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 19일, 강원도 삼척시의 한 비포장도로에서 정형구와 한준희가 현대 그랜저 승용차가 먼지를 날리며 추월했다는 이유로 엽총을 발포해 신혼부부를 살해했던 사건. 이 사건에서 12게이지 슬러그탄이 사용되어 피해자는 잔인하게 사망하였으며, 이 사건 때문에 산탄총의 슬러그탄 해외 수입, 소유, 판매/구매가 전면 금지되었다.
"비포장도로에서 신혼부부가 탄 승용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추월해 화가 나 살해했다." -1999년 7월에 체포 후 경기지방경찰청에서.관련 뉴스 원본기사
당시 기사를 참조하면 현대 엑센트[2]승용차를 운전하던 가해자 정형구(36)와 한준희(33)는 피해자의 현대 그랜저 승용차[3]와 추격전을 벌였다. 주범 정형구는 자신의 차가 추월당하자 갖고 있던 엽총을 발포하여 운전 중이던 피해자 남편 김우정(28)을 사살했으며, 남편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부인 장일랑(27)에게 다시 발포하여 부인을 사살했다.
정형구는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그랜저 승용차 안에 있던 지갑을 꺼내 야산에 버리는 치밀함도 보여주었다.
총을 쏜 정형구는 강도 강간 등으로 이미 전과 6범이었고, 동승자 한준희는 전과 5범이었다. 96년에 술집을 운영하면서 동업자 사이가 되었고, 꿩 사냥을 위해 삼척에 왔다가 앞에 신혼부부가 탄 그랜저가 추월하자 이에 분노하여 사건을 일으켰다.
목격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건 당시 우연히 지나가던 SK 도로공사의 현장 감리 책임자 김영수 씨가 있었는데 범인들은 그가 자신들을 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총격을 가했다. 김영수 씨는 머리에 총을 맞아 중상을 당했지만 필사적으로 자신의 사무실로 도망쳐 간신히 죽음은 면했다고 한다.[4]
게다가 사건 자체가 당시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극단적인 우발적 범행이어서 범인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경찰들도 수사 초기에는 원한 관계로 인한 범죄로 생각하고 조사했을 정도. 범행수법의 잔인함도 이렇게 끔찍한 범죄를 우발적으로 저질렀을 리 없다는 생각을 하게 했었다. 단서가 워낙 부족해서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보도되기도 했으나...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경찰은 망원으로부터[5] 삼척 신혼부부 살인 사건의 범인이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호텔에 숨어 있다는 첩보를 받고 정형구와 한준희를 검거했다.
사용된 엽총은 5연발로 산탄식 실탄을 사용하는 이탈리아제 베넬리 엽총(총번 F51809)이다. 범행에는 주로 멧돼지 사냥에 사용되는 슬러그 탄을 사용하였다. 정씨는 대전서부경찰서에 영치된 총을 사냥을 위해 11월말에 출고해서 범행 후 이를 숨기고 2월말에 재영치했다. 강도 등 강력범죄를 여러차례 저지른 중범자 들이 합법적으로 총기 소지 허가를 받은 것이 문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엔 너무도 가벼워 보였던 범행 동기가 사회에 충격을 주었고, 지존파와 막가파를 떠올렸던 사람도 많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보복운전 범죄의 원조격인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00년, 대법원은 주범 정형구에게 사형,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지만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은 공범 한준희에게는 살인방조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형구는 현재도 사형수로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공범이었던 한준희는 2005년 만기 출소하였다.
피해자의 두 딸[6]이 정형구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어 각각 1억원씩 2억을 배상하라는 배상판결을 받았으나 정형구는 가진 게 없다면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정형구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했으며 피해자들이 사죄를 제대로 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막말까지 했다. 덧붙여서 정형구는 두 부부는 교도소에 갇힐 가치도 없다는 말까지 했다. #
2022년에 사형수 정형구는 법률대리인을 고용하여 2022년 7월에 예정된 사형제도 위헌 헌법소원 사건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 사형제도는 문화국가의 수치라며 폐지 의견을 냈다#. 폭력 전과가 다수 있는 사형수이지만 교도소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뒤 다른 수감자들과 별다른 마찰을 벌이거나 하는 일 없이 조용히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송에 참가한 것이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