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1948년부터 2011년까지 1인당 GDP는 그리스가 우리나라에 앞섰습니다. 하지만 현재 1인당 GDP는 1만 달러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수많은 관광지와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에만 의존했다는 것입니다. 조상을 과도하게 의존하면 그것도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모험정신, 헝그리정신, 창조정신이 쇠퇴한 제국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스의 수입은 조선과 해운 사업으로 돈을 벌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수입원은 농업과 관광업입니다. 한국에 삼성이 있고, 중국에 샤오미가 있고, 미국에 구글과 애플이 있지만,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없습니다.
지금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여전히 농업과 조상유물로 먹고사는 경제가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결정적인 문제는 정치적 문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도자의 문제입니다.
그리스의 위기는 지난 30년 넘게 지속되어온 포퓰리즘 정치에 기원한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그리스 3대 유력 정치 가문 내지는 ‘왕조’의 족벌이 끼리끼리 그리스 국부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3대 가문은 파판드레우, 카라만리스, 미초타키스 가문입니다. 3대 가문은 국가를 사유화하여 정부 곳간을 친구와 친척에게 나누어주고, 행정조직을 비대화 하였습니다. 이들 가문은 “부유층은 세금을 탈세하고,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고 곳간을 열어주는” 정치를 만들었고, 그러한 기반으로 부유층과 공무원들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유지했습니다. 아버지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복지 확대로 망친 경제 파탄을 물려받은 아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가부도를 막으려 긴축 정책을 도입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착수하였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비극을 뉴욕타임즈(NYT)는 아버지가 지은 죄의 대가를 아들이 받는 ‘그리스 비극’에 빗대었습니다.
그리스 집권당의 국회의원들이 자신 임기를 한 번 더하기 위해 국민의 지지를 얻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직업 중 하나인 공무원을 늘리기로 합니다. 2010년 기준으로 노동인구 4명당 1명이 공무원이기까지 되었습니다. 그리스의 재정은 압박을 받는데도 공무원으로 일자리를 늘립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 아닙니까?
이런 부분이 오버랩되면서 불안한 기운이 이 땅에도 드리웁니다.
그리스는 관광업으로 돈을 많이 번다고 했는데 관광산업으로 돈을 더 벌기 위해 관광지 주변에 건물을 짓기 시작합니다. 호텔, 음식점, 관광품점 등 수많은 건물들을 짓기 시작했고 땅값이 부지기수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은 태풍이 불고, 풍랑이 일때 그 기초가 드러납니다.
하지만 2008년 국제 금융위기가 왔습니다. 결국 건물을 짓기 위해 돈을 빌렸던 은행에서도 더이상 돈을 빌리지 못하고, 관광객은 떨어지고 이때가 붕괴의 한계선이었습니다. 불가피한 정부의 긴축조치에 시민들은 반대시위를 합니다. 공짜에 익숙해진 체질은 쉽게 만족할 수 없고, 인내할 수 없습니다.
사실 그리스는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기숙사 식비까지 모두 무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을 키우지 못한 그리스는 이들이 졸업하자마자 바로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공무원을 늘려 취업시킨 것입니다. 그래서 공무원수는 노동인구 4명 중 1명이 공무원이 된 것입니다. 초만원 공무원들은 근무시간이 오후 2시 반까지 하고 할 일이 없어 퇴근합니다. 그야말로 비효율의 양극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공무원은 많아지고,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고, 국가에는 돈이 없으니 결국 그리스 정부는 IMF와 EU 등으로부터 370조를 받았습니다. 원래라면 이 돈으로 망가진 경제 정책을 수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 돈을 쓸 줄 모르고 건물짓고 하다가 무너진 것입니다. 결국, 2015년 6월 30일 그리스는 디폴트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EU IMF 독일 프랑스 등)은 일단 우리가 돈을 빌려줬으니 하라는 대로 해라 했죠.
1. 공무원 월급을 줄여라.(그리스는 공무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전 국민 25% 공무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2. 국민연금 액수 줄여라.(복지연금을 줄여서 일단 나라를 살려라)
3. 기업 법인세를 올려라(기업 법인 세금이 너무 적어 법인세를 올려 국고를 키워라)
그러나 정치인들은 자기 배만 채우기 바쁘기만 했습니다. 위 3가지 조약 따윈 눈에 뵈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공무원을 더 늘리자는 어이없는 말까지 오고 가고 있습니다.
이럼에도 국민들의 지지도를 얻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가 망한 이유가 너무 똑같은 데자뷰로 다가옵니다. 석유수출 80%의 산업을 가지고 있는 세계최대의 석유매장부국인 베네수엘라의 붕괴는 지도자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줍니다. 펑펑 쏟아지는 석유로 그들은 불황을 대비한 기본 제조업에는 투자를 안합니다. 복지와 포퓰리즘은 분명히 다르나 모든 것을 무상으로 돈을 뿌리기 시작합니다. 정권은 인기를 얻고, 국민은 신나합니다. 이른바 기간산업, 생산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 분야가 예산의 40%까지 증가하는 엄청난 기형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석유값 폭락은 한순간에 국가를 폭망하게 했습니다.
유럽의 시민인식도를 조사한 것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리스를 제외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체코 모두가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나라는 독일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는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나라로 자기 자신을 꼽았습니다. 또 가장 믿을 수 있는 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유럽 나라들 모두 독일을 가장 믿을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지만 그리스만 자신들의 신뢰를 과신하고 있습니다.
그럼 반대로, 가장 열심히 하지 않는 나라로서는 영국, 독일, 스페일, 폴란드, 체코가 그리스라고 했습니다. 가장 믿을 수 없는 나라로서도 그리스는 가장 많은 득표를 했습니다. 객관적인 성적으로 꼴찌인데 자기는 1등인 줄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리스는 일상적인 부정부패가 너무 만연해서 황당한 일도 많이 벌어지는데 심지어 한 건물 내 2층에서 4층으로 가는데 출장비를 청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공짜의 무서움을 모르는 민족은 내일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복지와 포퓰리즘은 엄연히 다릅니다. 제조업, 산업기반에 비전이 없는 데 풀어내는 곳간을 감당할 나라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