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큐스 온천여행]
겨울철 일본여행 하면 두 가지 테마가 떠오른다. 하나는 설국 홋카이도로 떠나는 눈꽃여행이고 또 하나는 일본 남부지역의 온천여행이다. 그중 가을 무렵부터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1월과 2월 소위 '避寒여행'으로 즐기는 온천은 일본여행의 주요 테마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번화가인 도쿄시내 한 복판에 온천이 있을 정도로 열도 어디에서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큐수는 다양한 수질의 온천과 더불어 네덜란드 도시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하우스텐보스 등 테마파크가 갖춰져 있어 온천욕과 함께 짧은 시간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설 연휴 북적대는 시간 지나 짬 내서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큐수의 온천을 소개한다.
◆쿠로가와, '뉴토테가타'로 다양한 온천 경험
큐슈는 연평균 기온 16도로 ‘따뜻한 온천 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큐슈의 최대 도시이자 예로부터 모든 문물의 관문이었던 후쿠오카, 서양으로부터 문물을 받아들인 최초의 도시 나가사키, 큐슈의 가운데쯤 위치하는 세계 최대 칼데라화산 아소산을 지나 작은 온천마을이지만 검은 모래찜질로 세계적인 휴양지로 사랑 받는 이브스키까지 동과 서 그리고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큐슈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온천이다.
큐슈에는 수많은 온천이 있지만 그 중 쿠로가와와 유후인을 유명 온천지로 꼽는다. 구마모토현에 위치하고 있는 쿠로가와 온천은 풍부한 용출량과 양질의 온천수로 연간 10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록 명성을 자랑하는 온천마을이다. 쿠로가와 온천은 작은 강을 따라 20여채의 크고 작은 료칸(일본식 전통 여관)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수려한 자연과 함께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4계절 멋스러운 풍경과 한적한 정취로 유카타(목욕 후나 여름에 입는 일본식 의복)를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쿠로가와에서는 마패모양의 온천 자유이용권 ‘뉴토테가타(入湯手形)’만 있으면 온천마을 어느 온천탕이든 3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다. 한 곳을 방문할 때마다 도장을 받고 온천욕을 즐길 수 있으며 마을을 떠날 때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도 있어 인기다.
뉴토테가타의 기원은 노천온천을 보유한 료칸이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다른 료칸 투숙객들에게 노천온천을 개방하기 위해 고안해 낸 독특한 문화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쿠로가와 온천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쿠로가와 온천 관광료칸조합 ‘카제노야’에서 온천 자유이용권 ‘뉴토테가타’를 구입한 후 원하는 온천을 이용하면 된다. 쿠로가와 지도는 공짜. 점심식사는 쿠로가와 특산 토종닭 양념밥(전문점 '나카')이 우리 입맛에도 맞고 깔끔하다.
쿠로가와의 료칸은 각각의 다양한 특징이 있다. 그 중 차 전문점이 딸린 곳과 어묵과 음료수를 먹을 수 있는 휴식공간을 갖춘 곳에서는 온천욕을 마친 후 출출한 속을 달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유후인에서 차별화된 온천여행을
유후인은 일본 여성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온천 중 하나로 동화 속 마을을 연상시킬만큼 아기자기하고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온천마을이다. 다른 온천여행지처럼 단체로 방문한 관광객들이 온천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습은 볼 수 없고 자연환경을 그대로 활용해 한가롭게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차별화한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온천마을로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여행지다.
유휴인은 해발 1584m의 유후다케(화산)에 둘러싸여 그림처럼 아름다운 정경을 뽐내며 가을, 겨울 새벽마다 신비로운 안개가 마을 전체를 감싸기 때문에 운치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또 작고 예쁜 갤러리와 염색 등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 아무곳이나 대고 셔터를 누르면 작품이 될 정도다.
유후인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큐슈횡단열차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역 앞에서 자전거를 빌려타도 좋지만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얻은 뒤 느긋한 마음으로 산 아래 민예촌을 거쳐 미지근한 물이 샘 솟는 긴린코 호수까지 산책한 뒤 족탕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마을에는 전통 소바와 우동, 스시 등 다양하고 정갈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도 많아 어디를 들어가도 실패하지 않는다. 특히 거리 중간쯤에 일본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고로케와 마을 중간쯤에 위치한 제과점에서 파는'카스테라'는 꼭 먹어봐야 하는 먹거리들이다.
쿠로가와와 유후인을 둘러본 뒤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일본 최대의 온천도시 벳부와 아소산, 그리고 외국문물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항구도시 나가사키,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구마모토성, 그리고 후쿠오카 시내관광을 즐길 수 있다.
◆쿠로가와 온천 맛집
▲아지도코로 나카 : 갖은 재료를 넣고 토종닭 양념밥(지은지도리메시)이 대표 메뉴로 나무 찜기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한 온도가 유지된다. 1만엔(약 8만5000원)으로 일본 된장으로 만든 시골된장국(다고지루)가 포함된 세트를 즐길 수 있다. 구마모토 명물인 바사시(말고기회)에 도전해 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영업시간11:00~23:00(정식은 21:00까지)/가제노야에서 도보로 3분
▲쿠로가와온센 시라타맛코 감미자야 : 일본 옛 동요를 들으며 전통 간식인 찹쌀 경단(시라타마)를 즐길 수 있는 곳. 옛날 방식 그대로 맷돌로 갈아 만들기 때문에 쫄깃한 맛과 꿀꺽 넘어가는 느낌이 좋다. 팥을 오랜 시간 끓여낸 시라타마 팥죽 경단(젠자이)도 인기 만점으로 영어 가능한 직원이 근무해 일본어에 자신이 없다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영업시간 09:30~17:30 / 가제노야에서 도보로 5분
▲고토사케텐 : 가제노야 근처에 있는 주류판매점. 따뜻한 온천을 즐긴 후 쿠로가와온천 지하용수로 만든 특산 맥주가 유명하며 향이 깊고 부드러운 다크 라거를 포함해 3종류를 즐길 수 있다. 영업시간 08:40~22:00 / 가제노야에서 도보로 1분
◆유후인지역 관광지
▲유후인 미술관 : 적시품을 감상한 후 미술관내의 ‘B-speak cafe’에서 휴식은 어떨까. 롤케이크나 쉬폰케이크, 일본 전통 과자를 맛볼 수 있는 가게가 가득하다.
▲유후인 민예촌 : 메이지 시대의 술 창고, 가옥 등 규슈 각지의 오래된 건물들을 옮겨와 복원해 놓은 민예촌. 도예공방, 팽이공방, 접시공방, 종이공방, 염료공방을 돌아보면서 일본 전통 공예품이 만들어지는 흥미로운 과정을 구경할 수 있다.
▲긴린호수 시탄유 : 긴린코(金鱗湖)의 한자를 그대로 풀어보면 ‘금빛 물고기 호수’가 되는데 호수의 물고기가 수면으로 뛰어 오를 때 아름다운 금빛으로 빛난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맑고 차가운 물이 솟아나는 호수로 따뜻한 온천수가 흘러들어 쌀쌀한 아침이면 물안개가 수채화처럼 피어나며 시탄유는 호수 옆에 있는 공동온천으로 남녀혼욕 온천이라는 점을 꼭 기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