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계
서자: 미친 세계다! 미친 왕들이다! 미친 타협이다! 존왕은 국가 전체에 대한 아아더의 권리를 봉쇄하기 위해 기꺼이 그 일부를 내줘 버리는군. 그리고 프랑스왕은----양심으로 그 갑옷을 보강하고, 종교적인 정력과 자비심에 의해 신의 용사로서 이 싸움터에 나타난 처지에---바로 저 변덕장이의 속삭임에 속아넘어가고 마는군, 글쎄, 저 간사스런 악마, 서약을 깨게 하는 저 뚜장이, 저 파약破約의 상습범! 저 착취자, 왕, 거지, 노인, 청년, 처녀들로부터 착취를 하고, 잃을래야 처녀의 순결성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은 처녀들로부터는 바로 그 처녀성까지 착취해 가는 놈, 저 번들하게 생긴 신사, 저 구변 좋은 ‘편의주의’ 양반, 세상을 삐뚤게 놓는 저 ‘편의주의’ 양반, 이 기회주의, 악을 장려하는 기회주의. 이 운동을 지배하는 힘, 이 ‘편의주의’ 양반이 세계를 공정함, 모든 방오, 의도, 진로, 목적으로부터 벗어나게만 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평탄한 지면을 곧장 달려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 자체의 균형을 충분히 유지할 수는 있는 것인데...... 바로 이 세계를 삐뚤게 놓는 자, 바로 이 ‘편의주의’ 양반, 이 매파, 이 뚜장이, 이 뭐고 변하게 해버리는 말, 바로 이것이 주책없는 프랑스 왕의 눈에 띠어서, 그로 하여 그의 원조의 결심을 무디게 하고, 단호한 영예의 전투로부터 후퇴케 하여 실로 비열비겁한 화의를 맺게 하고 만거지...... 허나 어째서 이 ‘편의주의’ 양반을 비난하고 있을까? 그거야 아직 그 자가 내게는 달콤한 말을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리고 또한 그 자의 아름다운 천사(金貨)가 내 손바닥에 인사를 할 때, 내가 주먹을 꼭 쥐고 그것을 거절할 힘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유혹을 받아볼 기회도 못 가져본 이 손이 거지에게 질세라 부자를 욕하고 있기 때문이지. 좋아, 내가 거지 신세를 면치 못하는 동안은 그런 욕을 계속하고, 부자가 되는 것 이외는 죄가 없다고 말하자. 그리고 내가 부자가 되고 나면, 거지 신세 이외는 악덕은 없다고 떠벌리는 것을 내 미덕으로 삼아야지. 왕들조차도 이익을 위해서는 신의를 깨는 세상이니까. 이득利得아 네가 내 상전이다. 나는 바로 너 이득을 숭배하겠으니까.
----셰익스피어, [존왕]에서
추천의 말:
이 ‘서자’는 기사騎士 로버트 포큰브리지의 장남이었지만, 그러나 그는 그의 아버지가 독일대사로 파견되었을 때, 그의 어머니와 존왕의 형인 사자심(리처드)왕과의 은밀한 통정通情에 의해서 태어났던 인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는 그의 이복동생인 로버트와 아버지의 유산상속을 둘러싸고 다투던 중, 자기 자신의 아버지가 로버트 포큰브리지가 아니라 리처드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돈보다는 왕족의 혈통과 그 명예를 선택한 진정으로 사나이답고 무적의 용사다운 인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프랑스의 필리프왕은 존왕에 의해 유린당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아아더의 왕관을 찾아주기 위해 존왕과의 전쟁을 하게 되었고, 존왕은 대영제국의 건설과 자기 자신의 왕관을 수호하기 위해 필리프왕과의 전쟁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서자는 존왕의 충직한 부하로서 프랑스와의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지만, 하지만, 그러나, 존왕과 필리프왕은 존왕의 조카딸과 필리프왕의 아들인 루이스 왕자와의 결혼을 하게 하고, 그리고 그것으로 평화조약을 맺게 된다. 바로, 이 “미친 세계, 미친 타협”의 세계에서는 그 어떠한 정의도 없고, 그 어떠한 전쟁의 대의명분도 무용지물이 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거지일 때는 부자를 욕하면 되고, 부자일 때는 거지를 욕하면 된다. 명예와 명성은 어떠한 비굴한 굴종도 용납을 허용하지 않지만, 눈앞의 이익은 어떠한 비굴한 굴종과 자기 자신의 양심을 내다 파는 일마저도 허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서자의 말대로, “이득利得아 네가 내 상전”인 것이다.
“글쎄, 저 간사스런 악마, 서약을 깨게 하는 저 뚜장이, 저 파약破約의 상습범! 저 착취자, 왕, 거지, 노인, 청년, 처녀들로부터 착취를 하고, 잃을래야 처녀의 순결성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은 처녀들로부터는 바로 그 처녀성까지 착취해 가는 놈, 저 번들하게 생긴 신사, 저 구변 좋은 ‘편의주의’ 양반, 세상을 삐뚤게 놓는 저 ‘편의주의’ 양반, 이 기회주의, 악을 장려하는 기회주의. 이 운동을 지배하는 힘, 이 ‘편의주의’ 양반이 세계를 공정함, 모든 방오, 의도, 진로, 목적으로부터 벗어나게만 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평탄한 지면을 곧장 달려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 자체의 균형을 충분히 유지할 수는 있는 것인데...... 바로 이 세계를 삐뚤게 놓는 자, 바로 이 ‘편의주의’ 양반, 이 매파, 이 뚜장이, 이 뭐고 변하게 해버리는 말, 바로 이것이 주책없는 프랑스 왕의 눈에 띠어서, 그로 하여 그의 원조의 결심을 무디게 하고, 단호한 영예의 전투로부터 후퇴케 하여 실로 비열비겁한 화의를 맺게 하고 만거지......”
당신도, 당신도, 언제, 어느 때나 당신의 양심을 팔아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기회주의자일는지도 모른다.
아니, 당신도, 당신도, 끊임없이 “서약을 깨게 하는 저 뚜장이, 저 파약破約의 상습범”에 지나지 않는다.
오오, “이득利得아 네가 내 상전이다.”
오오, 동서고금의 만고불변의 진리여!
----반경환 {명문장들 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