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4월 30일 월요일 맑음
하 ! 오늘 하루 참 정신없이 바빴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하룻동안 여섯 가지 일을 해냈더니 초저녁부터 졸립다.
맨 처음에 여섯 시부터 백제당에 가서 거름을 실었다. 오늘같이 바쁜 날은 거름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있으면 무조건 치워줘야지. 신용이니까.
거름을 거의 실었을 때 동구 구의원이며 삼성초 운영위원인 오관영 의원님이 지나가다 보시고 놀라며 물으신다. “교장선생인 여기서 뭐 하세요 ?” “시골 농장에서 쓸 거름을 싣지요” “언제부터 이런 일을 하셨어요 ?” 딱해 보이시나 보다. “십 년도 넘었지요. 요새 바쁘시지요 ?” “예, 바빠요” “필승입니다” “고맙습니다” 기호 2번과 이름을 새긴 빨간 유니폼을 입고 중앙시장쪽으로 급하게 가신다. 선거운동 중이시라 정신이 없으실 테지.
‘나도 저랬을 수도 있었는데....’ 한참을 쳐다 보았다.
두 번째로 아침식사를 하고 삼성서비스센터로 갔다. 정산에서 쓰는 컴퓨터가 속을 썩여 들고 왔다. 컴퓨터가 속을 썩이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더라.
“프로그램이 엉겼어요. 포멧해야 되겠는데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죠 ?”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럼 그 사이에 치과에 다녀오자’ 둔산으로 날았다.
세 번째는 치과 병원이다. 찬물을 마실 때 이가 시려서 두 번째로 들리는 것이다. 요즈음은 무슨 약을 발라준다. 이를 코팅한다나. 좋은 세상이다.
치료를 끝내고 네 번째로 전문건설공제조합을 찾아갔다. 치과에서 교육청을 지나 바로 옆이었다. “건설회사에서 하자보수를 해주지 않아서 보험 신청을 하려고 합니다. 어떤 절차로 하면 되지요 ?” 그런데 딱 부러지는 게 없이 소송까지 갈 수 있대나. 어째 건설회사 편에 서서 일을 처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청할 때 제출할 서류들을 적어갖고 나왔다. 속을 썩어야 되겠구나.
컴퓨터를 찾아 싣고 그대로 아산으로 향했다. 다섯 번째는 수진이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서 탕정면에 가야 한다. 참 바쁘다 바뻐.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청주에서 나와 조치원을 지나는 국도를 이용했다. 한 시간하고도 20분은 달려야 했다.
전입신고를 끝내고 다시 정산을 향했다. 엄마가 서울에 계시니 집에 들르기도 뭣하고, 농장일도 바쁘니 그냥 뒤돌아섰지. 이미 시간은 두 시를 넘겼으니 배도 고픈데 마땅히 먹고 싶은 게 없더라.
정산에 도착하여 동네 근처 새로 생긴 식당에 들렸다. ‘이 집 장사가 잘 되려나 ?’ 하는 호기심에서였지. 국밥을 시켰는데 영 맛이 아니다. 이상한 향신료를 넣었는지 비위도 상하고.... ‘먹어야 일하지’ 억지로 먹었지.
두 번 가기 어렵겠더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벗어붙이고 서당골로 향했다. 오늘 중으로 대보 접붙이기를 끝내야 한다. 어두워질 때까지 겨우 마치고 집에 오니 작은처남이 와서 삼겹살과 술을 대기하고 있더라. 한 잔하자고.... 입에서는 침이 꿀꺽 넘어가는데 손가락이 걱정 됐다. ‘참는 김에 조금 더 참자’
장모님께서 편찮으신 기색이셨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 감기세요 ?” “감기에 걸렸어.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디.... 허리두 아프구....” “식사는 제대로 하셨어요 ?” “입맛이 읎어서 안먹다가 저녁 다 돼서 조금 먹었는디 몸이 깔어져”
“일 만하시고 식사를 제 때 안하시니까 그렇죠. 어머니 병원에 가시죠”
“아녀. 안 가도 되어.” “그럼 쌍화탕이라도 드세요” “쌍화탕이 있어 ?” “지난 번에 가져다 드린 거 있잖아요. 몸이 안 좋다 하실 때 드시라고 했잖아요”
밥에 물을 말아 억지로 드시더니 쌍화탕을 드시고는 그대로 쓸어지신다.
밤새 끙끙하실 거다.
일은 악착같이 하시는 데 드시는 게 너무 없으니....
내일은 병원에 모시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