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체크아웃한 아파트형 호텔 주변은 너무 조용한데다가 택시를 불러도 일하는 기사가 없어서 늦는다고 하고, 렌트카회사는 오늘까지 모두 휴업! 택시와 걸어다는 것으로 이 넓은 곳을 어찌 커버할까요?
숙소를 벗어나서 좀 걸어가니 마침 서있는 travel이라고 써있는 중형리무진들. 얼른 달려가서 이런 것 좀 이용할 수 없느냐 하고 물어보려는데 도대체 말이 통해야 하지 안내하던 남자와 그저 마주보고 웃어보는 것으로 끝내려하는데...
마침 손님을 태운 택시 하나가 딱 들어섭니다. 살았다싶습니다. 손님이 내리자마자 빼앗기기라도 할까봐 (그럴 일도 없는데) 마음이 안달 ㅎㅎ 한국에서의 버릇이 어딜가나 없어지지가 않습니다. 택시는 크기가 아주 작아서 태균이가 타니 머리가 천정에 닿습니다.
오늘부터는 원래 하롱베이로 갈 예정이었으나 도시 전체가 휴업이었으니 차도 없고 베트남 특유의 기사딸린 렌트카 사무소도 연락할 길이 없고 그저 식도락여행으로 삼고 하노이를 즐길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부터 묵을 아파트형 호텔은 시설이 지난 숙소보다도 더 좋은데다 서호 근방이라 서호산책하기도 딱인데, 가격이 겨우 1박에 3만원! 귀국항공편이 14일 밤 11시 30분이니 그 날 서호를 다 돌아보고 호텔에서 대기하다 공항으로 가도 될 것 같아 아예 15일 체크아웃하는 것으로 해놓았습니다.
서호근처 괜찮은 숙박시설 가격이 왜 이리 저렴한가는 도착해서 금방 알았습니다. 바로 앞 도로는 공사때문에 다 파헤쳐져있고 호텔 진입하는데도 완전 멀리 갔다 돌아와야 하는 지경이라 완전 전형적인 베트남 동네 분위기 그 자체입니다.
다행히 택시기사는 영어가 좀 가능해서 호텔 앞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캐리어 두개만 미리 맡기고 서호 꽃정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택시가 가는 길을 눈여겨 보았다가 다시 돌아갈 때 따라서 걸어서 돌아가리라 생각하며...
꽃정원 앞에 내리자 바로 입구에 대기한 듯 기다리는 노점간식들, 어제 쫄쫄 굶으며 기회를 보자던 식욕이 왕성하게 솟구쳐 오르니 태균이랑 케밥이랑 핫도그랑 새우꽂이를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허기가 좋은 이유이기도 했지만 빈한해보이는 노점 케밥과 새우는 왜 이리 맛있는지... 특히 새우는 정말 최고의 맛! 태균이가 4개 흡입, 저도 2개 흡입, 통통한 새우가 3개나 꽂힌 꼬치 1개당 가격은 만동이니 한화로 650원! 가격이나 맛이나 과한 흡족함을 줍니다. 케밥도 쌀로 만든 겉싸개에다 속을 채운것은 새우와 야채, 옥수수가 주인데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배를 채우니 행복한 기분! 태균이 보충제며 약까지 빠짐없이 끝내고 꽃정원 입장하려니 베트남돈이 부족합니다. 하긴 택시비하려고 겨우 9만원 환전해 왔으니, 9만원이면 대략 140,000동이고 그 중에 80,000동은 공항택시 기사한테 헌납했고, 공항에서 숙소가는 것보다 더 먼 길을 달린 택시비는 겨우 21,000동이니 공항에서 삥땅당한 액수가 적지는 않네요 ㅎ
아 은행을 어디가서 찾는담? 새로운 숙소도 찾아가볼겸 서호에서 걸어가는데 정말 먹을꺼리도 많고 각 국가별 식당도 즐비합니다. 마침 한 노천팝이 있어 물어보려 하니 말이 너무 안 통하고, 손님으로 있던 이태리남자들이 영어가 통해서 친절하게 ATM기계가 있는 곳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현금찾으러 갔다가 알게된 빌딩 내 아르헨티나 스테이크집,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도 없습니다.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국가에 오면 보여지는 겉모습들, 기존의 재래인프라와 시설들은 몹시 낡았고, 그 와중에 중간중간 신축된 세련된 첨단빌딩들이 뒤섞여 있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애매한 모습입니다.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천진 북경 등의 일부는 도시 전체를 드러내고 신축하는 진풍경을 본 적도 있습니다. 도시전체를 뒤업고 공사를 해버리는 화끈 불도저 건설정책은 중국이니까 가능하겠죠. 베트남은 아직 그 짬밥 수준은 아니니 뒤섞임의 혼재 속에서 묘한 1970년대에서 2024년을 모두 아우르는 어정쩡한 글로벌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아르헨티나 스테이크집의 요리는 훌륭했고 특히 연어구이는 정말 끝내주었지만 아침에 노점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많이 남겼습니다. 이렇게 먹고도 500,000동 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35,000원 정도입니다. 식도락여행하기에 정말 적합한 국가임은 틀림없습니다
호치민기념관 방문스토리는 다음 편에서^^
첫댓글 그런대로 고적한 설날 벳남 여행을 하시네요. 모쪼록 무탈하게 여행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