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인이 약속한 근저당권감액등기 하루 늦게 했더라도 임대차계약 해제 하지 못한다.
통상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하는 중에 상대방이 계약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상대방에게 계약의 내용을 제대로 잘 지켜줄 것을 요청하는 것을 ‘이행의 최고’라고 합니다. 여기서 최고란 법적인 용어로 ‘독촉’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행의 최고’가 필요한 이유는 민법상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계약위반사항에 대해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시정을 최고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계약을 해제할 경우 위 최고 절차가 계약해제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게 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행의 최고’를 하지 않고 곧바로 계약해제를 통보하는 경우, 그 계약해제 통보는 적법하지 않다고 볼 수 있고, 계약해제 통보 전에 반드시 ‘상당한 기간을 정한 다음 이행의 최고’를 해야만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임대인이 약속한 근저당권 감액 등기를 하루 늦게 했더라도 임차인은 곧바로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서 ‘이행의 최고'가 없었기 때문에 적법한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하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차인은 아파트를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 1억 1,000만 원에 임차하기로 하고 계약금 1,1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당시 임대인의 아파트에는 한도액이 1억 9,000여만 원인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는데 임대인은 보증금 잔금 지급일 전에 근저당 한도액을 5000여만 원 줄이기로 임차인과 특약했습니다. 하지만 약속 당일까지 그대로였고, 이를 확인한 임차인은 그 자리에서 임대인에게 근저당권 감액 변경 등기 불이행을 이유로 임대차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임대인은 이튿날 곧바로 근저당권 설정 한도액을 1억 4,000여만 원으로 줄여 이를 등기한 다음 "의무를 이행했다"며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임차인은 소송을 내게 됩니다.
1심은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임대인이 특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이상 임대차계약은 해제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인의 잘못으로 임대차 계약이 해제됐으니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낸 임대차보증금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38913)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약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는 때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며, "임차인이 한 해제 통고는 특약사항으로 정한 근저당권 감액 등기 채무의 이행 지체를 이유로 한 것인데, 그 전제요건인 이행의 최고가 이루어진 바 없어 적법한 해제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나아가 임차인은 해제 통고는 이행의 최고로서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임대인은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라고 보기에 충분한 그 다음날 곧바로 특약상의 채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임차인은 더 이상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약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중 특히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해제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상대방에게 그 이행을 최고하고 상대방이 그 상당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이 필요합니다. 임대차계약도 쌍방이 대가적 채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이어서 매매와 마찬가지로 약정했던 잔금기간과 감액등기, 근저당권 말소 등 일정한 불이행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계약해지의 효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이전 서류나 잔금 준비 등 이행의 제공을 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통상적으로 2주 정도의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의 최고를 하고, 그 기간까지 이행이 없어야 비로소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나중에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이행의 최고를 한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구두나 이메일 등으로 이행을 최고한 경우에 상대방이 이를 부인한다면 입증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행의 최고 사실을 사후에 제대로 입증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계약불이행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보내야만 나중에 있을 분란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할 것입니다.
※ 참조
■ 민법 제543조(해지, 해제권)
①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 민법 제545조(정기행위와 해제)
계약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일정한 시일 또는 일정한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 당사자일방이 그 시기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상대방은 전조의 최고를 하지 아니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민법 제546조(이행불능과 해제)
채무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능하게 된 때에는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민법 제547조(해지, 해제권의 불가분성)
①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해지나 해제의 권리가 당사자1인에 대하여 소멸한 때에는 다른 당사자에 대하여도 소멸한다.
■ 민법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당사자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 민법 제549조(원상회복의무와 동시이행)
제536조의 규정은 전조의 경우에 준용한다.
■ 민법 제550조(해지의 효과)
당사자일방이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계약은 장래에 대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
■ 민법 제551조(해지, 해제와 손해배상)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 민법 제552조(해제권행사여부의 최고권)
①해제권의 행사의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해제권행사여부의 확답을 해제권자에게 최고할 수 있다.
②전항의기간내에 해제의 통지를 받지 못한 때에는 해제권은 소멸한다.
■ 민법 제553조(훼손등으로 인한 해제권의 소멸)
해제권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물이 현저히 훼손되거나 이를 반환할 수 없게 된 때 또는 가공이나 개조로 인하여 다른 종류의 물건으로 변경된 때에는해제권은 소멸한다.
■ 대법원 1971. 2. 23. 선고 70다1342, 1343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등][집19(1)민,091]
【판시사항】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 생기는 상대방의 계약해제권 행사의 요건
【판결요지】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는 때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바이므로 그 이행의 최고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아니하고 화해계약의 해제를 인정함은 잘못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544조, 제545조
【전 문】
【원고, 반소피고, 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1 외 6명
【피고, 반소원고,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원심판결】 제1심 청주지방, 제2심 청주지방법원 1970. 5. 26. 선고 69나53, 70나18 판결
【주 문】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1점을 살피건대,
원판결은 제1심증인 소외 1의 증언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을 인정할수 있는 갑제2호증(매매계약서)의 기재에 동 증인의 증언 및 원심증인 소외 2, 소외 3, 소외 4(2회), 소외 5의 각 증언을 종합하면, 망 소외 6은 1948. 12. 20. 피고로 부터 본건임야를 금6300원에 매수하여 그 대금을 완불하고 이래 그것을 인도 받아 점유 관리하여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그러나, 일건기록을 검토하면, 원심증인 소외 2, 소외 3, 소외 4(2회) 및 소외 5의 각 증언은 위 임야 매매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자료가 되지 못함이 분명하고, 갑제2호증기재에 의하면, 본건 임야 매매대금 6,300원 중 계약금으로 2,000원을 지불하고 잔액 4,300원은 등기절차 완료후에 지불하기로 되어 있고, 증인 소외 1의 증언은 당시화폐는 원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본건 임야 매매대금으로 갑제2호증 매매계약서 작성시에 전액 6,300원(구화 63,000환)을 위 소외 6이 피고에게 지불하는 것을 보았다고하여 서로 일치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석명하여 명백히 하지 아니하고 이를 종합하여 매매사실과 대금완불사실을 인정하였음은 석명권불행사 또는 채증법칙 위배의 잘못이 있다할것이므로 논지는 이유있다.
같은 상고이유 제2점을 살피건대,
원판결은 1969.1.20. 원,피고간에 피고가 1969.1.31.까지 원고에게 백미 1가마니를 주면 원고등이 본건 임야에 대한 소유권주장을 하지 않기로 약정한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다고 설시하고, 위 화해계약에 대하여는 증인 소외 4의 증언에 변론의 취지를 종합하면 그 기일에 피고가 변제의 제공을 하지 않았으며 원고는 본소의 제기로써 그 계약해제의 의사를 표시하므로 동 계약은 유효하게 해제된 것이라고 인정하였는 바, 원판결은 위 화해계약이 피고의 백미지급의무와 원고들의 본건 임야 인도의무를 내용으로 한 것이라고 인정한 취지가 아님이 분명하므로 위 두 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한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나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 또는 계약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일정한 시일 또는 일정한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 외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바, 원판결이 채택한 증인 소외 4의 2회 신문조서 기재에 의하면, 위 화해계약 내용의 백미인도 의무를 피고가 이행하지 않고 원고도 받지 않으려고 하였기 때문에 이행되지 않았다는 기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화해계약에 위에서 본바와 같은 이행의 최고를 요하지 아니할 사유의 유무 또는 이행의 최고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아니하고, 화해계약해제를 인정하였음은 잘못이라 할 것이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므로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기다릴것 없이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청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 전원의 일치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판사 사광욱(재판장) 김치걸 홍남표 김영세 양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