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간호사 엘리자베스 셰핑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서서평’이란 이름으로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서평이란 이름엔 느리고 평온하게 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선교를 시작하기 전 그의 삶은 바람 앞의 등불 같았다. 홀로 서평을 키우던 엄마는 어린 서평을 두고 다른 나라로 떠나버린다. 모녀는 훗날 재회하지만 독실한 가톨릭 교도였던 서평의 모친은 개신교도가 된 딸과 절연한다. 조선에서 새 삶을 시작한 서평은 조선인들의 삶을 세우는 선교사업을 다방면으로 펼쳐나간다. 그는 일제의 수탈로 어느 지역보다 가난했던 호남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제주에선 학대받는 조선 여인들의 자립을 돕는 등 소외된 자를 위해 일생을 바친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평생을 선교활동에 투신한 외국인 선교사의 삶을 통해 가엾은 인류애와 종교활동이 마땅히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곱씹는 다큐멘터리다. 서평의 죽음에서 시작한 영화는 그가 수학했던 학교, 선교활동을 시작한 곳, 직접 세운 교회, 후학들이 세운 교회 등 일생에서 중요한 공간들을 중심으로 일대기를 훑는다. 배우 하정우의 힘 있는 내레이션은 숭고한 삶의 대목대목에서 빛을 발한다. 동료와 후학이 남긴 기록에 의해 구성된 영화는 한 인물의 내면을 섬세히 그려내진 못한다. 오히려 다큐와 함께 구성된 극과 쉼없이 흐르는 애상적인 음악은 이 영화가 주인공을 통해 어떤 감흥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음을 말해준다. 교회 개척보다 교육, 복지에 치중하며 선교지역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던 서평의 행보는 선교활동에 시사점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