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한 수저 정도입니다. 그런데 꿀벌도 35일 정도 산답니다. 꿀벌이 전 생애를 걸고 부지런히 모은 꿀이 내가 매일 아침 먹는 꿀의 양과 같습니다. 매일 아침 꿀벌의 일생을 먹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 식량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로 생산되며 그 80%를 꿀벌이 담당한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도 우리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고마움도 모릅니다. 화내고 미워할 줄은 알아도 감사하는 데는 인색한 게 우리네 성정性情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