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바벨의 사건으로 언어의 혼란이 왔다. 말의 장벽이 생겨났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말을 하고 나는 나의 말을 했다. 서로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니 삶의 동행자가 아니었다.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었다.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말만 뱉으니 서로의 삶이 달랐다. 목적이 다르고 방향이 다르니 삶의 길이 달랐다. 어디로 걸어갈 것인가? 순례도 없었고 여행도 없었다. 각기 좋아하는 대로 각기 하고 싶은 대로 자기의 길을 걸어갔다. 같이 살아가기는 하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았다. 마음이 다르니 삶의 의미가 달랐다. 그는 그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갔다. 그렇게 평행선을 달렸다. 이렇게 사는 것인가?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그때 성령이 내려왔다. 입의 말이 아니라 마음의 말을 해야 했다. 그래서 십자가가 필요했다. 자신이 사라져야 상대가 살아난다. 그것이 서로의 부활이다. 그 능력을 가져야 그의 나라를 이룰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