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큼 죽음을 두려워하고 멀리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가까운 일본은 지진 등 천재지변이 잦고 불교의 영향으로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본 도쿄에서 살아보니 도심 곳곳에 공동묘지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사실 나이가 칠십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죽음을 만나면 괜히 두렵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공동묘지를 지나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택가 한복판에 공동묘지가 있는 도쿄에서 지낼 때에는 거짓말같이 그런 감정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녁에 잠도 잘 자고요. 한국에서 온 지인들이 어떻게 그런 담대함이 생겼느냐고 묻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일본 귀신이 한국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라고 농담을 건네곤해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의 가정에는 조상을 모시는 불단에 사진을 걸어놓고 나갈 때나 들어올 때 꼭 신고를 합니다.
이렇듯 죽음관도 문화의 차이로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나와 친했던 일본 동경학예대학의 교수 한 분은 "적당한 나이까지 살다가 지진이 나서 깜짝할 사이에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죽음관을 얘기해서 놀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노인들이 "잠자듯이, 고통없이 갔으면 좋겠다"라는 바램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나이들어 무서운 게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건강일 것입니다. 암도 겁나고 심장질환이나 폐렴 등도 무섭지만 치매 또한 노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질병입니다.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치매환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치매는 나이들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고약한 질병입니다. "오는 병은 친구로 삼아라"고 하지만 치매는 참 고약한 친구입니다. 현재까지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예방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여러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폭을 넖혀라!" 5cm에서 10cm까지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면 됩니다. 한적한 곳에서는 즐거운 얘기나 노래를 부르면서 활기차게 걸으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고 합니다. 단순히 발걸음의 폭을 좀 넓게 하는 게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전화번호, 출입문 비밀번호, 생일 등을 핸드폰에 다 입력해 놓다보니 머리를 쓰는 게 적어 치매를 재촉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늘 책과 가까이 하고 다양하게 머리를 쓰는 것이 예방책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고 천수를 다 한 후에 이 땅을 떠난다면 좋은 죽음이요 성공적인 인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댓글 죽음과 치매
둘 다 멀리 하고픈 단어 입니다.
둘 다 나이들면 자연적으로 찾아옵니다.
다만 치매는 노력여하에 따라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