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청약통장도 증여된다하니 명의변경으로 단숨에 가점 올려볼까요?
한국일보|최다원|2022.05.15.
최근 집값 상승세가 진정됐어도 수년 전과 비교하면 이미 두세 배 급등한 탓에 여전히 많은 실수요자들이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다. 그럴수록 가점제에서 불리한 젊은 세대의 당첨은 요원해지기만 하다. 이 틈에 떠오른 청약 '꿀팁'이 있다. 바로 명의변경을 통한 청약통장 증여나 상속이다. 5월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5,000건 안팎이었던 청약통장 명의변경은 2020년 6,345건으로 급증했다. 어떤 장점이 있길래 통장까지 물려받는 것일까요?.
명의변경은 말 그대로 통장의 소유주를 바꾸는 것이다. 민간이나 공공이나 주택 청약을 하려면 청약통장이 필요한데 기존 통장의 가입기간, 납입횟수, 납입금액 등을 그대로 승계할 수 있다. 부양가족 수와 무주택기간에 따른 점수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84점 가점제인 민영주택의 경우 가입기간이 15년 이상이면 최대 17점을 확보하니 가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2030세대는 오래된 통장을 물려받는 것만으로도 단숨에 점수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납입횟수나 금액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국민주택에서도 물론 유리하다.
물론 아무 통장이나 명의를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청약저축과 2000년 3월 26일 이전 가입한 청약예·부금은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상속인에게, 가입자가 혼인한 경우 배우자에게, 가입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 세대주가 변경된 경우 변경된 세대주에게 명의를 이전할 수 있다. 이외의 예·부금과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만 가능하다. 예·부금의 기준일이 2000년 3월 27일인 것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이날을 기점으로 청약통장의 '1세대 1구좌' 제한이 풀렸기 때문이다. 명의변경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통장 종류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청약저축과 청약부금은 일정 조건 충족 시 청약예금으로 변경할 수 있다. 청약저축은 국민주택, 청약부금은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을 공급받기 위한 것인데, 2000년 제도 개편 당시 중형 이상 민영주택에도 활용 가능한 청약예금으로 변경을 허용한 결과다. 청약종합저축을 제외한 이 세 통장의 신규 가입은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명의변경은 통장을 발급한 은행에서 하면 된다. 다만 엄연히 재산을 넘겨받는 것이니 증여세나 상속세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증여세의 경우 직계존비속 공제한도가 10년간 5,000만 원이라 부과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간 명의변경 시에는 반드시 주민등록표등본상 세대주 변경이 전제돼야 한다. 단순히 세대주가 분리된 상태면 불가능하다. 또 청약통장은 1인 1구좌가 원칙이라 물려받는 사람은 이전에 소유한 통장이 있더라도 해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부모 찬스' 없이는 매매할 엄두조차 안나 분양시장으로 눈을 돌렸는데 청약통장마저 대물림되냐는 것이다. 당첨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모두에게 기회가 공정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국토부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통장 매매가 아닌 만큼 청약제도 개편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증여를 제한하는 것은 이미 명의변경이 이뤄진 가입자와의 형평성 및 기존 가입자의 신뢰이익 보호 등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