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대 후반
1988년 당시 국내에서는 역사상 큰 행사를 하나 치루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88 서울올림픽’ 이다. 올림픽 개최 준비 시기부터 전국에는 여러 가지 희한한 일들이 벌어졌는데, 대다수는 한국에 와서 관광을 할 많은 외국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치장에 불과했다. 어쨌든 역사적인 기록과 함께 추억의 만화영화들도 모습을 드러내니…아마 이때부터가 만화영화 방영 수를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던 때가 아닐 듯 싶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의미 깊은 사건이란 바로 최초로 국내산 TV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떠돌이 까치의 등장이란…
우주 보안관 장고(원제: Bravestar) - 1987년 MBC 방영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뉴 텍사스라는 우주도시에서 벌어지는 악당들의 악행을 처단하는 우주 보안관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영화. 우주개척시대라 하여 서부개척시대의 미래판이라 보시면 되겠네요. 무엇보다도 극중에서 장고가 타고 다니는 말이 압권이었지요.(물론 장고 성우 박일씨의 인상깊은 목소리도 그렇고...)
천사소녀 새롬이(원제: 마법의 천사 크리미 마미) - 1987년 MBC 방영
피노피노라는 괴물을 도와준 대가로 마법의 지팡이를 선사 받게 된 10살 소녀 유리가 새롬이라는 아이돌 스타로 활약한다는 줄거리의 마법 소녀물 입니다. 샬랑얄랑 빙글뱅글~ 이라는 주제가 가사와 함께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지만 남자 아이들이 본다고 말하면 놀림받는 그런 류의 작품이니 몰래 몰래 추억 속에만 간직하셨던 남성 분들도 여럿 있을 듯 하네요.
새롬이의 유효기간은 1년. 왜냐하면 피노피노가 1년 후에 다시 마법 지팡이를 찾아 온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난 뒤 새롬이의 정체를 알게 된 철이와 유리와의 만남으로 해피엔딩을 맞게 된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느껴지는 작품.(밍키는 죽었잖아요…)
유령 대소동(원제: The Ghost Busters) - 1987년 MBC 방영
등에 군장을 메고 유령들을 퇴치하는 유령 사냥꾼들의 활약을 그린 미국 애니메이션. 이 작품이 방영되기 몇 년 전에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지요. 매주 일요일 아침에 방영되었던 작품으로 교육 심리학 교수가 제작에 참여하여 어린이에 대한 교육효과를 높였다고 하네요.
오즈의 마법사(원제: 메이비 오즈의 마법사?) - 1987년 KBS2 방영
켄사스 외딴 시골집에서 어느날 잠을 자고 있을 때 무서운 회오리바람 타고서 끝없는 모험이 시작되었다는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기본적인 내용은 도로시와 친구들이 오즈라는 나라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기 이지만, 나중에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면서 펼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아마 1992년에도 재방영 되었으니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듯 하네요. 물론 1993년 방영된 오즈 탐험대와는 달리 그냥 원작의 배경을 따 온 작품입니다.
우주의 여왕 쉬라(원제: She-Ra princess of power) - 1987년 KBS2 방영
찬란한 별나라 날개 달린 백마타고 혜성처럼 나타난 우주의 여왕 쉬라~를 기억 하시나요. 커다란 백마를 타고 열쇠검을 휘두르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던 쉬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입니다. 또 극중에서는 오빠인 히맨이 까메오로 등장하는데, 나중에는 히맨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우주의 왕자라는 작품도 방영 되었습니다.(그런데 여동생 키가 오빠키보다 크다니..)
꽃나라 요술봉(원제: 마법의 아이돌 파스텔 유미) - 1987년 KBS2 방영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만화가 지망생 소녀 유미가 우연히 얻은 마법의 팬던트와 스틱을 가지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을 벌인다는 내용의 작품으로 그~유명한 마법 소녀물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다른 마법소녀들은 주로 어른이나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변신하는데 반해 유미는 마법의 스틱으로 그림을 그리면 그것이 현실화 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밍키의 알몸씬 타격이 컸는지 다른 시리즈에 비해 인기는 별로 없었던 듯 하네요.
피노키오의 모험(원제: 참나무 목크) - 1987년 KBS2 방영
1995년에도 방영된 적이 있지요. 여하튼 피노키오의 스토리대로 따라가는 듯 하다가도 왠지 모르게 간간히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풍겼던 만화영화.
우주선장 율리시스(원제: 우주전설 율리시즈31) - 1987년 KBS2 방영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오딧세이 신화를 모티브로 한 프랑스, 일본 합작 애니메이션. 내용은 상당히 심각 한 듯 하면서도 막상 볼 때마다 별 생각이 없었던 작품으로 기억하네요. 말 그대로 신과 맞장 뜨려다 그만 저주에 걸린 우주선장의 모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물론 나중에는 율리시스의 승리로 인해 지구로 안전하게 돌아옵니다만.
