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간만에 여러 벗님들께 문안 인사 여쭙습니다. 저는 중국 훈춘 다일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삼촌으로 있는 한기모(주의군사)라고 합니다.
입춘은 지났지만 여전히 쌀쌀한 날씨와 가끔 뉴스를 통해 전해오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안타깝게 합니다. 하지만 저희 어린이집 아이들과 저희들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아랑곳 하지 않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설 명절에 다들 친척집에 다녀온 후로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건강케 하고자 아침저녁으로 독서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만 잔뜩 있는 책을 가져와서 이것 읽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꽤나 수준 높은 세계의 명작이나 베스트셀러와 같은 책들을 붙잡고 열독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방학인지라 저도 학기 중에 제가 해 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래서 각각 반을 나누어서 오전에는 영어를 가르치고 오후에는 컴퓨터와 기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2달간의 방학 중에 설 명절 전에는 연변과기대 대학생 선생님들과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 제대로 쉬지도 못해 또다시 공부를 하는 것에 불만이 많을 텐데도 즐거운 얼굴로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이 귀엽기만 합니다. 오후에 기타 가르칠 때는 눈을 빛내며 코드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꼭꼭 누르는 모습들에 절로 흐뭇해집니다. 그뿐인 줄 아십니까? 컴퓨터 수업을 받는 아이들은 이제 컴퓨터의 내부구조와 Windows 사용법에서 Power Point를 능숙하게 다루는 실력까지 되었습니다. 오늘은 각자 Power Point로 발표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깔끔하고 화려하게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서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제가 내놓은 작품이 가장 초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즐겁게 게임도 하고 한창 한국에서 유행하는 뮤직비디오도 시청하며 서로 간에 친교와 사랑도 나누며 지내고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은 이제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영어수업시간을 1시간 더 늘려달라는 통에 대견하다고는 하면서도 수업준비로 낑낑댑니다. ^^;;
참 그리고 얼마 전에는 1박 2일로 연변의 수도인 연길로 MT를 다녀왔습니다. 오전에는 저희 어린이집을 도와주시는 연변과기대 안교수님의 소개로 스키장과 눈썰매장에 다녀왔습니다. 전문 스키강사에게 폼 나게 스키도 배우고 실습해 볼 때는 흰 눈밭을 쾌재를 부르며 빠르게 질주했습니다. 배우는 중에 꾸중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한가 봅니다.
눈썰매는 또 어떻고요... 엎어지기도 하고 눈밭에 뒹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셋이서 한 썰매에 올라서 전력질주로 눈보라를 일으키며 날아가더니 결국엔 엉덩방아를 찧고 뒤집혀 버립니다.. 옷은 흰눈으로 멋있게 디자인 되고 우리는 하얀 웃음을 하늘 위로 쏘아 올렸습니다.
해가 지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종일 노느라 주린 배를 맛있는 밥으로 채우고 다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레크리에이션도 하며 서로 간에 정도 나누고 사랑도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서로의 좋은 점을 발견해 주는 시간에는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얼굴도 많이 붉어졌었지만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고 더욱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음날이 밝았고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집이 최고’라는 교훈과 함께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번 겨울에 다녀온 MT는 서로 간에 그동안 말로 표현 못했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MT로 저와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 기억될 것입니다.
새해가 찾아왔고 우리 아이들은 또 새학기를 맞습니다. 저희 어린이집도 요즘 새롭게 다시 태어나려고 노력중입니다. 저희 어린이집의 이전문제도 그것 중에 하나입니다. 많이 기도해 주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곁에 있어서 늘 힘이 되고 기쁨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주의군사님..^^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따뜻한 편지로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훈춘에서 보내신 편지로 인해 감사가 넘칩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