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다하고 8월이 저물던 일요일 인천행 전철에 올랐다. 송도 비치호텔 결혼식에 가기 위해서였다. 동인천역을 나서니 후끈하다. 가을에 쫓기는 늦여름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가 보다. 로비에서 신랑 아버지와 악수하고, 반가운 옛날 그 회사 얼굴들을 만나고, 얘기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 노조위원장이었던 그 혼주와 또 악수하고, 그 회사 이과장 차를 타고 오랜만에 연안부두에 들렸다. 종합어시장, 수협공판장, 여객터미널 간판들이 보인다. 횟집, 매운탕집, 장어집, 낚시가게도 보인다. 건물 간판에서도 음식점에서도 갯내음이 물씬하다. 반갑다.
연안부두 떠나는 배는 섬으로 간다. 국제선터미널이 생기고 중국 가는 카페리도 있지만 그것 빼고는 다 서해안 섬으로 간다. 파란 바다 위에 보석처럼 떠있는 섬들이다. 인천공항이 생기고 나서 영종도, 무의도는 연륙 되었지만 팔미도를 지나 자월도, 이작도,승봉도가 있고, 좀 멀리에는 덕적도가 있다. 더 멀리로는 우리의 막내섬 연평도, 백령도등 서해5도가 외로이 떠있다. 이렇게 옹기종기 자리한 섬으로 떠나는 여객선과 어선 그리고 낚시배, 유람선들이 드나들고 모이는 곳이 연안부두다. 화가들이 배를 스케취하고 싶으면 연안부두로 온단다. 갯냄새 사람냄새를 잘 맡는 후각 소유자들이 바로 그들인가 보다.
연안여객터미널에 들어서니 오후3시다. 자월도행 3시10분, 덕적도행 3시50분이라는 글씨가 전광판에서 빛나고 있다. 창 너머 부두는 밀물이 가득 들어와 잔교가 수평이 되었다. 부두가 온통 물 부자다. 밀물과 썰물을 따라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는 게 잔교인데 말 그대로 끄떡끄떡하는 잔교가 만조 덕분에 평탄한 모습이다. 터미널 건너편에는 어선들이 잡아온 고기를 풀고 부두에 붙어 한가로이 쉬고 있다.
30년 전 그 해 여름 나는 하계특별수송이란 이름으로 휴일도 반납하고 여기 터미널에 나와 승객들 줄세우고 소리 지르고 하였었다. 그 때 고등학교 친구 진흥이가 그의 가족과 함께 배낭을 메고 배를 타려고 줄서 있었다. 그 때가 생각난다.
덕적도에서 들어온 배가 바지에 붙어 승객들을 토해 낸다. 그들의 얼굴 모두 화색이 돈다. 모두 힘이 넘치는 젊음들이다. 진흥이도 나도 그 때는 이들 정도는 됐겠지. 문득 지나간 나의 반평생이 떠오른다. 바다 그리고 갯내음 그건 내 반생이 녹아있는 냄새라 해도 된다. 그것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낱말들이다. 더욱이 연안부두에 오기만 하면 묶어두었던 내 마음이 풀어진다. 일상을 던져버리고 어디로 훌훌 떠나고 싶어진다. 그리움 하나 배낭에 담고 누구의 시선도 없는 무인도로 가서 그곳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진다. 눈을 들어 부두를 보니 갈매기 몇마리 물 위를 난다. 선미에 흰 물결 남기며 통통통 작은 어선 하나도 고기 잡으러 바삐 출항한다. 빨리 꿈에서 깨어 나라는 신호로 들린다. 바로 인천 사는 한 친구에게 여기가 연안부두라고 전화를 걸었다.
첫댓글 연안부두 하면 왠지 정감이 넘쳐나고 인생 삶이 활기찬 곳이라고 이 칠푼이 왜 침니다. 그러나 너무 고독을기면 '남은여생'이 폐쇄적으로 흐른다고들 하던데 그래도 나혼자만의 자유를 찾아서 망망 대해 무인 고도로 우리 찾아 떠나자
꿈에서 꺠어날때보다 꿈을 쫓을때가 활기차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네요, 작은 쪽배에 그리움 담아서 무인도로 보내시고 꿈에서 깨어나시려나 보내요, 아까워라 나같음 꿈속에서 있겠다, 미안.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래게 하네~~" 오랫만에 棧橋(삼바시)얘기 들으니 長項(고향)생각이 절로 나네요. 감사
갯내음 짙은 연안부두, 갈매기, 여객선, 저 멀리 수평선 -- 마음은 덩달아 유람선에 올라 탔습니다
반평생이 녹아 있는 그곳 감회가 남다르시겠지요.
연안부두 2번 가본 곳인데 아름다운 풍광이 떠오르고 정겨운 님의 마음도 보여주어서 감상에 젖어 봅니다. 연안부두의 갯내음을 전해주심에 감사
터미날 대합실에 홀로 앉아 떠나가는 뱃고동소리 들으며 바다와 함깨 지낸 긴 세월을 반추함이라... 그대는 소박하고 다정다감한 로맨티스트이었어요.감사
글을 읽는 동안 비릿 한 바다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코가 고장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