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정관에 범죄구성요건을 위임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사건]
□ 사건개요
○ 제청신청인들은 2015. 2. 27. 실시된 중소기업중앙회 선거와 관련하여,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53조 제3항의 호별방문 등 금지를 위반하고, 같은 법 제53조 제5항에 정한 선거운동 방법을 위반하여 중소기업협동조합법위반죄로 기소되었다. 한편,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53조 제3항 및 제5항은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과, 금지되는 선거운동 방법을 정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 제청신청인들은 제1심 형사소송 계속 중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37조 제2항 중 ‘제53조 제3항’ 부분과 ‘제53조 제5항’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제청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5. 9. 15.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2008. 6. 13. 법률 제9120호로 개정되고, 2015. 2. 3. 법률 제13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7조 제2항 중 ‘제125조에서 준용하는 제53조 제3항 및 제5항’에 관한 부분(이하 제53조 제3항 준용 관련 부분은 ‘이 사건 호별방문금지조항’, 제53조 제5항 준용 관련 부분은 ‘이 사건 선거운동제한조항’이라 하며, 이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2008. 6. 13. 법률 제9120호로 개정되고, 2015. 2. 3. 법률 제13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7조(벌칙) ② 제53조 제3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제85조, 제96조 또는 제125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2007. 4. 11. 법률 제8363호로 전부 개정되고, 2015. 2. 3. 법률 제13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5조(준용 규정) 중앙회의 총회·이사회 및 임원에 관하여는 이 장에 규정된 것 외에는 조합의 총회·이사회 및 임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조합”은 “중앙회”로, “조합원”은 “정회원”으로, 제45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제48조 제2항, 제55조 제3항, 제57조, 제64조 제1항 및 제2항과 제66조 제3항 중 “이사장”은 “회장”으로, 제50조 제5항 중 “이사장, 이사 및 감사”는 “회장, 부회장 및 이사”로, 제52조 제2항 중 “상근 이사”는 “상근 부회장, 상근 이사 및 감사”로, 제55조 제2항 중 “이사장, 이사와 상근 이사”는 “회장, 부회장, 상근 부회장, 이사 및 상근 이사”로 보되, 제56조 제5호는 준용하지 않는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2007. 4. 11. 법률 제836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3조(선거운동의 제한) ③ 임원이 되려는 자는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에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조합원을 호별로 방문하거나 특정 장소에 모이게 할 수 없다.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2007. 4. 11. 법률 제8363호로 전부개정되고, 2015. 2. 3. 법률 제13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선거운동의 제한) ⑤ 누구든지 임원 선거와 관련하여 정관으로 정하는 선전 벽보의 부착, 선거 공보와 인쇄물의 배부 및 합동 연설회 또는 공개 토론회 개최 외의 행위를 할 수 없다.
□ 결정주문
○ 구 중소기업협동조합법(2008. 6. 13. 법률 제9120호로 개정되고, 2015. 2. 3. 법률 제13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7조 제2항 중 ‘제125조에서 준용하는 제53조 제3항 및 제5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 이유의 요지
○ 이 사건 호별방문금지조항은 중소기업중앙회 임원 선거와 관련하여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에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정회원에 대한 호별방문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때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은 구성요건의 중요부분에 해당한다. 한편, 정관은 법인의 조직과 활동에 관하여 단체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자치규범으로서, 대내적으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제3자를 구속하지는 않는 것이 원칙이고, 그 생성과정 및 효력발생요건에 있어 법규명령과 성질상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에 관련되는 주요사항을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예정하고 있지도 않은 특수법인의 정관에 위임하는 것은 사실상 그 정관 작성권자에게 처벌법규의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준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비추어 허용되기 어렵다.
○ 이 사건 호별방문금지조항은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을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정관에서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정할 것인지 대강의 범위나 기준조차 두고 있지 아니하여 처벌되는 행위를 법률로 특정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막연히 정관에 맡기고 있다. 또한 이 사건 호별방문금지조항의 수범자는 반드시 중앙회의 정회원으로 한정되지 아니하고, 설령 일반 국민이 정관의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열람하거나 선거 공고를 통하여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에서 말하는 예측가능성은 법률규정만을 보고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정관까지 보아야 비로소 예측가능하다면 이는 법률조항 자체의 예측가능성이 없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따라서 호별방문 등이 금지되는 기간이라는 범죄구성요건을 정관에 위임하고 있는 이 사건 호별방문금지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 이 사건 선거운동제한조항은 누구든지 임원 선거와 관련하여 ‘정관으로 정하는 … 외의 행위’를 한 경우에 이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선거운동제한조항은 중앙회 회원에 한하지 않고 모든 국민을 수범자로 하며, 단순한 중앙회 내부 규율 위반에 대한 회원 간의 벌칙이나 제재를 넘는 형벌부과를 목적으로 하는 형벌조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선거운동제한조항은 처벌되는 범죄 구성요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금지되고 허용되는 선거운동이 무엇인지, 즉 금지의 실질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중앙회의 정관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어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 이 사건 선거운동제한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법 제53조 제5항은 “누구든지 임원 선거와 관련하여 정관으로 정하는 선전 벽보의 부착, 선거 공보와 인쇄물의 배부 및 합동 연설회 또는 공개 토론회 개최 외의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관으로 정하는’ 부분이 수식하는 범위가 불명확하여 그 의미가 여러 가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어, 위 규정만으로는 선거운동이 어느 범위에서 금지되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임원 선거의 과열 방지 및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모두 종합하여도 이 사건 선거운동제한조항의 의미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선거운동제한조항은 중앙회의 정회원뿐만 아니라 정관 내용에 대한 인식 또는 숙지를 기대하기 곤란한 일반 국민까지 그 수범자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 사건 선거운동제한조항만으로는 수범자인 일반 국민이 허용되거나 금지되는 선거운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선거운동제한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 결정의 의의
○ 헌법재판소는 2010. 7. 29. 2008헌바106 결정에서 범죄구성요건을 정관에 위임한 구 농업협동조합법 제50조 제4항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 위반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
○ 이 사건은 위와 같은 선례의 취지에 따라 법률이 범죄구성요건을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예정하고 있지도 않은 특수법인의 정관에 위임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음을 확인한 결정이다.