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평화마라톤대회] 마라톤 영웅이자 베트남 참전군인의 아들 황영조… 베트남 태권도 여자 선수와 평화의 불 밝힌다 '마라톤 영웅'도 베트남을 간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선수단 황영조(34) 감독. 마라톤 시즌이 시작되는 3월부터 가장 바빠지지만, 어렵게 짬을 내 '한국-베트남 평화마라톤대회' 참가를 결심했다. "이번 대회는 마라톤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현지 일정이 알차게 짜여 있고, 의미도 깊은 행사 같아서 가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참가자들에 '잘 뛰는 방법' 알려줄 예정
황영조 감독은 각종 국제대회 참가로 50개국이 넘는 나라를 가봤지만, 베트남 땅은 아직 밟아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아버지 황길수씨가 해병대로 베트남전에 참전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어릴 적부터 '월남전' 이야기를 엄청 듣고 자랐다. 아버지는 그야말로 최전선에서 박박 기는 전투병이었다. "옆에서 전우들이 픽픽 쓰러져 죽고, 정말 장난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치명적인 부상 없이 귀국하셨고, 덕분에 제가 태어난 셈이지요."
황영조 감독은 전야제가 열리는 2월28일 저녁 '한-베 평화공원'(Han-Viet Peace Park)에서부터 해변 대광장까지 성화를 봉송하는 행사에 주자로 참여한다. 2000년 시드니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에 은메달을 안겨줬던 태권도 여자선수 쩐 히예우 응안(Tran Hieu Ngan)과 짝을 이뤄 성화를 나르게 된다. 다음날인 29일 아침 마라톤 본행사 때도 그는 일반인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면서 자세교정과 잘 뛰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5km, 10km 코스는 달리기에 재미를 막 붙인 분들에게 딱입니다. 20km를 뛰시던 분들은 아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거고요." 황영조 감독은 요즘의 마라톤 열풍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즐기면서 적당히 뛰어야 에너지가 되는 건데, 뛰고 나서 퍼지고 골골해지는 운동이 되고 있어요." 그의 생각에 따르면, 마라톤은 힘을 쓰는 운동이 아니라 힘을 얻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완주 기록에 너무 연연해 몸을 혹사시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저는 '4훈3휴'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네번 뛰면 세번은 쉬자 이겁니다." 그의 이런 철학은 베트남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릴 즈음, <황영조의 마라톤스쿨>(가제)이라는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온다.
"뛰다가 힘들면 천천히 걸으세요"
"이번 대회는 함께 뛰면서 평화의 메시지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까. 참가자들이 너무 달리기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뛰다가 힘들면 그냥 천천히 걸으세요." 그래도 몸을 만들고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터. "갑자기 뛰면 5km도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지요. 걸음을 좀 빨리 걷는다고 생각하고 연습을 해보세요." 그는 5km 참가자는 하루에 3km, 10km 참가자는 5km 정도 뛰어볼 것을 권한다.
국내 최연소 마라톤 감독인 그는 육상연맹 강화위원, 강원대 체육학과 겸임교수, 한국방송 해설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려대에서는 스포츠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요즘은 제주도에 체류하며 2004 아테네 올림픽 대표선발에 대비한 전지훈련을 지도 중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더운 나라 베트남에서 마라톤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겠냐”고 물어보았다. "제가 92년 바르셀로나에서 뛸 때 기온이 몇도였는지 아세요 28도였습니다. 그보단 덜하겠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