어깨동무 찰리 브라운(원제: Charlie Brown & Snoopy) - 1987년 KBS2 방영
만화가 찰스 슐츠의 인기 캐릭터인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출연하여 펼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2000년 경 원작자인 찰스 슐츠 씨께서 암으로 타계하셨으니 아쉽게도 이젠 더 이상 후속편을 볼 수 가 없겠네요. 슐츠 씨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슐츠 씨께서 타계하신 뒤에도 스누피의 인기는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기만 합니다.
날아라 거북선(날아라~) 하늘 높이 날아라(날아라~) 우유빛 안개속에(날아라~) 반짝이는 금빛 나라로(날아라~) 거북선 삼총사 정의의 삼총사 용기 지혜 가득 싣고 모험의 나라로~ 라는 주제가를 기억 하시는지요. 1980년 대 후반에 방영된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하셨다는 분들이 상당하다지요. 그만큼 방영당시 상당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작품이라고 회고합니다. 그런데, 거북선이라고 하는 제목은 좀…그렇네요. 동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떠올리시는 분들이나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대략 줄거리는 금빛나라 여왕의 후계자인 나래공주가 우연히 주인공 덥석, 늘보, 껑충이가 타고 있는 거북선 비행기로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들은 공주를 노리는 대마왕과 맞서 싸우면서 여러 가지 모험을 하게 되는데…마지막편에서는 나래공주가 나비가 되어 금빛나라를 구한 후 저 세상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가슴 아픈 결말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공주를 좋아하던 주인공 녀석은 매우 슬퍼하고…(분명 해피엔딩 이기는 한데 말이지요.)
주목! 이현세씨의 원작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국내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입니다. 까치와 눈이 새겨진 옷을 보여주며 반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설까치’ 라며 소개했던 장면이 기억에 선명하네요. 암투병 중 사망한 누나와 누나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 공금을 횡령하여 교도소에 수감된 아버지까지…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이는 까치의 이야기를 다룬 수작입니다.
당시 극장 만화영화 침체기에 있던 국내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 되었던 TV 애니메이션 작품인 만큼 그 자체로도 의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정말 다행히도 방영당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던 까닭에 이후 제작되는 국산 작품에게 커다란 희망이 되었습니다. 이현세씨의 만화도 재미있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출연하여 여러 활약을 보여주던 까치의 모습 역시 신선하고 멋졌지요.(필자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기공룡 둘리 - 1987년 KBS2 방영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지요. 국산 캐릭터의 자존심이자 가장 인지도 높은 캐릭터 1순위를 꼽는다면 단연 둘리가 아닐까 합니다. 김수정씨의 만화연재 초기에는 둘리의 버릇없는 행동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어처구니없는 비난을 받아야 했지만 1996년 극장판인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으로 이제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애니메이션으로 자리 잡았으니 이번에 나오는 신작 시리즈를 기반으로 더 이상 추억의 만화영화로 남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적의 실버호크(원제: Silverhawks) - 1988년 MBC 방영
서기 2800년 대를 배경으로 미라지라는 우주선을 타고 다니며 악당 몬스타 일당과 싸우는 정의의 사도 집단 실버호크의 이야기를 다룬 전형적인 미국식 SF 애니메이션. 특히 각 대원들이 착용하는 은빛 전투복의 디자인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충격이었을 듯 하네요. 플라모델과 같은 완구제품도 방영이 끝난 후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판매가 되었지요.
무적의 로봇 고바리안(원제: 싸이코 아머 고바리안) - 1988년 MBC 방영
초능력으로 만들어지고 초능력으로 움직인다는 독특한 설정이 엿보인 로봇 애니메이션. 로봇의 디자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징가와 매우 닮았습니다. 물론, 역시나 마징가Z의 나가이 고가 제작에 참여했던 작품이라 그렇습니다.(하지만 나가이 고 특유의 연출이나 코드는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당시 몇 안 되는 로봇 애니메이션이라 매우 주의 깊게 보셨던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작은 아씨들(원제: 작은 아씨들) - 1988년 MBC 방영
남북전쟁시대를 배경으로 전쟁에 참전한 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치 일가의 어머니와 네 자매들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애니메이션. 루이자 메이 올코트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94년에는 둘째 딸 죠가 결혼한 이후의 생활을 다룬 이 작품의 후속작인 왈가닥 작은 아씨들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소공자 세디(원제: 소공자 세디) - 1988년 MBC 방영
소공녀의 작가인 프랜시스 허드슨 버넷이 1886년 아동용 소설로 발표한 소공자라는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그 유명한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는 소년 세드릭(세디)이 어느날 어떤 공작인 할아버지의 후계자라며 영국으로 건너간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신분상승을 둘러싼 갈등, 무뚝뚝한 할아버지가 마음씨 착한 세디를 보고 점점 상냥함을 되찾는 모습 등 여러 가지 재미있고 독특한 요소가 많았던 작품이지만 ‘소공녀 세라’ 에 비해서는 한참 사람들로부터 잊혀진 불운의 작품.
