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규정 없어…승복에 담긴 정신 배워야
승복(僧服)은 말 그대로 스님들이 입는 옷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스님들은 회색저고리(적삼)에 회색바지(고의)를 기본으로
회색두루마기(동방)를 겹쳐 입는다. 전 송광사 율학승가대학원장 도일스님의 저서 <불자로 산다는 것>에는 “현재의 승복과 가장 가까운
복식은 조선의 옷”이라고 적혔다. 일견 전통한복과도 품새가 다를 바 없는데, 회색이라는 색깔이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모름지기 비구는 괴색(壞色)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율장의 가르침이 유래다. 괴색이란 특정한 색깔이라기보다 색을 무너뜨린 색, 다시 말해
원색이 아닌 색을 가리킨다. 화려하고 난하기 십상인 원색을 금지하는 규범에 따라 예로부터 옷감을 먹물로 염색했기에 승복에선 잿빛이 난다. 삭발과
함께 염의((染衣)는 스님으로서의 청정함과 검소함을 상징하는 주요 코드다. 또한 회색은 흑색과 백색이란 양 극단을 지양하고 중도(中道)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본래는 가사(袈裟)가 곧 승복이었다. 가사는 분소의(糞掃衣)라고도 하는데, 부처님과 당신의 제자들은 남이 버린 옷이나 화장하기 전 시체를
쌌던 헝겊을 주워서 옷으로 삼았다. 무소유의 극치인 셈이다. 지금도 열대지역인 남방불교권에선 가사만 몸에 걸치는 것이 정석이다. 가사 안에 옷을
받쳐 입는 한국 스님들을 스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시선도 일부 있다는 귀띔이다. 이들은 신발도 슬리퍼를 신는데, 겨울이 뚜렷하고 긴 동아시아에선
감기 걸리기 십상인 옷차림이다.
결국 가사 안에 따로 옷을 입는 문화가 정착됐다. 한국 일본 중국의 스님들은 정장에 해당하는 긴 두루마기인 장삼을 입고 가사를 수한
상태에서 예불을 올리거나 의식(儀式)을 한다. 한편 가사의 조각 수에 따라 5조(條)부터 25조 가사까지 나누어지는데, 조각이 많이 난 가사를
걸칠수록 높은 지위의 스님임을 나타낸다. 조계종은 종단 정체성 확립과 수행자 위상 제고를 목적으로 2006년 가사원을 설립해 통일된 가사를
보급하고 있다.
사찰에 가면 승복을 입은 재가불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머리만 깎지 않았다 뿐이지 영락없는 스님의 행색이다. 1960~1970년대
부처님오신날 사찰 풍경을 찍은 사진에도 승복 차림의 여성 신도들이 군중 구석구석에서 목격된다. 연원과 내막을 알 수 없는 습속이며, 그저 스님이
좋아서 따라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물론 무어라 따지거나 나무랄 계제는 못 된다. 경전에는 재가불자와 관련한 복식 규정이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다.
단, 재가신도들을 백인(白人) 또는 백의(白衣)라고 지칭하는 구절이 간혹 나오는데, 주로 흰색의 옷을 입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도일스님은 “백의라는 말은 단지 흰옷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 원색의 옷을 입지 않는 승가에 대비해서 원색의 옷을 그대로 입는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처님을 친견할 때는 사치스러운 장식을 절 문 밖에 모두 벗어두고 들어갔다는 기록이 있다. 정확히 어떤 모양과
색깔의 옷을 입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으나, 소박하고 정갈한 모습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사찰은 성소(聖所)다. 그러니 경건한 마음가짐을 드러내고 유지할 수 있는 차림새가 최적의 복장일 것이다. 맵시가 단아하고 절하기 편한
승복도 원칙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스님을 향한 존경심과 불자로서의 자부심을 키울 수 있는 방편이다(해인사승가대학장 원철스님).” 다만
승복을 ‘변장’의 도구로 삼아 스님 행세를 하고 돌아다닌다면,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일이다. 사기꾼들에겐 외양만이 아니라 승복에 담긴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해줄 만하다.
첫댓글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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