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 둥지를 튼 독서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 서점을 거쳐간다
동예루살렘에 있는 '디 에듀케이셔널 북숍, 2층 건물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에는 유대인 학자와 팔레스타인 작가의 책이 나란히 꽂혀 있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을 심도있게 다룬 외교 전문지와 학술지도 때맞춰 입고된다
30여년간 분점 두 곳을 낼 정도로 성업중이던 이 서점에 지난달 이스라엘 경찰 여섯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서가를 뒤지며 팔레스타인 국기가 그려진 책들을 찾았고, 책을 펼쳐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압수했다
서점 주인 마흐무드 무나씨와 조카 야흐메드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테러를 조장하는 책을 팔았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이틀간 구금됐던 이들은 이후 가택 연금 5일과 20일 동안 서점 출근을 금지하는 처분을 받았다. 파장은 당국의 예상보다 컸다
외교가와 학계, 언론계에서 전방위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주이스라엘 독일 대사는 "무나 가족은 평화를 사랑하고 지적 교류에 열려 있는 팔레스타인이자 예루살렘 시민"이라며
'나를 비롯해 많은 외교관이 이 서점을 즐겨 찾는다'고 성명을 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이 거셌다
보수 성향 언론 예루살렘 포스트조차 "팔레스타인 정체성에 대한 정치적 박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썼다
경찰의 검열은 사람들이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첫째는, 분쟁으로 얼룩진 이 도시에서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더 중요한 역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서점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식인들과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외교관, 국제기구 직원, 기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사상적 비무장지대이자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소도였다.
둘째는, 아마도 모두가 잊고 있던 책의 본질이었다, 책은 인간과 인간을 이어준다. 읽고 쓰는 행위가 타인과의 연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삶과 생각을 만나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인식하며 자아의 경계를 넓힌다
경계의 확장은 공존으로 이어진다. 경찰의 습격 다음날, 서점에는 수백명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들었다. 국적도, 인종도, 종교도 달랐지만 모두 이곳에서 책을 통해 이해와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사람들이었다. 세계 곳곳에서도 연대 성명이 쏟아졌다
미국 문학 비영리단체 팬아메리카는 "그 어느때보다 책은 이해를 돕고, 지식을 공유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에서 이 서점이 또 하나의 성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쓰는 일이 혐오와 폭력의 시대를 넘어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을 위한 성지, 지난 주말 서점을 들렀을 때, 서가에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외 '흰'영문판이 놓여 있었다
작가는 지난해 노벨상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필연적으로 삶을 파괴하는 모든 행동에 반대한다".
김지원 델아비브 특파원
첫댓글 맨 밑 줄에 담긴 글이 가슴에 남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잘보고갑니다
읽고 쓰는 행위가 자신의 경계를 넓혀가는 과정이라면
이후에 더 많은 동조자들을 불러 모아 마침내 새로운 경험을 하나봅니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에서 여야가 있지만 경계를 넘지 못하는 안타까움 현실이군요^^
지도자의 역량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