밀림의 왕자 레오(원제: 정글대제) - 1988년 KBS1 방영
1989년에 일본에서 제작된 신판이 아닌, 1965년에 제작된 최초의 컬러판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흰 사자 레오가 온갖 역경을 딛고 밀림의 지도자로 등극한다는 내용은, 디즈니사의 라이언 킹이라는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들 하지요.
제트소년 마르스(원제: 제타 마르스) - 1988년 KBS2 방영
아톰이 아닙니다! 1970년 대 후반 ~ 1980년 대 초반에 태어나신 분들에게는 우주소년 아톰보다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을 법한 작품일수도 있겠네요. 그 스토리나 기본설정 등은 아톰에서 거의 따왔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이기는 합니다만...(아톰 제작사인 무시 프로덕션이 제작에 참여 하였으니…)
원래는 인명 살상용 로봇으로 태어났지만 그에 맞지 않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덕분에 버려진 마르스가 새로운 사람들은 만나면서 정의를 위해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의 만화영화로 전투보다는 마르스의 인간적인 면에 더 비중을 두었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아톰의 아류작이라는 말과 함께 인기를 못 얻어서 아쉬웠지만…)
출동! 바이오 용사(원제: Bionic Six) - 1988년 KBS2 방영
못된 짓을 일삼는 스캐럽 박사에 대항하여 그의 친형제이자 천재 박사인 샤프박사가 친구인 잭의 가족 6명을 인체개조하여 초능력을 가진 전사로 탄생시켜 맞서 싸운다는 내용의 미국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작진에 데자키 오사무라는 일본의 유명감독이 참여하였던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역시나 알고 보니 미, 일 합작 애니메이션이군요.
대장이자 최강의 전사 바이오원, 어머니 마미원,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스포츠원, 운동은 물론 똑똑하기까지 한 아이큐원,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로크원, 태권도의 달인 태권원 중 여러분들은 어떤 전사가 가장 마음에 들으셨는지.(물론 철가면이나 베르노이드 같은 전사들도 더 있지만…) 다함께 외쳐봅시다! 힘이여 솟아라! 바이오 용사 출동!
요술공주 샐리(원제: 마법사 사리) - 1988년 KBS2 방영
요술공주~ 세리가 찾아왔어요 별나라에서 지구로 찾아왔어요~라는 주제가로 널리 알려진 마법소녀물의 대선배격인 작품입니다. 내용은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이 주제가가 한창 울려퍼지던 그 시대의 추억을 떠올려 보시면 그 당시의 인기가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있겠지요.
별나라 손오공(원제: SF 서유기 스타징거) - 1988년 KBS2 방영
인기나 인지도로 따져본다면 1988년 최고의 인기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하네요. 원래는 1982년 MBC에서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 이라는 제목으로 먼저 방영을 하였으나, 아마도 많은 분들은 이 별나라 손오공이라는 작품으로 더 많이 기억하실 듯 합니다. 이 작품의 매력이라면 단연 멋진 손오공과 삼장법사대신 메인 캐릭터로 자리잡은 오로라 공주가 아닐까 하네요. 저팔계와 사오정도 그 특유의 개성 넘치는 행동과 성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역시나 전투에서는 거의 손오공이 주도하여 치고 빠지는 식으로 구성 되었습니다.(그나저나 저 사진속의 손오공 손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MBC판이 더 나은지, 아니면 KBS2판이 더 나은지는 여러분들의 추억에 맡기겠습니다.
달려라 하니, 천방지축 하니 - 1988년 KBS2 방영
나예리 이 나쁜 계집애! 작은 체구에 매일 가난한 생활을 하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항상 맹랑함과 용기를 잃지 않는 소녀 하니의 이야기를 다룬 국산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진주씨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당시 88 서울 올림픽의 영향 덕분인지 육상 종목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방영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둘리나 영심이와 더불어 재방영을 가장 많이 해 주었던 작품이기도 하고…
달려라 하니는 육상선수 하니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나중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에 부상을 입어 마라톤 선수로 전향하게 되는 것으로 전개됩니다. 마라톤 경기에서 꼴찌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던 그 장면은 감동…하니의 새 엄마 유지애씨는 일부러 하니에게 엄한 태도를 보이면서 부상당한 하니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지요. 물론 담임 선생님인 홍두께 선생님의 코믹연기도 빼놓아서는 안되겠지만 말입니다.(故 장정진씨의 명복을 빕니다.)
천방지축 하니의 경우 홍두께 선생님이 하니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등(물론 출생의 비밀이 있지만…) 전작과는 다른 설정을 보여주어서 그런지 보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혼란을 주었는데, 처음부터 이 작품이 전작과는 별개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요…전작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어필해서 체조선수로 활약하는 하니의 모습이 어색하기도 했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